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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
어느새 입사 20년차인 나는 뷰젤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의 생산관리부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세계 7위권의 자동차생산규모, 그 중에서도 가장 최신설비의 이 공장은 누구에게나 도전과 꿈의 대상이었다. 특히 생산관리부서장은 공장장의 최측근 참모로 공장장이 감독이라면 수석 코치에 해당하는 자리다. 새벽에 출근하여 밤늦도록 일만 하고 지낸 지난 20여년의 세월에 대한 보답으로서 그리 나쁘지 않은 자리였다.
무수히 많은 경쟁자들, 특히 일류대학출신들을 물리치고 차지한 자리여서 더욱 자랑스러웠다.
나는 부서장에 취임할 때 모든 축하행사를 전폐하고 사무직의 출근시간을 한 시간씩 앞당기라고 지시하고 여섯시에 출근을 했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들이 나오긴 했지만 가장 먼저 출근하는 부서장에게 감히 대놓고 얘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야간반의 교대를 지켜보면서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주간반이 시작될 때 공장을 한바퀴 돌았다.
워밍업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려는 나의 생각은 맞아 떨어졌고 공장 가동률을 상당히 올릴 수 있었다. 이미 국내사에서는 가동률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최신 설비 공장에서 가동률의 상승은 원가절감 및 생산성이 엄청나게 향상되었음을 뜻한다. 부사장과 신공장장은 차례로 나를 격려했고 정신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내던 무렵이었다.
책상위에 ‘신상무님 호출’이라는 메모지가 놓여있었다.
‘도대체 무슨 문제일까!’
핸드폰에 도장공장의 기차장의 전화번호가 찍혀 있어서 버튼을 길게 눌렀다.
기차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뭔가 사건이 벌어졌었다는 예감이 들었다.
“송 차장, 도대체 어디 있었어! 지금 난리야, 오늘 들어온 페인트가 엉망이라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어제 저녁 입고 시 품질 검사를 완료하고 부랴부랴 도장 탱크에 충만 시킨 페인트가 불량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지만 신상무의 호출이 그것 때문이라면 내용을 파악해 두는 게 낫겠다 싶었다.
한달음에 도장 공장으로 달려가서 도장공장 로봇을 제어하는 제어실로 향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분위기가 구석구석에 깔려 있었다. 도장 공장으로 향하면서 도장품질검 사과장에게 탱크 내의 도료를 다시 분석 하라고 지시했다. 입고 당시나 지금이나 제품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우선 페인트 입고시점이 평소보다 이삼일이 지체되었고, 도장 공장으로 향하는 창고 구실을 하는 PBS(PAINTED BODY STORAGE)의 총괄관리자와 기술자가 동시에 그만 두었다는 점과 이들을 대체하는 기술팀이 이제서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되었다는 것이 개운하지 않았다.
직업병인지 보직에 대한 집착일런지는 모르지만 사안이 발생할 때 마다 제일 먼저 두개골을 관통하며 동시에 뒷골을 뻐근하게 만드는 생각이 있다.
‘또 누가 나를 음해하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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