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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3부 사랑 지워지지 않는 그녀

한민 2007. 09. 14. 오후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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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채는 백사장과 보도블럭 길의 경계가 되는 계단 위에 신발을 벗어놓고 바다를 바라보며 모래사장 위를 걷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다짜고짜 내려온다는 말에 적이 당황하기도 했지만 본능적으로 혼자라는 사실에 어색함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씁쓰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로서는 은하의 전화가 의외로 반갑기까지 했다. 

  민채는 지현을 잊기 위해 은하를 만났지만 은하를 통하여 느낀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뚜렷해지는 지현의 존재였다. 그로서는 그런 사실이 은하에게 미안했고 모든 것을 잊어보고자 군대를 지원했지만 그것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자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무작정 답답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떠난 그는 서울역에서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마자 이미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민채는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성격을 탓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하루만 바다를 보고 바람을 쐬면 막연하게나마 답답한 마음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다는 조용하게 다가오는 듯하다가 모래사장 가까이에서 갑자기 빠른 속도로 민채의 발끝을 적셨다. 

  늦여름의 태양이 제법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다. 지나가는 커피 아주머니의 묘한 표정을 못 본체 하느라 애를 먹으면서 민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화기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전화기가 부르르 떨었다. 

  은하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여보세요.” 
  “도착했어?” 
  “나, 너에게 못갈 것 같아.” 
  민채는 은하의 말을 듣고 적잖게 실망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순간적으로  은하를 기다리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래? 전화 줘서 고맙고 편안히 지내. 내 걱정은 말고.” 
  “바보야, 무슨 소리야! 발이 굳어서 너에게 못갈 것 같다고.” 
  민채는 뒤를 돌아보았다. 
  모래사장 너머로 포장마차가 늘어선 가운데 은하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민채는 백사장을 가로질러 신발을 벗어둔 곳으로 달려갔다.
 
  그가 계단에 걸터앉아 발바닥을 털며 양말을 신는 동안 은하는 웃음을 띠고 그를 바라보며 다소곳이 서 있었다. 민채가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일어서자 은하는 수줍은 미소를 띠며 민채 옆에 나란히 섰다. 

  석양이 바다 끝을 붉게 물들이고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둘은 벤치에 앉아서 철썩이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은하가 입을 열었다. 
  “아까 제법 놀라는 것 같던데?” 
  “그런데 네 눈이 조금 부은 것 같아.” 
  “괜히 말 바꾸는 것 봐. 자존심이 구겨지기라도 했어?” 
  “왜 그렇게 생각해?” 
  “여긴 해운대야, 부산이라고. 멀리 있으면 처음 보는 옆 동네 사람도 반가운 법이란 말이야.” 
  “그래 올 수 없다고 할 때 솔직히 서운하더라. 반가운 것도 사실이고.” 
  “거 봐. 솔직하니까 얼마나 듣기 좋아.” 
  “멀리 오니까 저절로 솔직 담백해 지는 것 같아.” 
  “그래서 사람은 여행을 해봐야 하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은하는 말끝을 흐렸다. 
  그것이 그녀가 자신감이 없어서인지 구애를 하는 것처럼 보여서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쑥스러운 것만은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묘한 웃음을 흘리는 커피 아줌마의 시선을 한 번 더 무시하면서 민채가 대답했다.
 
  “그래, 낯선 곳에서 깊은 밤을 지새우며 많은 대화를 해봐야지.” 

  석양이 저 멀리 수평선부터 붉게 물들이면서 파도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소리가 민채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지현과 하계수련회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계곡의 물소리처럼 들리자 그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민채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지현을 잊지도 못하고 은하를 내치지도 못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지금 내 곁에는 은하가 있는데 그녀는 지워지지 않고 있잖아!’


  두 사람은 그렇게 굳어버린 동상처럼 오랫동안 바다만 쳐다보았다.


                                           to be continued.......



댓글 1개

포아풀 2007. 09. 15. 오전 10:50

이렇게 외골수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소설 속 그림같은 이미지가 전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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