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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풍경화

박종영 2007. 03. 11. 오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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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풍경화
빈곤을 다스리다 저무는 하루,
물기 젖은 손으로 누대의 가계부를 정리하는
아내의 몽당연필의 안간힘이
어둔 방구석 쌓이는 슬픔을 걷어낸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친 나의 눈에
잡히는 낡은 그림 하나,
내가 숲 속 낙엽의 무덤 안에 들어가
이승의 몸뚱이를 유령으로 눕히는 것이다
누워 쳐다보는 세상은 환한 기운으로
푸릇푸릇 큰 기쁨이 초원에 일렁인다
나는 줄 서기를 마다하고
내 경계의 둘레에 마음껏 금을 긋고
회색묘비에 부자 스럽게 이름 석 자를 새긴다
넓은 땅 밟고선 자리 거만스런 웃음은 잠시,
섬뜩한 기운에 잠을 깼다
아내의 밝은 웃음이 내 남루를 부추겨 세운다
부끄러운 얼굴 감추고 봉창 문을 열었다
고달픈 자국 골고루 덮으며 내리는 눈송이,
스적스적 하얗게 문장을 외우며 내린다
바람벽처럼 시린 설움은 바득바득 말라가고
아버지의 굵은 손이 지은 흙집의 영광은,
비로소 나의 안식으로 평화의 깃발이 휘날린다
글/박종영

댓글 3개

포아풀 2007. 03. 13. 오전 09:40

물기 젖은 손으로 정리하는 가계부.. 그러나 아내의 안간힘은 슬픔을 걷어내는 힘이지요. 안온함과 정이 깃든 내 둥지의 행복인 것을... 평화의 깃발이 날리는 흙집의 영광이여!

안지윤 2007. 03. 14. 오전 09:52

너무나 가슴에 와닿아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하지만 다시 힘을 북돋아 주시는.....

김봉길 2007. 03. 14. 오전 11:12

지나온 것과 남은 것이 서로 어울리는 것. 이승과 저승이 서로 어울리는 것. ... 나는 언제, 살거나 아니거나 서로 어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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