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午後雜談

김봉길 2007. 01. 18.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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午後雜談


점심을 먹은 느긋한 오훕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심심하군요
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뭐 그저 이야기 하고 싶다는 거죠

무슨 얘기냐고요?

그렇다고 이렇다 할 건 없구요
약 올리느냐고요?
풋, 그럴 리가 있나요
혹시 졸린 것 같아
이곳저곳 내 세상인 양
한번 찔러보는 것뿐인 걸요
어디 아프냐고요?
아닙니다
미안해요 아픈 곳 없어
더 미안합니다만
뭐 그냥 말 좀 들어달라는 거죠

음, 그러니까 나는 어떠한가?

이런 아름다움은 어떠한가?
그 뭐냐, 그러니 여기는 어딘가?
또, 또 너는 무엇이냐?
그리고 뭐 기타 등등
하하, 시시하죠?
또 할까요?
풋, 제가 봐도 시시해요

동그란 땅을 손에 올려 봅니다.

건방지죠 물론
이 땅에 서 있다가
언제까지 사라질까 서 있다가
조금씩 사라지는 슬픔을 보다가
또 함께 사라지는 기쁨도 보다가
스스스 시들어가는 손 위 동그란 땅 보다가
그것도 할 일 없어 또 숨죽이죠
사라지게 더 사라지게
사라지는 몸과 마음 더 잘 보이게
푸풋, 다시 배고프길 기다리죠
아시죠?
배고파지려는 건 심심해서 그렇다는 거

심심하면 그럴수록 가물가물 세상이 가늘어 보여요

점심 두 숟가락 더 먹은 탓이죠
문득 졸음 같은 것이 와요
언제라도 다가오고 있는 나 같은 것
거기 있구나 또 있었구나
그대로 두고 한 뼘 떨어져 바라볼 수밖에요
죽어가고 있는 것은 죽는 대로
생겨나고 있는 것은 생기는 대로
그냥 슬며시 한번 건드려 볼 수밖에요
그저 나란 내 숨이란 그 중 하나일 뿐
가지고 있는 것은 내 몸뚱어리 하나일 뿐
마지막 갈 때는 이 또한 훌훌 털고 갈 뿐이라며

언제 또 그랬듯

바라보거나 건드리지 말고 만져야 할까 봐요
만지며 쿡쿡 울어야 할까 봐요
귀 막아도 흘러가는 바람결
눈 감아도 흔들리는 물결
멋으로 산다는 것은
그 사이마다 번뜩이는 살랑 찰랑 빛 만지는 일
빛 따라 춤추는 내 시간 보는 일
만지다가 또 쿡쿡 웃어야 할까 봐요
배부른 것 하나 지키고 있는 지금
더 심심해지고 싶은 지금
이렇듯 언제 만지고 껴안을지 모르니까요

그래요, 다시 점심 먹게 될 오후가 있을까요?

누굴 기다려 이야길랑 해야 할지요
그땐 더 심심하지 않았으면 해요
나처럼 점심 잘 먹었냐는 묻지 않길 바래요
할 말이 더 없어지거든요
그냥 있으니 뭐 잘 먹었겠죠

풋, 점심 꼭 한번 먹지 말까요?

먹지 말고 계속 묻기만 할까요?
그래도 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뭐 이런 이야기 하고 싶다는 거죠
 

댓글 4개

김상현 2007. 01. 18. 오전 09:32

모든 순간의 여유와 자유를 가슴에 담은 말씀이군요. 가장 순수한 마음의 상태 .... 금일 \"심심\"이에게 권하고픈 점심 추천 메뉴가 있습니다. \" 미소, 웃음, 행복, 자각의 의식...\"을 권하고 싶네요. 함께 식사해요! \"심심\"이 친구 \"바쁨\"이로부터

김용재 2007. 01. 19. 오후 01:19

오는 오후에는 왠지 여유가 있을 듯 싶네요... 금요일 오후 얼마나 빨리 지나갈까 기대하면서... 주말의 한가로움을 그려봅니다...

포아풀 2007. 01. 23. 오전 10:16

정신 없이 바쁘다가도 어느정도 일을 다 물렸다 싶으면 불현듯 잊엇던 이들이 마구 그리움으로 밀려오거나 누군가를 잡고 아무런 얘기라도 쏟아놓고 싶을 때가 있지요. 손에 동그란 땅을 올려놓을 수 있는 배짱과 점심 두숟가락으로도 버틸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도 누군가 옆에 있는 게 더 좋겠지요?

김봉길 2007. 01. 25. 오전 12:35

언제 다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즐거움에 듬뿍 빠질 수 있을지요. 그날이 행복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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