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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 사냥

박종영 2007. 09. 04. 오후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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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 사냥
-유년의 추억-

글/박종영


논둑에 강아지풀을 뽑아
단단한 홀치기 한 개를 만든다.
벼포기에 숨어있는 기름진 메뚜기를 잡아
한나절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다.
논길 한쪽으로 도둑질 걸음으로 다가가
순간에 손바람을 일으켜 낚아채면,
영락없이 주먹 안에 잡혀 파닥거린다
이때, 다른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의 절규를
즐거움으로 뭉갠다.
 
논둑 풀섶을 휘젓다 보면 어김없이
수놈 신랑을 업은 암놈의 짝짓기가 한창이다.
저것들이 대낮에 찰싹 붙어 있다니,
심사가 뒤틀려 낚아채고 싶으나
그리움에 잡힌 절정의 순간을 훼방 놀 수는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정열이 싹트고 있었던가?
붉어진 얼굴 감추고 슬며시 비켜선다.
그때마다 등에 업은 한 쌍이
은빛 사랑 채우다 말고 포르르 논배미로 숨는다,
그냥 한곳에서 즐길 일이지...
환해지는 가슴 안고 집에 오는 길,
줄줄이 강아지 풀 홀치기에서 포시락 거리는 목숨들,
그 절박함을 위로하는 길은, 오직  
푸른 영혼으로 불살라 주는 것이다.

댓글 3개

포아풀 2007. 09. 05. 오전 11:42

저도 메뚜기 사냥 추억을 공감해요. 사 홉들이 소주병에 넣어서 집에 가져가면 어머님이 볶아주셨어요.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었지요. 어린 마음에도 짝짓기를 슬쩍 눈감아 주는 아량... 아름다운 추억의 글입니다.

이옥경 2007. 09. 05. 오후 05:30

한나절 메뚜기 사냥을 하고 뙤약볕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돌아오면 엄마한테 혼나던 생각이 납니다. 예나 지금이나 숙제 땜에...숙제도 잊고 그만큼 열심히 그 재미에 빠져 놀던 그때가 생각나 한자 적어봅니다. 그런데 저는 한꺼번에 두마리를 잡아서 좋다고..횡재했다고 좋아했었는데..그땐 정말 왜 그렇게 두마리였는지 몰랐었답니다. ㅋㅋ 순진해서요ㅠ.ㅠ

이점숙 2007. 09. 05. 오후 06:38

아~ 메뚜기!!! 입안에 맴도는 그 고소함과 함께 그리운 옜날이 살포시 포개어져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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