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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깎으며
감자를 돌려 깎다가
문득 어렸을 적 생각나
수저를 대고 힘껏 긁어본다
수도 없이 감자를 긁어
한쪽 날이 칼날처럼 닳아졌던 숟가락,
어머니의 가슴팍처럼 얄팍해진 그것은
신기하리만치 껍질을 얇게 한 꺼풀 벗겨냈다
감자는 숟가락으로 긁어야 살도 덜 깎이고
파근파근 맛있어야!
어머니는 껍질을 벗겨낼 때마다
당신의 시름 한 꺼풀씩 벗겨내셨을까
슬픔의 파편 하얗게 튄다
매일 나를 깎고 추스르지만
늘 고르게 다스리지 못하는 나는
언제쯤 허물 한 꺼풀 벗겨내
파근파근하고 구수한 맛의 그것으로
변해있을까
그리움 하얗게 튄다
댓글 11개
감자 깍던 그 숟가락 기억납니다. 하얗게 튀는 그리움과 슬픔의 정서에도 동감입니다.
감자를 물에 적당히 담근 뒤 껍데기를 긁어내는 느낌보다는 분리 시킨다는 느낌으로^^ 숟가락 손잡이 끝 부분은 감자 눈 부위를 후벼파는데 요긴하게 쓰였죠. 항상 사물의 좋은 점을 닮으시려는 포아풀님!! 조금 얄밉군요.^^
시인님도 기억하시는군요. 남자분들은 모르시는 줄 알았더니... 한민님 말씀이 맞네요. 긁는다기 보다는 분리시킨다는.. 힘 줘 긁으니 감자즙이 하얗게 튀던걸요. 숟가락 손잡이로 눈을 후벼 파는 것도 생각나요. 저보다 더 잘 아시는군요. 한민님, 조금 얄밉다는 표현이 오늘은 그저 좋아요. 김시인님, 한민님, 발걸음 고맙습니다.
감자를 한 양재기 깎고 나면 온 얼굴이 하얗게 변하여 서로를 보며 웃던일이 생각나네요. 그렇게 깎아 삶은 감자는 정말 포근포근하게 잘 익어서 하얀분을 입안 가득넣고 맛나게 먹었었지요. 지금 그옛날을 생각하자니 감자의 하얀파편이 정말 그리움의 파편같네요. 어릴적 추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추억을 공감한다는 것도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알아요. 어렸을 적 보고 자란 자연이 살아가면서 성정에 많은 것을 줍니다. 도회지 사람들이 못느끼는 순수함과 순함과 너그러움을 자연에서 배우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구요. 인공적인 것에 너무 길들여진 우리들이 돌아가야 할 땅, 흙이 바로 우리의 자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감자 깎는 것에서 시작해 이야기가 또 다른 곳으로 샜어요. 이옥경님의 댓글에 황송해서 주절거렸습니다. 예쁜 감자꽃이 피더니 어느새 맛있는 감자를 먹게 되네요. 계절은 말없이 제 자리를 물려주는 것 같아요. 늘 고맙습니다.
*포아풀님...그렇게 깍은 감자로 무슨 요리를 하셨습니까? 감자의 껍질을 깍지 않고 수저로 긁어 벗겨낸 그 이면에는 궁핍의 시대를 살았던 어머니들의 애환이 숨어있겠지요? 포아풀님...겸손도 지나치면 교만이 된다는 것쯤은 아시잖아요. 지금도 파근파근하고 구수한 맛이 넘쳐나는데 얼마나 더 구수해지고 싶으신가요?
무슨 반찬을 했냐구요? 듬성듬성 썰어 된장찌개도 끓이고 채쳐서 볶기도 하고 깍둑썰기로 썰어서 조림도 하고 납작하게 썰어서 밀가루 약간 묻혀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워내기도 했지요. 감자요리 홍보하는 것 같아요. 저는 강원도 태생이라 감자와 많이 친근해요. 밥 안칠 때 같이 넣으면 구수하고 맛있지요. 칼로 깎는 것보다 살을 덜 깎여나가게 하기 위해 수저로 긁는 게 더 파근파근하다고 했을 것 같아요. 요즈음은 돌려 깎는 칼이 있어서 편리하죠. 먼저 다가서지 못하고 낯가림을 하는 저, 아직은 벗겨야 할 허물이 많은 걸요. 좋은 말로 하면 신중하다고 하지만 때로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무모함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그런 분들이 정도 많던걸요. 미오새님은 제 추측으로 다정하고 친근하고 적극적이고...그런 분 같아요. 그러시죠?
*초등학교 몇 학년 때 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어렵지만, 어느날 주관식으로 낱말의 반대말을 묻는 국어시험이 있었어요. 미오새가 생각하기엔, 문제의 낱말 앞에 \"안\"자만 써 넣으면 되는 쉬운 시험이였지만 왠지 점수는 예상치 못했던 빠앙점 ! 그 때의 국어실력으로 포아풀님의 추측을 평가한다면, 다정하고 : 안 다정하고 친근하고 : 안 친근하고 적극적이고 : 안 적극적이고... 그래서 님의 추측은 빗나갔습니다. 휴대폰의 문자메세지나 온라인상에서 님들과 접촉할 수 있는 이런 기회는 숫기가 없는 탓인지 아직도 낯가림이 심한 미오새와 잘 어울리는 듯 싶어요. 감자로 요리할 수 있는 여러 메뉴가 입안에 군침을 돌게 만드네요.
미오새님의 어릴적 기특한(죄송...) 국어실력이 웃음을 만들어 주네요. 마치 영어단어 앞에 제가 반대말로 un만 붙이면 되는 줄 알던 것처럼... 추측이 빗나갔지는 알 수 없지만 제가 그렇게 믿는다면 그런 거랍니다. 오늘이 8월 마지막 날이네요. 밤잠도 잘 오고 이제는 살 것 같아요. 9월을 활기차게 여시기를 바래요, 미오새님.
감자 눈을 살며시 감짜 추억의 분말가루 감자꽃 향기 위로 내려온다 가난한 순수의 텃밭에서 캐어낸 그 꿈이 지금은 이름없는 하늘 빈 마음 열어 팍신하게 익은 감성 모두가 그맛을 기다리고있네
시샘님의 파근한 감성에 오히려 제가 젖어드는 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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