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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단편] 개 기르는 법(5)

황태영 2007. 08. 24. 오전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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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기르는 법(5)

                                                     황태영

       에, 그리고 산보를 나가면 처음엔 개줄에 묶어 다녔었는데 워낙 녀석이 조용히 나의 발걸음에 알맞게 걸어가기에 한번은 개줄을 풀어줘봤지.
     녀석은 성난 황소처럼 풀쩍풀쩍 뛰며 쏜살같이 곧장 전방으로 달려가더니 여러 골목으로 갈라지는 지점에 이르자 나의 명령을 기다리는듯 가만히 서 있더라구. 난 좌측 골목으로 가라는 뜻으로 팔을 쭉 뻗어 왼쪽으로 가리켜봤어. 아, 그랬더니 신통하게도 그때서야 좌측 골목으로 쑥 들어가더라구. 그래서 그 날부턴 아예 개줄을 풀고 다녔어.
    여러분들 다람쥐 우리를 본 적이 있나 모르겠군. 다람쥐 우리엔 다람쥐가 들어가서 돌릴 수 있게끔 쳇바퀴가 있잖아. 만약 그것이 없다면 다람쥐는 이내 죽어버린다구. 다람쥐는 활동성이 너무나 강한 동물이어서 일정량의 운동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계속 쌓여 죽는다는 거야.
    개도 마찬가지야. 적당한 하루분의 운동을 시켜줘야 병도 안걸리고 무럭무럭 잘 크거든. 그러나, 이 바쁜 도시생활에 나도 정신없이 바빠 죽겠는데 일일이 개 한 마리한테 신경써서 운동시켜 줄 수 있어? 함께 산보 나가서 똥이나 누게 하는 게 고작이지. 함께 못나갈 땐 개줄을 풀어주고 대문 밖으로 내보내는데 그럼 녀석은 같이 산보하고 싶다는 듯이 빤히 쳐다보며 기특하게 그냥 서 있다니까. 그럼 난 꼭 쥔 주먹으로 집게 손가락만 펼친 채 위험하니 찻길을 건너 멀리 가지말고 집 주위에서만 놀아라는 뜻으로 땅바닥을 향해 수평으로 빙그르르 몇 차례 원을 그리지. 그러면 그제서야 쫑은 집 주위를 혼자서 뱅그르르 돌다가는 이내 웡웡하며 대문 앞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짖어댄단 말야. 난 녀석이 워낙 영특해 좀 더 놀다오라고 다시 땅을 향해 원을 그리곤 했어. 물론 항상 말을 잘 들었던 것은 아냐. 어쩌다 한번씩 너무나 말을 안들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몽둥이로 뒈져라고 패댄 적도 있긴 있어.
     그러나 대부분 녀석은 꼬박꼬박 말을 잘 듣고 조용했었다구.
    그런데 하루는 혼자서 산책을 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더니 그 날부터는 개집 안에 틀어박혀 계속 금식을 하기 시작하는 거야. 이러다간 개를 죽이겠더라구. 걱정되어 먹음직스런 고깃덩이를 넣어주었는데도 이 자식이 주인의 성의를 무시하고 계속 입도 안대더라니까. 나중엔 억지로 밥을 먹이려고 했지. 그러자 녀석은 개집 안에 웅크린 채 늑대처럼 허옇게 날카로운 잇발을 드러내곤 으르렁거리며 자기 곁에 접근을 못하게 하더군. 나중에는 흰자위를 드러내며 미친 개처럼 마구 달겨들더라니까. 심지어는 내 왼쪽 다리가 물어뜯겨 피가 줄줄 흘렀다구. 야 피를 보니까 그것도 다른 사람 피도 아니고 소중한 내 피를 보니까 정말 눈 앞에 아무것도 안보이데. 몽둥이로 뒈져라 하고 마구재비로 두들겨 팼지. 참는데도 한계가 있는 거야. 그리고는 난 이 미친놈의 개를 개장수에게 팔아버렸지.
     역시 개는 인간적으로 대우해주면 끝내는 배신한다니까. 자주 개패듯이 패야 말을 잘 듣는다구. 여러분들도 그래, 사실 개 기르는 법이 별것 아냐. 그저 뒈져라 하고 자주 패대면 기차게 말 잘 듣게 되어 있어.
     며칠 전에 신문을 보니까 88 올림픽때문에 혐오식품으로 지정되어 요새는 보신탕이 금지되어 개값이 똥값이래. 집 지키는 개야 뭐 시장에 가서 한 마리 사면 되는 거 아니겠어?
    거참, 날씨 한번 환장하게 좋군. 혹시 그동안 강아지를 낳지나 않았는지도 물어볼겸 우리 지나를 불러내어 함께 덕수궁이나 휙 둘러볼까.



         ▶ To be continued

댓글 1개

포아풀 2007. 08. 24. 오후 09:11

쫑이가 팔려버렸네요. 개패듯 팬다는 것, 그 구절에서 으~ 신음 하다가 아하, 소설이지! 현실로 돌아오곤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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