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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2부 도전 구속 vs 자유
그의 별장은 3층 건물로 그를 포함하여 여럿의 친구가 어울려 마련한 것이었는데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훌륭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조별 장기 자랑 등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취침 전 자유시간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무박이일’을 외치며 삼삼오오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민채를 비롯한 과우들은 선배들의 입을 통해서 말로만 듣던 거인을 만났다. 거인 박필영 교수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들과 오늘 삼라만상의 인연의 소중함을 논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게 아니다. 남자의 주먹은 의지를 의미한다. 내가 이렇게 주먹을 쥐면 이 안에 무엇이 있을까. 주먹을 쥔다는 것은 의지를 실천한다는 거지. 의지의 실천 뒤에 무엇이 오는지 아는가. 그게 자유라는 걸세. 나 자신의 선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나를 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해. 자네들은 명심해야 해. 선택할 수 있기 위하여, 선택받기 위하여 나 자신을 얼마나 담금질해야 하는지.”
“여자들은 어떡하지요.” 홍일점인 수영이 웃으면서 물었다.
좌중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박교수는 “한잔 하면서 다시 얘기 해보자” 하며 계속 마셔댔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한참을 고심하던 박교수가 다시 말했다.
“주먹에 대해서 얘기했으니 이제 손을 펴서 얘기해보자. 손바닥을 천장을 향해 주먹을 펴보면 모든 것을 담는 의미를 느낄 수가 있다. 순순히 순종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품는 것을 알 수 있지. 의지를 실행한 후에는 결국 펼칠 수밖에 없잖아. 이것을 이해하면 하나의 도가 된다.”
“여자가 궁극적으로는 중요하다는 얘기죠?” 수영이 말했다.
“합일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죠.” 민채가 말했다.
박교수는 수영과 민채를 번갈아 보더니 민채를 향해 말했다.
“운동했나?”
“교수님께는 말씀드리기 부끄럽습니다.”
“교수님, 신촌의 낭만검객을 모르세요?” 수영이 끼어들었다.
“자네가 강민채군인가?”
박교수의 입에서 민채의 이름이 나오자 그는 그 사실이 놀랍고 감격스러웠다.
“특공대에 자원입대 신청 했다며?”
모두가 놀라는 표정들을 지어보였지만 제일 놀란 건 역시 민채였다.
박교수는 한참을 생각하는가 싶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구속은 새로운 자유를 뜻하네. 성경에 씌어있지. 꿈이 뭔가?”
“교수님처럼 자유롭고 싶습니다.”
“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란 뭔가?”
“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행복한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부산물이고요.”
“동양식 꿈은 실현 불가능한 뉘앙스를 지니고 있네. 서양식 꿈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현재진행형의 의미가 강하지. 추상적이냐, 실질적이냐의 차이지.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게. 본의 아니게 자네에 대해서 우연히 알게 되어서 자네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네. 내가 이를 밝히는 이유는 서로간의 대화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은 아니어야 하거든.”
“저도 교수님에 대해선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만인이 알고 있는 것은 정보의 가치가 없네. 나는 자네에 관한 한 정보를 갖고 있는 셈이거든. 자네 과 친구들이 자네에 대해서 모르는 것에 관한 것 말일세.”
“......”
“다른 사람이 모르는 정보를 내가 알고 있다고 자네가 알게 된 것으로 이제 자네는 나와 정보를 공유한 것이 되고 오늘 저녁에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 중에서 자네와 나는 서로의 이해에 관해 공통분모가 가장 많은 사람이 된 셈이지.”
“영광입니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에 이런 질문이 있지. 계속해서 행복하면 그것이 과연 진정한 행복이 되는가? 그 대답이 뭔지 아나? 신는 더 나은 행복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다는 거더군.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아. 인간은 항상 신에게서 명분을 얻으려고 하네. 자네도 예외는 아니야. 구속됨으로써 역설적 자유를 추구하려 한 것에는 사연이 있다고 보이네. 홍역과 같은 사랑 같은 거 말일세. 그러나 그것은 구속의 자유가 아니라 도피일 뿐이야. 좋은 형을 두었더군. 형과 잘 상의해 보게.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확률적으로 희박해. 내일 내 연구실 옆방을 비워둘테니 거기에서 공부하게. 군대야 요즘 금방 다녀오잖아.”
그제서야 민채는 박교수가 자신의 형과 연이 닿는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막연하게나마 이해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인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모두의 부러운 시선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벅찬 가슴을 진정 시키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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