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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방정민 2005. 12. 26. 오전 12:00
6642
방정민 2005. 12. 26. 오전 12:00
6642
운 명
청징한 하늘
제 얼굴이 부끄러워 열구름에 가리고
지나가는 나그네
골짜기 깊은 물에 땀 맺힌 인생을 식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수도승의 도 닦는 소리,
언제부터인지, 왜 자신인지
부동의 좌선으로 헤아려보지만
내 안의 어쩔 수 없음은
내 밖의 깨달음을 넘어서지 못했다
슬프게 곱던 손에 이끌려
적막한 이 절간에서 머리 깎이던 날,
하루 밤, 이틀 밤
아무리 기다려도 머리는 자라지 않고,
그 밤이 전생이라고 저를 속여 믿어버렸다
울다가 울다가 지치면
산골 맑은 물 떠 마시며
시원스레 커가는 자신의 키에
달랠 수 없는 마음 하나 올려놓았다
몇 해 이던가!
텅 빈 절간에 늙은 바람만이 참선을 하다
지나가는 나그네 붙잡고...
어느새 노승이 된 나그네는
물 따라 구름 따라 세월은 간다
아무도 그를 잡지 못했다
그는 서럽게 밝은 달 아래
한 점 후회 없는 바람이 되었다
그 바람도 참선을 그만둔 날,
돌아보니 노승은 간데없고 동자승만 남아
아직도 슬피 울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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