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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전설 1
울산에서 양산을 거쳐 부산, 마산으로 이어지는 경부고속도로는 일부 구간이 비상시 활주로로 쓰기 위하여 중앙선 구분 가드레일이 없는 부분이 있다.
지금은 곳곳에 자동 속도 감지기가 설치 되어있고 수시로 이동 감지기가 출몰(?)하여 차량들의 속도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한때 이 도로를 ‘영남의 아우토반’ 이라고 부를 정도로 속도광들에 의해 속도 경쟁이 치열했던 곳이다.
십수년전만 하더라도 야간 운행 차량이 많지 않을 때 밤이 되면 철딱서니 없는 고양들이 먼발치에서 헤드라이트를 보고 뛰어들다가 넓은 도로를 건너기도 전에 차에 치여서 횡사하는 바람에 도로 곳곳에서 처참하게 뻗어있는 고양이의 사체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그 시절 양산은 부산 변두리의 경남 극동 지역으로 지명만 겨우 알려져있는 진영 수준의 작은 읍이었다. 그런 작은 마을이었지만 양산과 물금간 지역 대립은 상당히 첨예했다. 양산이 오랜 기간동안 수성하고 있는 가운데 물금지역의 도전이 거센 그 어느 시절 도둑고양이들의 이야기이다.
양산지역을 오랫동안 장악해오던 양산파 도둑고양이 협의회는 물금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물금파 도둑고양이 협의회의 결사대에 의해 극렬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었다.
선대에 서로 간의 평화적불침범협의서를 체결한 바 있었지만 물금 지역의 경제가 취약해지면서 물금파는 양산파의 보호를 받고 있는 도둑고양이들의 나와바리를 침범하고 있었다.
이전 같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었지만 오랫동안 평화를 유지해오면서 타성에 젖어있었던 양산파로서는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물금파의 게릴라식 국지적 침투에 효율적으로 저지할 여력이 충분치 않았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양산파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여기고 양산파의 고문들을 위시하여 집행부를 긴급 소집하고 총본부가 있는 내원사 계곡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초대묘장을 지낸 ‘열혈야옹’ 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러분, 이게 도대체 뭔 일잉교? 쪽팔려서 요즘 생선 맛을 느낄 수가 없어요. 젊음을 바쳐 양산을 지켜 준 대가가 겨우 이정도란 말잉교? 본인은 열혈 야옹이 아니라 이제 열혈야 옹이라는 걸 알아주세요. 그러게 젊은 차세대를 키우라고 그렇게 얘기 했건만. 쯔쯔.”
모두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가운데 현 묘장인 ‘몸집대왕’이 입을 열었다.
“사실 열혈야옹님께서 이 지역을 다스릴 때만 하더라도 저들이 이렇듯 오만방자한 상황을 야기시키리라고는 상하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계열의 고양이들은 본연의 날쌘돌이 능력을 천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집고양이와 다를 바 없이 저를 포함해서 개별묘의 폼생폼사를 위해 틀을 잡기에 혈안이 된 게 사실입니다. 저도 그런 시류를 바탕으로 묘장이 된 걸 인정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날쌔기를 겨루자고 나오면 자신이 없습니다. 그들은 한바탕 시비를 걸어놓고 우리가 협의서를 들고 나오면 시대에 맞지 않는다하면서 승부를 요청할 게 불을 보듯 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길고 짧은 장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모두가 침울한 가운데 조심스럽게 지난해까지 묘장을 했던 ‘바람돌이’ 가 입을 열었다.
“열혈야옹님께서 이룩한 평화를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저쪽에서 저렇듯 실력행사를 통하여 전쟁을 일으키길 원한다는 게 확실해진 이상 물러서면 절대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직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예상하고 젊은묘들을 비밀리에 조련 해 두었습니다.”
모든 고양이들이 입을 벌리고 눈이 동그래지면서 안도와 고마움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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