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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만들기

박종영 2007. 01. 26. 오후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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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만들기
지금 당산 골 우묵배미 논에도
억센 깃발 앞세워 눈이 오고 있는지요
밤의 흔적을 사각사각 걷어내며
당신의 영토에 소리없이 터를 잡은 눈송이,
그 차가운 눈물을 얼마나 안쓰러이
마른 가슴에 퍼 담고 있는지요
혹여 눈사람을 만들어 본 경험은 있겠지요?
오늘, 당신에게 눈사람 하나를 주문한다면
이겨내기도 지루한 긴 겨울밤을
쌀밥 같은 고운 빛으로 으스대는
눈사람을 만들어 줄 수 있는지요?
만약 노련한 여자 눈사람을 만들어 준다고 합시다,
물론 아릿한 얼굴에 검은 눈썹과
오똑한 코, 붉은 입술을 그려넣고
볼록한 가슴을 그윽하게 문지른 다음
겨울바람 호호 불어 새로운 생명을 일으켜 세우는 작업,
모든 잉태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면서
그거 겨울이 시작되기 전부터
바람의 신과 약속한 의무였다고 변명은 하지 않겠지요
오늘, 정성스럽게 만든 눈사람이
발가벗고 하얗게 서 있기를 목마르게 기다려 온 것도
오직 당신의 겨울정원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타락한 바람과의 약속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겨울잠을 자는 봄이 일어서기 전에
서둘러 만들어야겠지요?
글/박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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