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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어미

포아풀 2007. 05. 04.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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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얼굴을 내민 애기똥풀 위로

나비 한 마리 오래도록 앉았다가 날아갑니다

고요 몇 동이 끼얹은 풍경입니다만

나른한 봄이 크게 한 번 흔들리고

달짝지근한 젖냄새 훅, 풍겨옵니다

똘망한 애기똥풀꽃 노랗게 웃습니다


어깨에 살며시 얹는 손길 있었습니다

알아보겠느냐며 웃음을 보내는 주름진 얼굴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귀띔을 주었을 때

나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나왔습니다

당신 아들에게 한 쪽 젖을 물리고

다른 한 쪽을 내게 넘겨주었던 눈빛이

따뜻하게 건너다보고 있었습니다

드리워주던 넓은 그늘이 고마워서,

며칠씩 집을 비울 때마다 남몰래 젖몸살을 앓았을

어머니의 봄날이 안쓰러워서

가슴이 싸아 젖었습니다

돌아서는 키 낮은 고목의 그늘이

한없이 넉넉해 보였습니다


봄 한나절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댓글 11개

미오새 2007. 05. 04. 오후 03:36

*냄새에도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는 鄕愁가 있는지, 모유를 먹는 아이의 입에서 폴폴 풍기는 냄새를 맡아 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일고 있는 요즘 입니다. 미오새의 갈망이, 감성의 욕구가 전해진 듯 싶어 경이로운 마음으로 포아풀님의 글 앞에 머물러 있습니다. 글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욕구의 충족을 만족시키고 있는 듯.... 주위에 유아기에 있는 아이들이 없어서 이 욕구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좋은 방법이 있는지 포아풀님에게 SOS를 칠려고 했었는데.... *확 트인 시야가 있는, 바다가 보고 싶은 금요일 오후입니다. 동해바다로 고래를 잡으러 갈 때 타고 가야 한다던 3등 완행열차를 타고 바다를 향해 떠나고 싶은 날.... 속도의 경쟁에서 밀려나 사라져 버린 3등 완행열차처럼 우리들의 낭만도 그렇게 사라져가는 것은 아닌지... *포아풀님....! 한 주의 마무리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손일갑 2007. 05. 04. 오후 05:25

어머니만이 느낄수있겠지요 어린시절 젖동냥으로 자란분만이 느낄수있겠지요 가슴아픈 사연이있는 詩를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하신 포아풀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집사람에게 아이 젖먹일때의 느낌을 물어보고 포아풀님처럼 아름다운 이미지를 적어보랍니다 아름다운 주말 즐겁게 보내시기를......

김봉길 2007. 05. 04. 오후 11:49

봄내음과 젖내음과 엄마내음이 비슷한 듯하네요. 행복했던 아기 때가 떠오를 듯도 하네요. 지금, 넉넉한 밤이네요.

포아풀 2007. 05. 05. 오전 10:47

애기똥풀꽃이 피었더군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봐야 그 예쁜 얼굴이 들어오지요. 줄기의 노란 진액이 어쩌면 엄마 젖을 빨고 흰 기저귀에 묻혀놓은 그것과 같아서.. 어디선가 엄마의 아릿한 젖냄새가 날 것 같은 그런 꽃이지요. 재구엄마... 그분을 그렇게 부릅니다. 그 재구를 몇 년 전에 봤습니다. 빙그레 웃고 서서 바라보기에 의아해했더니 “나, 재구야..” 하더군요. 어릴 적 모습은 어디로 가버리고... 송창식님의 노래처럼 3등 완행열차를 타고 고래를 잡으러 가고 싶은 날... 80년대에 개봉되었던 고래사냥 영화를 보러갔던 기억도 나고... 등줄기 시퍼런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은빛의 구름떼가 여유롭게 뛰어노는 바다, 그 바다에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군요. 미오새님도 바다처럼 시원한 기분의 주말되시기를 바랍니다. 젖을 먹이는 엄마와 젖을 빠는 어린 아기의 평화로운 모습... 아내의 모유수유의 느낌을 물어보신다면... 그래요, 엄마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심정을 아마 간접적으로나마 어렴풋이 아실 것 같아요. 손일갑님의 그 감성이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포근하고 따숩고 달콤하고 다정하고... 봄내음과 젖내음과 엄마내음이 그런 것이겠지요. 엄마젖을 빨 때의 행복감으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늘 정스럽고 따뜻한 일들만 일어날 것 같은데.. 김봉길님 귀한 댓글 고맙습니다. 행복한 주말 엮으시길...

이옥경 2007. 05. 06. 오전 12:46

며칠간 고민했답니다...애기똥풀꽃이 어떻게 생긴 꽃인지 몰라서^^***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노란것이 민들레꽃이랑 비슷하게 생겼네요. '줄기를 꺾으면 노란 유액이 나와서 애기똥풀꽃,젖풀,씨아똥이라는 이름이 붙는, 약명으로는 백굴채라고 한다.' 흔하게 보는 야생화들의 이름을 일일이 알아보려고 한 적이 없는 저로서는 이즈음 제가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걸 어쩔수 없네요. 시장에서 비싼값에 팔리는 화려한 꽃들만 눈여겨 보았지 우리네 산천초목을 이렇게 아름답게 수놓았던 추억의 꽃들을 그동안 잊고등한시 했으니... 그들을 하나하나 사랑하고 추억하며 그 정서를 함께 하시는 포아풀님이 새삼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봄내음과 젖내음과 엄마내음과 고향의내음 모두가 그리워질것 같습니다. *포아풀님 덕분에 인터넷을 방황하다가 우연히 '애기똥꽃풀 바구니'를 쓰신 수필가 변해명선생님을 찾게 되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고등학교1학년때 저희반 국어선생님이셨거든요. 절 기억해 주시지는 못하시겠지만 제가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던 선생님이라서 이렇게 뵙게 된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답니다. 저를 고민하게 해 주신 포아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한민 2007. 05. 06. 오전 11:56

지음과 종자기. 글과 답글을 보면서 느낍니다.

포아풀 2007. 05. 06. 오후 11:37

애기똥풀꽃.. 오월의 들녘이 꽃천지였습니다. 자잘한 들꽃이름 모르기는 저도 마찬가지예요. 흔히 보는 꽃인데도 막상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그저 막연히 들꽃으로 명명해버리지요. 수더분하고 수수하고 조촐한 꽃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오묘한 생김이 너무 예쁘지요. 아주 작은 꽃에도 벌이 앉았다가고 나비가 들렸다가지요. 그래서 꽃은 다 향기롭고 예쁜 것이겠지요. 이옥경님의 글을 읽고 잠시 웃어봅니다. 뭘 그리 고민까지 하셨어요. 인터넷상이지만 국어선생님을 반갑게 만나셨다니 축하드려야겠네요. 그 시절의 이옥경님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知音과 종자기.. 백아와 종자기의 서로를 알아보고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우정... 그렇게까지 평가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한민님, 좋은 글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미오새 2007. 05. 08. 오후 01:56

*만인의 연인같은 모습으로 비단길 따라 오시는 포아풀님...! 유아기에 엄마의 가슴에 안겨 수유중에 맡았던.... 안온함으로 언제라도 안기고 싶었던 엄마의 가슴에서 맡았던 냄새가 기억속에 잠들어 있다가 주기적으로 깨어나서 냄새의 욕구를 강하게 일으키지만, 몇년째 이어지고 있는 그 냄새에 대한 욕구는 아직 한번도 풀어내지 못했어요. 모유를 먹는 아기의 입냄새를 맡고 싶어하는 냄새의 욕구가 유별난 것은 아마도 보고 싶은 엄마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요. 생명은 신의 창조물이고, 그 생명을 위탁받아 하나의 인격체로 키워내는 포아풀님과 옥경님을 비롯한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들의 가슴은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충동과 억제. 바다가 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충동\"과 \"억제\"가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서 서로 타협을 했지요. 주말산행을 계획한 날 중부지방에 20mm 이상의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으면 산행계획을 바꾸어 속초행 고속버스를 타고 바다에 가기로.... 비오는 날의 날궂이 하는 것처럼 요상한 짓 같지만 때로는 감성의 욕구를 달래줄 필요도 있을듯 싶어서 타협을 했답니다. 우산속 분위기에 약함을 보이는 아이 하나가 꼬드겨지지 않아서 동행이 없으면 혼자인채로 외로운척 하면서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아들이 타고 떠난 입영열차를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한참을 더 바라보고 계셨던 엄마의 마음을, 저 만큼 멀어져가는 봄을 바라보고 있을 시인의 눈빛에서 읽어 낼 수 있을듯도 싶은 날입니다. 포아풀님 가슴에 꽃 한송이 달아 드리지 못하고, 님이 다니시는 비단길에 티끌 하나 없도록 비질만 해댔습니다....어버이날이라고.

포아풀 2007. 05. 08. 오후 10:43

오늘도 미오새님이 찍어놓은 발자국을 따라가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머뭅니다. 누군가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그 사람의 체취를 못 잊는 것이랍니다. 하물며 엄마의 젖을 먹고 자란 아기가 성인이 되어도 잊지 못하는 엄마의 냄새.. 값비싼 향수냄새는 아니지만 그 고요한 품속에 배인 냄새를 잊지 못하지요. 저 멀리에 계신 어머님을 그리는 미오새님의 마음이 오롯이 전달됩니다. 생명을 위탁받아 길러내는 어머니의 따듯한 품, 뚝뚝한 체 해도 한없는 사랑을 품고 계신 아버지, 일 년 삼백육십오일 기려도 모자라는 어버이의 은혜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깊이 새겨봅니다. 비오는 날의 바다행이라... 좀 외롭지 않을까요. 동행도 없이 더욱... 한 집에 사는 짝꿍이라도 모시고 간다면 덜 적적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몇 년 후면 제 아들 녀석도 입영열차를 타겠지요. 그때 아쉬움으로 녀석을 떠나보내듯 봄을 떠나보내는 마음. 그래도 봄은 내년에도 오리란 걸 알기에 덜 섭섭할 것 같아요. 미오새님이 깔아주신 비단길이 유난히 티끌 하나 없이 정갈했던 것은 미오새님이 미리 비질을 해주신 덕택이었군요. 그 비단길을 따라 오늘도 걸으며 마냥 행복감에 젖어봅니다. 연예인들이 화려한 의상과 몸매를 뽐내며 붉은 카펫을 밟을 때 조금은 가식적인 웃음과 본래의 모습이 사라진 인공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채널을 돌리곤 했는데 오늘 제가 그 기분을 마음껏 누려봅니다. 미오새님은 비단길을 깔아주셨는데 저는 미오새님께 무엇을 드려야 할까요. 오늘도 풀밭의 편안함만을 드릴 수밖에... 편히 쉬어 가소서!

미오새 2007. 05. 10. 오후 02:46

*힘의 무분별한 남용을 빗대어 \"우도할계\"라는 고사성어가 있지요. 아들의 싸움에 재벌 아버지가 칼을 빼어든 복수열전의 현장, 청계산의 폭력 현장은 카페 초록향기 두어집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소를 잡을 때나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할 힘(刀)을 병아리들에게 휘둘러 댄 그 현장 가는 길은 진입로가 한 곳이라 초록향기를 지나가야 합니다. 미오새가 초록에 반응한 것처럼 그들도 그 카페 앞을 지나면서 초록향기의 \"향기\" 두 글자에 바르게 반응했다면 악취나는 일은 벌리지 않았을 것을..... 父情으로 인하여 순간의 판단을 그르쳐 일을 벌렸다면, 후일 그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었을 때는 정직한 자세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래도 뒷수습이 쉬웠울 것이라고 생각 해봅니다. *5월은 가정의 달. 가정밖의 모든 대상은 바꿀수 있지만 가족은 \"절대 대체 불가의 존재\"라는군요. 그러나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이삼십년 후 쯤이면 가족의 해체가 급속히 이루어 질 것이라고 불길한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가정의 울타리에서 부모의 사랑으로 성장한 아이들이라야 가정의 해체가 일어나는 혼란한 시기에도 가정을 지켜나갈 힘을 얻을 수 있겠지요. 가정의 달 5월에 비정상적인 여러 유형의 가정을 보는 것.... 세상이 결코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 한방울로도 미오새의 갈증은 풀어지기에 항상 포아풀님에게 감사 할 뿐....! 포아풀님의 詩床이 성찬으로 차려지도록 찬거리를 물어다 주는 미오새가 되고 싶은데 기본이 부족한 아이라....

포아풀 2007. 05. 10. 오후 10:49

힘의 무분별한 남용 牛刀割鷄.... 미오새님 말씀처럼 가족의 의미, 특히 진정한 부모의 사랑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감성의 오솔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 비록 서로의 얼굴이나 표정은 보지 못한다 해도 글 속 서로의 느낌이 전달되고 글귀 하나에 감동하고 공감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詩床의 성찬인데요.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밥상의 밥과 찬처럼 서로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고 웃음 짓게 하고 행복에 물들게 한다면 그것만큼의 진수성찬이 있을까요. 미오새님이 일주일에 두세 번 내려놓고 가시는 시상의 찬거리가 늘 넘쳐나 데치고 삶고 볶고 무치고 하는 작업에 신명이 난답니다. 비록 어떤 때는 싱겁기도 하고 때로 너무 짜기도 하고 어떨 때는 뭔가 부족한 듯 지웠다 썼다 반복해도 늘 넘쳐나는 글의 재료가 된답니다. 사색의 향기에 올려진 글들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오고가는 대화를 경청하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고 더욱 미오새님의 방문이 기다려지기에 인터넷 접속이 즐겁습니다. 이만하면 저 모범생축에는 들겠지요? 이만하면 괜찮은 아부 같지요? 남녘을 다녀온 지인이 그곳에는 벌서 아카시향이 진동하더라고 귀띔해주었답니다. 미오새님, 아카시꽃향기처럼 향기 물씬 나는 오월의 중순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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