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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하는 신발
박종영 2006. 04. 01. 오후 04:12
5583
박종영 2006. 04. 01. 오후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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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하는 신발
나는 아주 질긴 신(靴)이다
나는 하루에도 몇번 씩 주인의 발에 신겨저 출행의 동반이 된다
함께가는 채비의 과정에서 길의 안부을 물으며 앞서거나
그 자유의 땅을 잠시 차지했다가 되돌려 주고 오기를 반복한다
어느날은 내 집으로 부터 출발하여
언제나 아침을 여는 풋풋한 돌이네 야채 가게 문전과
외로운 독거노인 김씨의 집앞을 지나
쓰레기를 모아둔 옆자리 헌 옷 수집함을 흔들어 보기도 하고
서서히 아주 가볍게 마을의 여기저기 안부를 살피며
가볍게 몸을 풀다가 디시 원점으로 돌아와 시간의 거리를 잰다
건강해 지려는 주인은 쾌청한 날이 찾아오면
마음먹고 산행을 할 때도 있다 그때 마다
나는 여러개의 숨구멍에 단단한 고리를 매면 힘이 솟아난다
그 원초의 힘을 빌어 숲에 들어서면 진실한 빛도 보인다
줄줄이 들꽃의 손 흔듬을 받으며
처음은 낮은 곳으로 부터 서서히 탄력을 얻어
능선에 이르렀을 때, 피로가 왔다고 느꼈을 때
나의 주인은 조인 목줄을 느슨하게 풀어주며
싱그러운 바람과 대화의 시간을 열어준다
정상에 오른다, 나의 기쁨은 이때 절정이다
푸른 바다 물결과 옹기종기 붙어 선 다정한 녹색의 섬과
바닷새의 비행이 그토록 환상으로 보내는 유혹을 훔치면
나는 스스로 순결해지는 그리움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주인의 재촉으로 내려오는 하산의 모험은
험한 비탈길의 버팀과 요철 바로 그것이다
그때마다 뒤틀리는 밑바닥 표면의 굴곡진 얼굴과
삐걱대는 갈비뼈와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 졌다고는 하지만
탄력의 무게를 이겨내는 내 주인의 인내가
하부 아랫도리 까지 전달되어 내리막길의
흥겨움을 푸른 숲에 버리고 와야 하기 때문이다
겨우 주인의 집에 도착 했을때는
딛고 온 땅을 모두 제자리에 두고 오는
공존의 의미를 새김질 하며 고리에 얽어맨 늘어진 끈이 피로로 풀어진다
안식의 방은 따뜻하다
그곳은 혼자 즐기는 나의 궁전이다
하루를 이기고 돌아와 질서있게 차곡히 놓아지는 그곳
비록 어둡고 좁은 딱딱한 층층의 방이지만
아무도 보지 앉는곳에서 우리 신발끼리 아픈 성처를 어루만지며
밀린 얘기와 주인의 지저분한 행적을 소문내는 곳
바로 아득한 밀실의 궁전, 바로 사람들이 가두는 신발장이다
내일은 비가 왔으면 좋겠다
덕지덕지 달라붙어 함께 스며든 세상의 오염과
길을 정복하며 묻혀온 억울한 먼지 투성이
그리고 주인의 슬픈 이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도
봄 비는 꼭 그렇게 스적스적 내렸으면 싶다
글/박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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