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사랑과 야망 1부 회상 과수원 오두막집

한민 2007. 08. 27. 오후 03:10
3544
   축구부는 합숙훈련을 하기 전에 마지막 휴식으로 주말동안 쉬기로 했다. 민채는 현중에게 한턱내라며 현중의 집에 가자고 했다. 현중은 순간적으로 얼굴을 찡그렸지만 다시 원래의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는 교수레슨을 받는 날이어서 다음에 들리겠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먼저 교문을 빠져나갔다. 

  현중의 집으로 가는 길에 민채가 물었다.
 
  “어떻게 공차면서 전교 일등을 하냐?” 
  “아버님 계실 때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중학교 과정을 다 했어. 공을 차려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셔서. 그 이후론 계속 예습 위주로 공부하니고 수업시간에 집중하니까 저절로 그렇게 되던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데, 아버님께서 지금은 안 계셔?” 
  “응, 집에는 안 계셔. 외국에 계셔. 그리고 공부하는 원리는 동일해, 미리 조금씩 집중해서 준비해 두면....  야, 너도 만만찮아! 종이 한 장 차이던데.” 

   민채는 현중이 서둘러 화제를 바꾸는 게 부자연스러워 보였지만 모른 체 하고  말했다.
 
  “우리 형이 서울대 법대야, 난 집에서 띨띨이로 통해.” 
  “형이 그렇다면 조금 그렇지.” 
  “뭐라고?” 
  “네가 말한 거지, 내 생각이 아니라.” 
  “그런데 집은 어디냐? 충분히 걸었는데.” 
  “따라와 보면 알아.” 
  둘은 약수터 가는 길로 들어섰다. 
  민채는 현중의 집이 약수터 가는 길목의 경치 좋은 별장 같은 집일 거라 막연히 추측했다. 

  대광고 뒤로 나있는 골목길을 따라 영치산 쪽으로 한참을 올라가다 민가가 끊어지고 이어서 조그만 오솔길 따라가자 과수원이 나타났다. 계속해서 올라가면 영치산 중턱의 약수터로 이어진다. 현중의 발걸음이 향하고 있는 것은 과수원이었다.
 

  과수원 안 쪽에는 작은 오두막집이 있었다. 민채는 현중의 얼굴을 살피며 잠깐 동안 설마 하는 생각을 가지고 오두막집과 현중을 번갈아 보았다.
 

  민채와 현중이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자 백발이 무성한 현중의 할머니는 손자와 손자의 친구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삶은 옥수수를 내 놓았다.
  민
채는 평상 위에 놓여있는 바리깡을 발견했다. 그제서야 민채는 현중이 왜 머리를 까까머리를 하고 다녔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민채는 천연덕스럽게 머리에 바리깡을 갖다 대다가 머리카락이 뽑히는 바람에 눈물을 찔끔 흘렸다. 현중이 조금 지나면 별 표시가 나지 않는다고 설득해도 끝내 머리를 고르게 해 달라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현중과 똑같이 까까머리가 된 그의 모습이 괴상망측하여 거울을 보고 둘은 눈물나도록 한참을 웃었다. 

  저녁 무렵, 현중의 할머니는 손님을 그냥 보내면 안 된다며 저녁상을 차렸다. 작은 상에 보리밥과 우거지 국 그리고 김치가 전부였지만 민채는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깨끗해진 밥그릇을 들어보였다. 

  석양이 곱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현중과 민채는 뒤뜰의 기다란 나무의자에 앉아 있었다. 

  민채가 물었다.
 
 “정말로 네가 신경 쓰기 싫어서 머리를 그렇게 하고 다닌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어.” 
 “사실대로 말하려면 길어지잖아.” 
 “아버님은 소식이 없어?” 
 “언젠가는 만나겠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잖아.” 
 “네가 이번 중간고사에서 일등해서 맛있는 것 뺏어먹으려고 왔는데 정말 맛있었어. 사실 어떻게 공부하는지 염탐하러 온 거지만.”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짜식. 넌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어. 벌써 두 번 놀랬잖아. 한 번은 시험 발표 때 그리고 한 번은 여기서.” 
  “아무도 데리고 오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에겐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민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간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깨며 민채가 말했다.
 
 \" 너무 늦어서 가봐야겠어.”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몰랐어.” 
 “월요일부터 고생 시작이다. 푹 쉬어라.” 

  말없이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며 악수를 하고 있던 그들의 손은 떨어질 줄 모르고  있었다. 둘은 월요일이 되면 만날 줄 알면서도 무척이나 아쉬운 표정으로 헤어졌다. 꼬불꼬불한 좁은 길은 내려가던 민채가 뒤돌아보며 들어가라는 손짓을 하자 현중은 크게 손을 흔들었다.
 

   나무 위에 애처롭게 걸린 조그만 노란 전구가 어둠을 간신히 밝히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댓글 0개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