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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석 노숙인

김봉길 2007. 06. 06. 오전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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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석 노숙인



세상 한가운데라고 믿었을 거다.

전철 경로석에 누어 눈을 기다랗게 감은 것은.

오래된 눈물과 얼굴과 시간이 덜컹 덩그렁 거린다.

사내는 화낼 줄도 울 줄도 모르는 듯하다.

사람들은 외면하지도 오래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몇 번 바라보았을 뿐.


그러나 잠깐 순간마다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지금 살아 함께 숨 쉬고 있는 거라면,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우연함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닌 것처럼 아닐 거라며 다른 생각에 행동을 했을 것이다.

모두 서로는 나를 따라 하고 있다고 믿고 싶을 거다.

서로 보고 서로 나를 따라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지금,

그러나, 서로 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아픔 같은 것에

숨죽여 자신을 비웃었을 것이다.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서로 다르게 보였으면 좋겠다.

그런가? 

내가 먼저 모두를 다르게 보아야만 그렇게 될까?

내가 다르다고 외치며 다녀야 그렇게 될까?

어쩌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걸 그냥 하는 일이 좋을 듯하다.

나를 보라며 사내가 외치고 있는 듯하다.

나로 인해 사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웃으며 그저 몇 번 바라보았을 뿐이다.

손바닥에 비친 내 얼굴 보듯.


오래된 것을 많이 가진 사내가 꿈틀거렸다.

반대 옆구리를 세상에 드러냈다.

희끗 위 속옷이 발그레 웃었다.

세상 한 가운데가 바뀌는 아침 순간이었다.

바라보는 세상은 사람 저마다 가운데에 있었다.

전철 의자는 공평한 세상 한가운데였다.


댓글 1개

포아풀 2007. 06. 07. 오전 09:48

고래의 뱃속 같은 전철역에서 바다풀처럼 흐느적거리는 사람들. 문이 열리면 또 어디론가 길을 찾아 떠나지요. 전철의 사람들 표정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듯, 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은 듯한 표정들이지요. 버스는 밖의 풍경도 보고 바람도 쐬며 가지만 전철은 눈뜨면 보이는 사람의 얼굴이 때로 부담스러워 일까요. 눈을 감은 이들이 많지요. 한 번쯤 만났을 노숙인의 표정과 행동을 눈여겨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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