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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둑

최인구 2005. 10. 09.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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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 도둑

  • 조그만 더 다가서면 낭떨어지 폭포인줄 뻔히
    알면서도 주저하지 않고 내 달리는 물의 배짱을
    훔쳐 내 간에 주사한다. 그렇게 간이 부어 올라
    내가 사모하는 인연에게 겁 없이 다가서고 싶다.

  • 이른 아침 초원으로 나가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 한방울 훔쳐 내 눈망울에 적셔 놓는다.
    어쩌다 내 사랑이 지날 때 차 한 잔 대접하며
    잔 속에 눈물 한방울 흘려 그녀의 뇌를 거치지
    않고 심장에 내 마음을 온전히 옮겨 놓고 싶다.
    새벽 호숫가에 피어나는 물안개의 자욱함을 훔쳐
    나 아닌 다른 누구의 사랑도 보이지 않게 그녀의
    눈 앞에 하얀 커튼을 치고 싶다.

  • 물 도둑이 되어 사랑이 이루어 질 수만 있다면
    집 앞 뜰에 구척 높이의 큰 물 항아리를 만들어
    그 안에 배짱있는 폭포수와 영롱한 아침이슬
    그리고 자욱한 물안개를 가득 채워놓을 것이다.

  • 언젠가 항아리에 물이 차면 마지막으로 그녀의
    환한 미소 한 모금 훔쳐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차 한잔 나눠 마시고 싶다

  • 글 / 최인구

댓글 5개

운영자 2005. 10. 10. 오전 12:00

와....최인구님 대작입니다. 물도둑질로 사랑에 성공하시기를...^^*

최인구 2005. 10. 10. 오전 12:00

운영자 님! 안녕하세요? 요 며칠 팔월에 가지 못한 휴가를 지리산으로 다녀왔답니다. 산 아래는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는데 8부 능선쯤 오르니 단풍이 이쁘게 물 들여져 있더군요...근데 지리산 만만히 보고 올랐다가 아주 시껍 했습니다. 백무동 계곡물의 힘찬 모습과 함께 오년 담군 지리산 더덕주 한 잔 마시며 생각난 글 긁적여 보았습니다.

주방장 2005. 10. 10. 오전 12:00

최인구님 물도득질처럼 힘찬사랑을 하셔으면....

운영자 2005. 10. 10. 오전 12:00

에고 이상하게도 제일 눈에 읽히는 글은 오년 담군 지리산 더덕주 라는 글귀이네요. 에고....^^*

양원석 2005. 10. 12. 오전 12:00

너의 맘을 잘아는 나이기에... 참 예쁜 사랑고백이라 생각되는데?^^. 오늘 소주한잔하며 얘기하자꾸나. 좋은 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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