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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외출

박종영 2007. 03. 20. 오후 11:58
4601
나무의 외출
산 오르막길 외진 곳
조팝나무 파란 싹이 벼랑에 기대어
늦은 밤이 피곤하다
나무들도 나들이를 하는가
밤이면 키 큰 몸뚱이만
외롭게 남겨두고 어디를 가는 걸까
살금살금 뒤를 밟아보았다
푸른 속삭임을 앞세우고
산 넘어 외로운
청상의 문전을 기웃거리다
살며시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윽고 들려오는
가냘픈 신음 소리,
열이레 달빛도 봉창 문에 침을 바른다
저게 빛의 간음이 아니던가?
새벽이 열리고,
창가에 수북이 쌓인 푸른 입술을
쓸어담는 청상의 눈빛이 야릇하다
아직도 그녀의 앞가슴에
머물러 있는 푸른 속삭임,
싱싱하다
글/박종영

댓글 1개

포아풀 2007. 03. 22. 오후 05:18

산 넘어 외로운 청상에게도 어김없이 봄은 오겠지요. 꽃나운 나이, 찾아주는 이 없는 청상의 한숨을 누가 알리오. 밤이면 찾아드는 달빛과 달빛에 얼비친 나무 그림자가 벗인 것을.. 외로움을 외롭다 하지 않고 역설로, 따듯함으로 표현한 시인의 안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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