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 어느덧 11월 첫날입니다. 11월은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오늘 시인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98년전 소년이라는 잡지에 최남선선생께서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현대시를 발표함으로서 현대시의 근간을 만들었던 그러한 날입니다.
다시한번 '시인선서'를 보면서 시인이
이 세상에서의 역할을 되새기는 그러한 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시인선서
시인이여. 절실하지 않고, 원하지 않거든 쓰지 말라. 목마르지 않고, 주리지 않으면 구하지 말라. 스스로 안에서 차오르지 않고 넘치지 않으면 쓰지 말라. 물 흐르듯 바람 불듯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좇아가라. 가지지 않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다듬지 말라. 세상의 어느 곳에서 그대 시를 주문하더라도 그대의 절실함과 내통하지 않으면 응하지 말라. 그 주문에 의하여 시인이 시를 쓰고 시 배달을 한들 그것은 이미 곧 썩을 지푸라기詩이며 , 거짓말詩가 아니냐. 시인이여, 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대의 심연을 거치고 그대의 혼에 인각된 말씀이거늘, 치열한 장인의식 없이는 쓰지 말라. 시인이여, 시여, 그대는 이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 보다 높은 쪽으로 솟구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노래여야 한다. 온 세상이 권력의 전횡(傳橫)에 눌려 핍박받을지라도 그대의 칼날 같은 저항과 충언을 숨기지 말라. 민주와 자유가 유린당하고, 한 시대와 사회가 말문을 잃어버릴지라도 시인이여, 그대는 어둠을 거쳐서 한 시대의 새벽이 다시 오는 진리를 깨우치게 하라. 그대는 외로운 이, 가난한 이, 그늘진 이, 핍박받는 이, 영원 쪽에 서서 일하는 이의 맹우(盟友)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