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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의 풍속도

유민자 2005. 12. 30.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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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의 풍속도  

 


 

  송년의 마음은 지리한 일상을 스스로에게 되묻게 한다. 12월의 나는, 1월의 가슴속 사랑 지킴이를 키워 12월까지 얼만큼 성장과 후퇴를 반복하며 살았는지 가위 바위 보를 시킨다. 내 뒷모습을 보이는 12월이다. 
   송년의 나는, 연말마다 돌아오는 내 낭군의 고교졸업생 송년모임에 또 참석했다. 망설임으로 참석한 송년회가 좋은 자리가 되었다. 예전 송연회는 사회자가 호명하는대로 노래도 하고 세련된 몸짓으로 손벽도 치고 눈치껏 웃어야하는 우아한 저녁 식사자리였다. 하지만 오늘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초청 강연』이 나를 기다렸다. 
  ‘아, 귀한 시간이 되겠구나..’ 나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에 관한 몇 장에 걸친 종이를 펼쳐들었다.  제목은 “21세기를 위한 선택의 하나”였다. 저서는 ‘영원과 사랑의 대화’ ‘인생ㆍ소나무숲이 있는 고향’ ‘역사철학’ 등등..저서의 제목이 참 근사했다.  하지만, 멈칫거리는 내 시선속의 그의 약력을 읽어보다 걱정이 앞섰다. 
  ‘아 많이도 늙었네’...1920년생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나이에 어떤 기억속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허리는 굽었을까? 정신은 괜찮으신 분일까? 나는 연사에 대한 희망을 접으려했다. 그러나  무대에 선 그는 생각처럼 늙지 않았다. 작은 키에 활짝 웃는 그는 외딴 섬에서 온 왕자 같았다. 거꾸러가는 나이 역사속에서 탈출한 소년처럼 꼿꼿이 서있었다. 그는 호기심이 가득찬 눈빛으로 55쌍의 부부들을 보고 말을 시작했다. 
  “내 나이가 너무 많습니다. 50세때만해도 퇴근길의 나를 귀하게 바라보던 아내가 변해갑니다. 60세 70세를 지나가니 그냥 오나보다 가나보다 합니다. 이제는 집에 있는 날이 많아지는 나를 향해 '왜? 안 나가냐“ 고 오히려 불편해하며 묻습니다. 가끔은 아내가 만원 한 장을 쥐어주며 친구를 만나라며 등을 밉니다.”  
  나이에도 예의가 있는가?  그는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자신의 나이를 이야기하며 농과 여유를 비볐다. 지치지 않는 그의 한 마디마다 푸르름에 노을이 물들어 한층 빛이 났다.  첫 대화는 청중을 향해 눈을 맞추려는 시선집중인 듯했다. 
  끊길 듯 이어지는 노교수의 이야기는 지식층을 향한 호소였다. 나라의 건강을 위해 큰 수술을 하기전 우리를 돌아보라는 말처럼 들려왔다. 
  강연속의 그는 다원사회속에서 나라역사보다 대학역사가 긴 사회가 부럽다고 했다.  개혁의 핵심이 도덕적 활력이 충만해야 가장 좋은 나라라고 했다. 사회갈등 해결은 경험과 대화를 통한 객관적인 가치를 추구하라고도 했다. 노교수는 샛길이 아닌 건전한 길을 보라했다. 그리고 평상의 내 얼굴을 다시보라!  나긋나긋 어루만지고 있는 듯했다. 
  다시 살아 돌아온 아버지가 자식을 챙기듯... 
  계급 투쟁과 혁명을 통한 공산주의 나무는 꺽이고 대화의 창을 통한 자유민주주의 나무는 잘도 자란다. 우리들은 자꾸만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채 시청앞 광장에서 투쟁하는 행색을 갖춘 채 손을 높이 들려고만 한다. 대화속에 싹을 보이던 민주주의가 기회주의 가치관에 밀린다.

 



  왜일까? 세상사람들의 모습을 뚜렷히 느낀다. 모두가 내가 중심인 듯 목청껏 나를 드러낸다. 나도 그도 이기심이 우선하는 사회분위기이다. 인간다움을 버리고 양심과 도덕이 땅에구른다. 나부터 못난이처럼 가치관을 굴린다. 가치관의 획일성을 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늘로 오른다.  
   지금 우리 땅에선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 부조리를 논하는 목소리가 화통(?)을 건드린 듯 온나라가 시끄럽기만 하다. 외국이 먼저 인정한 학문적인 신뢰를  국내에서 시기와 질투로 아우성을 벌이는 사람들. 자유 토론장마다 자기과시형 큰 목청에 중심추가 흔들거린다. 
   혹, 기득세력에 대한 항거와 반발로 미래의 손을 놓칠까 조심스럽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인 어제의 참그늘이 그립다.  잠시 모른척 쉬어가며 내자리가 깨끗한지 둘러보았으면...
  사실 나는, 망연회에 억지로 참석을 했다. 한 목소리로 즐겁게 참석해야 할 자리마져도 내가 흥겹지 않으면 가기가 싫다. 사회성이 급격히 사라져간다. 
 왜일까?  마음도 몸을 따라 늙어가는 것일까? 유난히 좋고 싫다가 분명해 지고있다. 가족을 위한 희생이 먼저였는데, 이제는 내가 먼저 보인다.  사랑을 심는 사람이 귀하다. 

 
 
 
     망연회의 풍속도 한 장을 그린 노교수.
몸이 움츠려지는 겨울이다.
인간다움으로 돌아가 우리 모두의 실수를 돌아보라 하는 듯하다. 
돌아가신 부모가 살아 돌아와 나를 챙기 듯, 
노교수의 훈훈한 마음이 내 명치끝부터 발끝을 건드린다. 

   사랑 불씨가 가슴으로 옮겨 크리스마스 온정의 불을 켠다.
오늘은 그 어떤 삶의 소리중 가장 따뜻하다는 사람소리를 들은 듯 하다.
찬소리가 아닌 참된 소리인 목소리...글소리까지

 

글/ 유민자 


댓글 3개

운영자 2006. 01. 03. 오전 12:00

유민자님은 항상 사람 냄새 가득한 따스함을 주시네요.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민자 2006. 01. 04. 오전 12:00

따스함은 '사색의 향기 좋은 글'에서 받고 있어요. 운영자님 병술년 새해, 행복한 마음이 가슴의 틈새까지 스며들어 늘 기쁨의 하루를 맞이하시기를 기원드려요. 2005년 마지막 하루 남긴 날 년말의 저의 작은 향기. 공지사항에 미확인 이라고 나왔었는데.. 운영자님, 혹시 확인 하셨는지요?

운영자 2006. 01. 05. 오전 12:00

확인해서 표시하였습니다.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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