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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전설 2

한민 2007. 06. 17. 오후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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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야옹이 반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역시 우리 직전묘장은 평소에 믿는바 그대로를 실천하는 지성묘의 표본이라 할 수 있소. 초창기 본묘는 여기서 터를 이룰 때 주변의 거센 도전을 타개하기 위하여 인간들이 만들어 낸 쇠발통과 죽음의 경주를 벌였소. 인간들은 우리의 삶의 터전을 양쪽으로 가로 질러 쇠발통만 다닐 수 있도록 절망의 계곡을 만들었지. 그로 인하여 우리의 활동무대가 동서로 단절됨과 동시에 서쪽으로 국한되자 물금파와의 전투가 불가피했소. 물금파는 예로부터 수로를 끼고 활동한 족속으로 성격이 거칠고 포악하여 전면전은 피차간 큰 화를 볼 게 뻔하여 물금파의 묘장인 ‘물금대왕’과 일대일 죽음의 경주를 벌이기로 제안을 했소.”


  열혈야옹은 숨이 가쁜지 물을 달라고 했다.


  바람돌이가 입을 열었다.

  “그 당시 본묘는 그 경기의 참관묘 자격으로 참여한 아버지의 앞발에 이끌려 그 장면을 보았죠. 인간들이 우리 지역을 동서로 분단시킨 '절망의 계곡'은 아이러니 하게도 치열한 정쟁의 협의점을 찾을 명분을 주었지요. 인간이 만든 쇠발통과의 경주, 그것도 절망의 계곡에서도 가장 긴 곳에서. 인간들이 만든 쇠발통이 나타나면 그 계곡을 쇠발통이 오기 전에 가로질러 건너편까지 건너가는 것은 오만한 인간들에게는 콧대를 납작하게 하는 거사요, 안으로 우리들에게는 평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죠. 그 날 밤의 장면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열혈야옹'님께서 '물금대왕'과 함께 서실 때만 해도 풍채에 눌려 불안했었는데 쇠발통이 나타나고 죽음의 경주가 시작되자 그야말로 바람처럼 절망의 계곡을 가로질러 가시더군요. '물금대왕'도 빨랐지만 '열혈야옹'님의 꼬리만 구경해야 했지요. 그날 저녁에 '물금대왕'은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물금지역에서만 활동하기로 협의서에 조기 눈까리 먹물을 찍었지요. 그 후 '열혈야옹'을 존경하시던 선친께서는 저에게 언젠가 이러한 일이 재현될 것에 대비해서 준비해두라고 신신당부를 하신 바가 있습니다. 저들 역시 물금대왕의 조기 눈까리 먹물을 무시할 순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충분히 준비를 해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첩보에 의하면 이미 절망의 계곡에서 무수히 많은 실전훈련을 병행해 왔으며 순교묘에 대해서는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하고 우량 생선 등을 지급하여 지원묘가 대단히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몸집대왕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바람돌이님께서는 그에 필적할 만한 수준의 준비를 하고 계셨단 말씀이십니까.”

  “생선이지.” (그들은 당연하다는 말을 이렇게 한다.)

 

  다시 안도와 놀라움의 표정이 무리들 사이에 일기 시작했다.


  몸집대왕은 평화로운 시기에는 상당히 지혜를 발휘하는 고양이어서 위기를 타개할 대안이 나타나자 일사천리로 모든 일을 처리해나가기 시작했다.

  물금파에게 문제해결을 위한 실무적인 만남을 제안하는 서신을 전달할 고양이를 선임하고  죽음의 경주를 위한 준비위묘장에 바람돌이를 선임했다.

  그리고 일자를 팔월대보름으로 결정하여 이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로 결정했다.


  예상대로 물금파 에서는 오랜 숙원이던 평화협정서를 파기하기 위하여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었고 기세등등하게 모든 조건과 일자 등을 수락하고 팔원대보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 한시적인 평화의 시기가 있었는데 그것이 지속될지 깨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팔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저녁 바람돌이의 거처.

  바람돌이 앞에는 젊고 눈이 큰 까만 고양이가 공손히 앉아있었다.

  바람돌이가 입을 열었다.

  “아들아, 때가 왔다. 우리 바람돌이 가문의 영광을 재현할 때가 왔다. 내일 밤 그 동안 갈고 닦아온 너의 솜씨를 보여 줄 때가 바로 그 때이다. 열혈야옹님은 단신으로 물금파를 제압하고 최장기간 이 지역을 다스려왔다. 내일은 실질적인 너의 출정식이 될 것이다. 몸집대왕은 이제 시효가 다 된 고양이다. 이미 앞 발, 뒤 발이 다 잘린 상태다.”


  바람돌이 주니어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드디어 팔월대보름이 밝은 늦은 밤이 되었다.


  물금파의 대표주자인 ‘물찬제비 잡아먹은 고양이’가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며 출발선에 네발로 서고 뒤이어 양산파의 대표주자 ‘바람돌이 주니어’ 옆에 서자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절망의 계곡을 뒤덮었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하여 부산에서 특별 초빙한 감독묘가 쇠발통이 처음 나타나는 언덕 지점에 서서 쇠발통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선의 두 고양이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죽음의 경주를 알리는 쇠발통의 밝은 눈빛이 언덕위로 보이기 시작했다.

  감독묘는 시작을 알리는 울음을 길게 내뱉었다.

  특별초빙된 감독묘의 울음소리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절망의 계곡에 모여 있던 모든 고양이들은 귀고막을 강렬하게 찢는 감독묘의 울음소리에 귀를 앞발로 막으며 출발선을 일제히 응시했다.

댓글 3개

포아풀 2007. 06. 18. 오전 10:07

고양이의 전설 완결 편(?)을 기다리며... 의인법이 돋보이는, 인간사에 비유한 얘기가 흥미를 끄는...

미카 2007. 06. 18. 오후 05:16

엄청 잼있게 봤습니다. 마음이 후련하군요~!!

한민 2007. 06. 23. 오후 09:31

포아풀님, 미카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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