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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단편] 개 기르는 법(9)

황태영 2007. 09. 04. 오후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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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기르는 법(9)


                                                     황태영


    비듬도 비듬이지만, 간혹 온몸이 찌부덩하여 누군가가 좀 안마를 해줬으면 할 때가 있단 말야.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몽둥이질과 구둣발에 익숙하다 보니까 맞지 않은 날들이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면 온몸의 기력이 쑥 빠지고 영 컨디션이 안 좋거든. 그래서 역시 문군을 훈련시키기 시작했지. 놈의 못생긴 낯짝을 빤히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려도 보고, 녀석의 앞에서 안마하기 썩 좋게 뒷다리를 뒤로 쭉 뻗은 자세로 척 엎드려도 보고, 여러 동작을 취해 봤는데 내가 뭘 원하는지 눈꼽만큼도 감을 못잡데. 정말이지, 파트너 잘 만나야지 우리 문군처럼 돌대가리를 만나면 한평생 피곤하다니까.
    어쨌든 돌도 갈다보면 쓸모있는 절구가 되듯이 갖가지 훈련 끝에 결국은 성공했어. 문군이 늘 신경써서 반질 반질하게 닦아놓은 구두를 으적으적 씹어 잇발 자국을 수없이 많이 만들어놨거든. 가죽이 부드러워 진짜 씹기 좋데.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씹는 김에 더 씹어서 아예 걸레로 만들어 버렸지.
    그랬더니 나중에 그 걸레를 발견하곤 희한하게 허옇게 뒤집힌 두 눈으로 문군이 씩씩거리며 목재소 안을 분주히 돌아다니더니 어떻게 저 돌머리로 저렇게 좋은 걸 구했나 싶을 정도로 안마엔 안성마춤인 큼직한 몽둥이를 용케 구해 와서는 마구재비로 패더군.
    난 일부러 아픈 척 깽깽거리며 실컨 안마를 받았지. 그런데 너무 긴 시간 맞으면 안마가 아니라 고문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적당한 시점에서 온 동네가 시끄럽도록 목청껏 개 살려라, 하며 울부짖기 시작한단 말야. 내 목소리는 자타가 공인할만큼 굉장히 크다구. 그러면 문군의 가족들이 우르르 나와 미친 문군을 말리거든. 그때쯤이면 안마도 알맞게 끝나는 거야.
    내 산책코스는 대체로 시장을 거쳐 이 동네에 인접해 있는 야산의 중턱까지야. 시장엔 참으로 볼만한 구경꺼리가 많지. 서로 으르렁거리는 인간들, 자기 물건을 사달라고 악을 쓰며 짖어대는 더럽게 시끄러운 인간들, 길거리에 서서 열심히 아가리에 음식을 처넣으면서 입을 쉴 새 없이 오물오물거리는 인간들......
    그런데, 한번은 전파상 앞을 지나가다가 쇼윈도우를 통해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어. 천연색 테레비의 화면에 원시의 대자연이 장엄하게 펼쳐지고 있더군. 그리고 그 속에서 난생 처음 보는 괴상하게 생긴 수많은 얼룩말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좀 떨어진 숲에서 사자가 불쑥 튀어나와 갈기를 찬란하게 휘날리며 그들을 향해 달려가더군. 그러자 얼룩말들은 부옇게 먼지를 일으키며 일제히 달아나기 시작했어.


         ▶ To be continued

댓글 3개

포아풀 2007. 09. 05. 오전 11:46

기종이의 눈으로 본 인간들의 풍자적 묘사가 흥미있네요. 다음을 기다리며...

황태영 2007. 09. 06. 오전 11:55

\"개 기르는 법\"을 사내 게시판에 연재한 적이 있었는데 직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작품입니다. 심사위원 쪽에서는 평가가 좀 달랐지만, 전문가 집단에서도 이 작품의 주제를 정확히 집어내지 못한 탓이라 추측됩니다. 주룩 주룩 비가 내리는 날 커피 맛이 나는 날입니다. 독자 여러분, 이제 마지막인 13회가 얼마 안남았으니 계속 애독바랍니다.

포아풀 2007. 09. 06. 오후 09:24

계속 애독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잘 모르지만 좀 독특하면서도 매력이 있습니다. 얼마 안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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