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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타고 내리며] 검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

김봉길 2006. 01. 12.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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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

검은 원치스를 길게 입은 여자는

자신을 유난히도 추스르고 싶은 듯
깊게 깊게 들여다 보던
검은 프라스틱 손잡이 손거울을 만지작거린다.

아, 누가 나를 보고 있을까?
내 옷이 어떨까?
내 입술, 내 머리카락은 예쁘게 보일까?

그랬다.
물론 나도 누가 어떻게 볼지에 대해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녀는 앉아서도 눈을 크게 뜨고
움찔거리지도 못하고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지에 대해 걱정을 하는 듯했다.
손을 무릎 가방에 겹쳐 올려놓고 손가락을 까락거렸다.
입술은 굳게 더 세게 묶어 놓았다.
누가 뭐라면 툭 터져 나올 것 같다.
그냥 예쁘냐고 아니면 당신에게는 좋으냐고.
아마도 더 빨갛게 립스틱을 바른 이유인 듯.

내 몸 값이 얼마나 나갈까요?
그 가격은 누가 정하죠?
이랬으면 하죠.
가격은 모두 자신이 정하는 것.
0원이라고 스스로 부르고 싶죠.
누가 나를 쳐다보지 않았으면 하죠.
0원이면 나를 쳐다보지도 않을 테니까.

일어나는 그녀의 손끝 붉은 빛이 내 입술로 들어왔다.
입맛을 다셨다.
진정
자신 값을 0원으로 가지는 일이 그렇게 마음을 편하게 했을까?

그래요.
누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서 있기 힘들 때가 있죠.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이 버거워졌죠.
왜?
내 것을 나는 바깥에 내놓고 싶어서 그래요.
아직 익숙치 못한 지금은, 아직 서먹하죠.
보이나요?
대부분 몹시 부끄러운 것들을 더 많이 끄집어내게 되는데.
그래요, 더 많이 횟수가 늘어가면, 덜 부끄러워질 수 있죠.
그런데, 갈수록 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믿어져요.

유난히 검은빛이 반짝이는 모자를 눌러 쓴

여자
검은 원피스 여자 눈빛이 더욱 가늘어 작아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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