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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찾아가는 지하철 풍속도

김문기 2007. 07. 07. 오후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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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빛의  사랑 때문에
육체의  날개없는  영광을  견디며
알미늄  지팡이  끝으로  흐르는  
금속의  갈증  속으로
마지막  노을같은  찬송가에  매어  달려서   
나룻배  처럼  지하철  속을  지나  간다   
느리게  느리게
불가능한  삶의  수면  위를  
헤엄치듯  떠내려 가듯
흐터지는  생명의  물거품  처럼
한없이  우울한  망각  속으로  지나  간다
귀에  이어폰  줄을  연결한  청미니의  천사도
오늘은  그대에게  청각 장애자다 
휴대폰에  거미줄처럼  엉켜붙은
신세대  언어들은  애무하는  물결처럼
월식의  바다  빛깔에  잠겨  있고
비만의  타조여인은   오늘  사막의  졸음에  갇혀  있다
신문에  얼굴을  복사하는 얼굴 없는 아버지의  지친  육체는
오늘  타인을  향한  기능이  지워져  있다
보상받을  수  없는  우유부단한  열망의  지성도
머언  불빛처럼  얇아진  책갈피 속에서
권력의  불안을
음악도  없이  읽고  있다
후기구조주의의  가지  끝으로  나뭇잎처럼 
매어달려  있는  심장  속에
나부끼는  잔돈의  울림  때문에
오늘이  부끄럽다
(휴대폰을  열었다)
\"그대와  동질화된  문자의  은유  속으로  지금  가고 있습니다\"
<문자보내기>를  확인  하는 엄지 손가락 끝에서 엽서봉투 한 장이
어둠 속으로  날아 간다
탈중력의  미소와     무의식  속의  불빛이
민첩하게  시간의  웅얼거림  밖으로 스쳐간다
어둠의  사유를  부서뜨리는  지하철의  흔들림과 함께
침묵의 그림자가  흔들린다
허물어진  땅속으로  욕망의  별이  흐르고
꽃잎처럼  날려 가는  절망  속으로,
알미늄  속으로,   알미늄  뼈 의  노래  속으로,
세상의  눈물방울  속으로  숨어  있는 
그대  비밀스런  침묵의  육체  속으로,
기다림의  층계를  오르내리는 
눈동자의  시린  공허  속으로,  다가 왔다가
지상의  햇빛속으로  돌아 가려는 
얼굴들이 낯이 익는다 
<답신>
\"여성과  남성의  분리감은  환상이다
여성은  남성의 완성이고  남성은  여성의  아들이고
여성 언어의 완성된다
나는  지금  인간된  인간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침묵과의  대화는  빛과 어둠의 뼈를  둘다  만져봐야 돼
방금  내  알미늄  지팡이가  더듬더듬 
네 곁을  지나가지  않았느냐
네가 나에게  천국을  주문  하듯이........
나는  동대문  운동장  역에서  내려
건강한  육체와  유행하는  옷을  갈아입고
1004호선  열차로  환승했다
여기서는  모두들  기꺼히  내게  탑승료를  내거든\"
환승역을  예고하는 새소리가  번진다
(안내방송)
여기는  동대문  운동장역 입니다
성전으로  향하실  분들은 이곳에서 
1004호선  열차로  갈아타십시요
내리실  문은  심장  쪽  입니다
1004호선  열차는   거룩하고  성의있는  의상을  갖추어야
안심이  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소지품은  모두  위탁해야만  합니다
또한  입고있는  우아한  옷들도  열차가  종착역에
다다르기  전에 모두  벗어야  합니다
유리보다  투명해야  도착할수  있는  곳  으로 가고  있습니다
^^^^^^^^^^ (휴대폰의 진동)
<발신자 번호 없음>
(안내방송)
\"이  열차는  선로가  지워져  통행이  불가능  합니다
`한분도  빠짐없 이  하차 하시기  바람니다
다시 다른  통행방법을  알아 보십시오\"
닫힌  문  속에서  황금  종려나무 같은 
그대의  전율이  번짐니다
그대를  방심했던   그곳
이제  지하철이  끊어지고
알미늄  지팡이로  힘겹게  힘겹게
내  어둠을  짊어지고  지나가던
그대의  꽃잎이   보이질  않네
하얀  어둠만  핏줄 속으로  흐르네
2007 .7.7          5호선 지하철에서

댓글 3개

포아풀 2007. 07. 08. 오전 01:35

흔들리는 수초처럼, 물고기처럼 지하도 계단을 내려갑니다. 그곳은 작은 세상입니다. 심연의 바다 속 같은 우리들의 공간이지요. 이어폰을 꽂은 아가씨, 세상의 소리와 단절의 담을 쌓았네요. 엄지족의 신세대들은 휴대폰 문자에 정신이 팔리고 뚱뚱한 중년의 여인은 졸음을 이기지 못해 기울어져 있습니다. 신문으로 얼굴 전체를 덮은 중년의 남자도 졸음에 갇혀 있습니다. 알지 못할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은 채 달려갑니다. 동전 몇 개 달랑거리는 빈 주머니가 어깨를 더욱 처지게 하는군요. 지팡이에 의지한 맹인이 지나갑니다. 그의 바구니에 동전을 던져줍니다. 그 동전은 그를 동정함이라기보다는 나 자신의 천국행을 담보하는 대가의 그것은 아니었을까요. 천국행 열차, 1004호. 천사를 만나고 싶으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천사의 마음을 가져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맹인에게 적선한 알량한 마음이 마치 천국행을 약속 받은 듯 흡족합니다. 천국행의 1004호, 그 열차를 아직 탑승한 경험은 없어요. 다른 이들도 그곳의 얘기는 전해주지 않네요. 그냥 미지의 곳으로 남겨둘까 봐요, 아직은. 김문기 선생님, 대단하세요. 시 속 미로 여행을 즐기다가 이제야 정신이 드네요. 부족한 시심으로 달려가 이해의 한 자락과 공감의 한 자락을 잡아봅니다.

김문기 2007. 07. 08. 오후 12:09

포아풀의 의미를 우리말의 첫 인상으로 다가가 봅니다 포근하고 아름다운 풀밭으로 우리 모두를 이끌어 시심의 향기를 일깨워 주는 초원 그곳으로 7월의 유목을 시작합니다 질 들레즈와 함께 포아풀의 잔잔한 꽃들이 아득하게 손을 흔드는 곳 삶의 미소와 진리의 향을 함께 만날수 있는 넓고 먼 지평선 을 품에 안고 있는 포아풀 시인님의 위대한 여름을 기대하겠습니다 시 낭송의 빛깔은 지구를 아우르며 우주를 적시는 은밀한 상상력의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 메아리가 언제나 존재의 중력처럼 또는 공기의 포옹처럼 지워지지 않는 정감으로 흐름니다

포아풀 2007. 07. 09. 오전 09:44

오독의 위험, 혹은 오독의 즐거움! 시인의 의도에 제대로 접근도 못하면서 감히 어설픈 감상을 피력한다는 것, 죄송한 일이지요. 그래서 오독의 위험입니다. 그러나 독자가 그렇게 해석하고 느낀다면 그것도 독자의 몫이겠지요. 그래서 오독의 즐거움입니다. 어설픈 질 들레즈 흉내에 마음이 상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시인님의 귀한 말씀이 큰 메아리 되어 제 하루가, 제 시심이 큰 용기를 얻습니다. 누구나 전하지 못하는 시적 표현과 깊이에 경의를 표하며 선생님의 그 시력을 조금이라도 얻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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