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합창

박종영 2005. 10. 14. 오전 12:00
6894

합창
산이 수줍어하니 얼굴빛이 곱다.
여러 개의 빛깔이 그리움 달고 찾아와 조아린다.
스스로 향기 맛을 선보이며 가슴으로 살랑댄다.
풍성함이 곳곳에 서둘러 쌓여 있고
기운 차리고 만져보니
산골 낡은 집 굴뚝 연기가 아직도 따스하다.
허수아비 어두운 눈동자와 함께한 지난여름의 들녘에서
그나마 뿌린 씨앗 소담한 알맹이 주어
찰진 땅의 슬기를 외운다.
여러개의 결실이 겨울채비 하는 동안에도
흰 옷 같은 쌀독의 웃음이 들려오고
검은 참깨의 고소한 밀어가 입안으로 찾아와
사랑의 맛을 진하게 전한다.
한 아름 들녘 머리에 이고 가늘어진 허리 추스른
아내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새벽 슬픔으로 저민다
벌안 양지쪽에 둘러 앉아
이웃집 누구네 가슴 처럼 부푼 목화송이
눈가루 뿌려 놓은 듯
가까이 가서 만지니 기운차게 늦가을 바람을 밀어낸다.
그거 모두 우리가 키워낸 합창이다.
글/박종영....영상/설야님

댓글 2개

余宣 2005. 10. 15. 오전 12:00

연기까지 따뜻한 그 댁의 안주인은 얼마나 다정할지요. 모처럼 아름답고 푸근한 합창을 들었네요. 긴긴 겨울이 되면 하늘과 내통하는 그 높다란 굴뚝에서 따끈따끈할 아랫목에서 어떤 음악가도 그려보지 못한 소야곡 몇장 탄생하겠지요.

박종영 2005. 10. 16. 오전 12:00

고향의 언덕이 회색으로 보일때쯤 가을은 그렇게 깊어갑니다 가을바람에 시들어버린 수수대의 몸스치는 소리가 달빛아래서는 그렇게 가을소리로 들립니다. 주말입니다.소중한 시간 보내시고 계신지요 머물러 격려말씀 감사드리며 건승을 빕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