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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

한민 2007. 06. 25. 오후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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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장님, 아무리 그러시더라도 저에게 먼저 연락하시는 게 순서 아닌가요?”

  “송차장 무슨 소리야, 당신에게 제일 먼저 연락했지, 내가 그 정도도 모르는지 알아?”

  “그럼 이 사실을 어떻게 신상무님께서 알고 계십니까?”

  “적어도 나는 보고를 하지 않았어, 자네 지난번 내가 그 양반에게 깨지고 뭐가 즐거운 보고라고 내입으로 하겠나. 그냥 ‘나중에 한번 깨지고 말지’ 하면서 이미 포기했네. 오히려 자네가 도장관련 문제라면 나에게 질문을 해야지, 왜 품질과장에게 전화하는 건가? 그건 계통이 올바른 건가?”

  “선배님, 이건 긴급상황이잖습니까.”

  “생관부서장은 계통을 무시해도 괜찮고 도장부서장은 계통을 무시하면 안 되는건가? 급하면 공장장이 아니라 사장에게도 연락할 수 있는 거지.”

  “결국 공장장님께 보고를 드렸단 말씀으로 간주해도 되는 겁니까?”

  “뭐라고? 아니 이 자식이 생관부서장 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

  도장기술의 허과장이 진화에 나서며 말했다.

  “두 분 이런 모습 배우라시는 겁니까? 급한 건 라인입니다. 현장에서는 이번 건과 관련하여 전혀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프로그램입니다. 스프레이 로봇의 도료 분출량에 미세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오히려 큰 문제라면 발견이 아주 쉽고 빠르게 대처하겠지만 이번 건은 역설적으로 육안으로는 분간하기 힘든 정도여서...”

   허과장의 말을 자르면서 물었다.

  “도료 문제가 아니라 로봇 제어 프로그램의 문제라면 대응방안이 뭡니까?”

  “중앙전산실에서 실무자가 지금 오고 있습니다. 전산실에서는 우리부서에서 프로그램 관리가 부실하다지만 전산문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산실 김대리가 나타났다.

  항상 그렇듯이 졸리는 눈과 꺼칠한 피부의 김대리는 로봇을 제어하는 컴퓨터 앞으로 가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판을 두들겼다. 침묵의 5분이 하루처럼 지나자 김대리는 일어서면서 말했다.

  “시험차 넣어보세요.”

  도장기술과 허과장이 사인을 보내자 스프레이 로봇이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했다. 우주복을 연상케 하는 하얀 옷을 입고 유리관을 둘러 쓴 도장기술과의 요원들의 몸놀림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김대리의 어깨를 건드리며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허과장에게 시험결과가 나오는 대로 보고해 달라고 말하고 신상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장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나오는 동안 기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씨발누미, 지만 잘났어.”


  공장 내 제한 속도를 무시하고 차를 몰았다. 어느새 30분이 흘렀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신상무에게 보고할 내용을 정리하는 데는 요긴한 시간이었다.

  문자가 왔다는 이모티콘이 깜빡거렸다.

  ‘라인정상. 생산량달성 위해 금주 토, 일 특근 예정.’

  도장생산과 이과장이었다.


  ‘믿을만한 놈은 이과장 밖에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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