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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방정민 2005. 12. 26. 오전 12:00
6871
방정민 2005. 12. 26. 오전 12:00
6871
판도라의 상자
지난번 홍수에 떠 내려와
아직도, 냄새나는 한 쪽 쓰레기더미에
괴괴히 방치되어 있는 사각궤짝
무엇을 담고 있었기에 이렇게도 상처투성이가 되었나
이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주인 잃은 궤짝은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점점 흉물스러워져 가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속에선 은혜로운 신의 마술이 펼쳐졌다
아니, 진화론이 맞다면 스스로였을 것이다
몸을 바꾼 궤짝 속의 희망은
다시 예쁜 화장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자신을 잊지 않은 모든 주인들에게
달콤한 젖길을 걷는 꿈을 선사하는데
이번엔 약발이 약했나, 마술이 힘을 잃었나
꿈은 진실의 오르가즘에 도달하지도 못한 채
현실의 가혹함에 실오라기 하나 없이 발가벗겨졌다
먹을수록 야위어가는 어쩔 수 없는 내 몸의 기형적 꿈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웃음소리가 궤짝을 발갛게 물들이는데
아니, 울음소리였던가
알 수 없었다, 여인과 궤짝의 실체를
이울어져가는 해질녘의 이내만이
계속 덧나는 상처를 관능적으로 애무해주고 있다
댓글 1개
운영자
2006. 01. 03. 오전 12:00
지난 한해 많은 뜻깊은 글을 보여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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