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連作詩-방[1-5편]

松花 강봉환 2007. 08. 13. 오전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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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1-[상자]
 
松花 강 봉환
 
직선과 대각이 만나고
어디라도 내안의 틀에
빠져나갈 틈새도 없이
막혀버린 꿈꾸는 상자
 
틀 안에 지배당하고
날 숨 막히게 해버린
가상한 너의 존재는
막혀버린 꿈꾸는 상자
 
이제 숨을 쉬고 싶은
게름한 눈을 뜬 체
철저하게 갇혀버린
꽉 막힌 꿈꾸는 상자
 
그곳에도 처절하게
하늘이 있고 땅이 있어
내 존재를 받쳐주는
숨 쉬는 공기가 있다


방2-[거리]

松花 강 봉환

거기엔 사람들이 오고가고 끝없는
무수한 희비가 있으련만
툭 차버리고 나갈 수만 있다면
내 발로 그곳에 안주도 할 텐데
여기는 막다른 길목인가
오는 사람 없고 나 홀로 서있네
헐거운 흙벽사이 틈새도 보이고
비집고 바라보면 또 다른 세상
그래도 여기는 막혀버린 골목
나 혼자 수없이 왔다갔다 다니건만
아직도 나는 이 길을 헤매는데
찾아오는 사람은 없어도
내일을 향한 꿈을 꾸러 나 지금
꽉 막힌 막다른 골목길을 나가보겠네.


방3-[선풍기]

松花 강 봉환


온 종일 재수 없이 삐거덕거리며
힘없이 도는 낡은 선풍기바람에
꽉 막힌 여기 유일하게 움직이는
숨 쉬는 인간... 나는 지금 무엇인가
적막함에 숨을 쉬고는 있는 걸까

미동도 없이 묵언수행을 시작하고
어둠과 빛만이 교행한지 보름째
내 눈가엔 눈곱으로 흐므레하며
돌다 지쳤는지 가끔은 삐거덕
멈추기라도 하려는 듯 머뭇거리며

이 방에 고약한 주인 의식해 돌아가지
너나내나 고독하고 한심하긴 똑같은데
그나마 제 주인, 숨 쉬는 인간을 위해
마지못해 돌며 내 존재가 가소로워
삐거덕 거리며 찌는 더위를 식혀주네


방4-[목침]

松花 강 봉환


벽오동나무로 다듬고 다듬어
내 모가지에 알맞게 만들어진
바람결보다도 가볍고 오래된
달고 달은 애물단지 퇴침부인

멍하니 누워 천정을 바라보며
가벼이 오수를 청해보려 한들
지친 몸 이러저러한 생각들로
한 몸 잠시 누워질 수 있도록
게름하게 눈감아 보려고 해도

뚜벅뚜벅 걸어오는 삶의 무게
자는 둥 마는 둥 헤맬 수밖에
그래도 정이 든 목침이 없인
선뜻 잠이 오지 않아 힘들어도
내 팔베개보다는 편안 하구나

방5-[호롱불]

松花 강 봉환

꺼져갈 듯 꺼지진 않고
팔락거려 깊은 밤을 깨우는
나그네 생각을 알기라도 하듯
졸며 깜박이는 호롱불 앞에
섣달 그믐밤 깊어만 간다.
그 옛날 과거 공부하는 선비처럼
이 밤, 꼬부라지는 불빛 속에
깊은 산사의 끊어질듯 이어지는
스님의 염불소리와 함께
내 한 몸도 호롱불과 함께
묵언수행으로 일관한 일상을
오늘도 아스라이 타 들어 간다.


시작노트:

삶의 처절함과도 같은 묵언수행, 나 자신의 자아를 깨닫고 고뇌에 찬 오욕을 떨구고자 시작했던 지난날의 산사불사 중에 있었던 사면이 꽉 막힌 비좁은 방안이지만 많은 상념들로 길고긴 하루를 여러 날 보내면서도 세상 것과의 인연이 뭐 그리 중한지 물욕에 어두워 삶을 어렵게만 이끌어 가던 시절, 내안의 인생[삼라만상]이 조그마한 1평짜리 방에서도 나 스스로 세상 일상을 읽고 있었다.


댓글 2개

포아풀 2007. 08. 13. 오전 11:01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네모난 방이 아닌 둥근 방이면 어떨까 하고... 아파트도 사각, 방도 사각... 조금은 바꾸어 보고 싶은 상상입니다. 목침을 생각하면 저는 늘 외할아버지 생각이 나지요. 수십 년 전 돌아가셨지만 목침은 그분의 유품처럼 남아있었지요. 지금은 그것의 존재도 잊고 살았네요. 연작시 잘 읽었습니다.

이옥경 2007. 08. 13. 오후 10:43

호롱불에 대한 영화같은 아련한 영상하나가 떠오르네요. 멀리 월남으로 떠나보내고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로 매일매일 일기장처럼 써서 보내시던 아버지와 그 글을 매일매일 호롱불 밑에서 읽고 또 읽으며 몰래 숨죽이며 그리움의 눈물을 훔치시던 젊은날의 엄마 모습이 아름답게 떠 오릅니다. 학 같이 길었던 엄마의 희디흰 목줄기를 타고 흐르던 그리움의 흐느낌으로 흔들리던 호롱불이었던건지 아님 어린아이 눈에도 느껴졌던 슬픈눈물의 흔들림이었던지... 그날 그렇게 흔들리며 타오르던 호롱불에 비치었던 그 장면은 두고두고 가슴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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