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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3부 사랑 모멸
현중은 사업이 다각화 되면서 일이 주는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현민엔터테인먼트와 특공경호대는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우량주로 통했고 정삼식과 연계하고 있는 21세기 컨설턴트는 자금 유입이 원활했다. 게다가 현중은 정삼식의 조언에 따라 인천과 대전등지의 호텔과 나이트클럽도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그런 와중에 현중이 의아해 한 것은 그의 아내인 정미경의 처신이었다. 교제기간도 없었고 신혼여행도 없었지만 그가 업무상 일이 과다해도 가급적이면 외박하는 일을 삼가했다. 하지만 정미경은 그러한 현중의 노력을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잠자리에서 그녀의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항상 수동적일 뿐만 아니라 전혀 그런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수년이 흘러도 그러한 정미경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어서 현중은 정략결혼 성격의 생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정삼식의 혈연을 통하여 현중을 관리하려는 의도만 확인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정미경은 그의 오빠인 정삼식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현중은 그 원인을 알고 싶지 않았지만 우연히 알게 된 사건으로 인하여 자신이 피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현중이 제주도 서귀포 패러다임 신축공사를 기획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정병구에게 서귀포 패러다임 신축공사 현장을 맡기면서도 일일이 중요한 부분은 직접 다루어왔던 그는 주요 계약 사항에 대해서는 꼼꼼히 하나하나 따져보고 있던 터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시에 사무실로 출근한 그는 전날 저녁 서재에서 저녁 늦게까지 작업한 내용을 첨부파일로 공사 계약자에게 전송한 내역을 열어보았다. 호텔 진입로와 주변의 조명과 음향을 비롯하여 태양열과 바람을 이용한 중앙집중식 냉난방 시설 등의 개요들을 정리한 중요한 파일이라 수신확인란을 열어보니 아직 열어보지 않은 상태였다. 현중이 계약자에게 전화를 하니 상대방은 받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현중은 사용 통신사의 e-mail 시스템을 점검하자 시스템 업그레이드 중이라 일부 작업이 지연되거나 파손될 수 있어 양해를 구한다는 메일이 이미 도착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자신이 보낸 파일도 'delivery failure' 라는 문구와 함께 회신이 되었지만 첨부파일은 복구가 되지 않았다.
그는 항상 USB에 저장하는 습관이 있었지만 보낸 메일에서 저절로 저장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컴퓨터의 전원을 껐던 사실을 뒤늦게 후회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는 그의 아내에게 해당 파일을 전송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울리는 동안 현중은 전날 작업을 마치고 침실에 들었을 때 그날따라 더욱더 냉담한 미경의 반응이 떠올랐다. 통화 중이었다. 미경의 폰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그녀의 폰은 꺼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기에 할 수 없이 현중은 직접 집에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집은 슈퍼타워팰리스라는 최고급 아파트였다. 현중에게 한산한 외곽 순환도로는 왠지 다른 도시를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했다. 14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는 정오를 향하는 정적으로 인하여 ‘띨롱’하는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현중이 초인종을 눌러도 반응이 없자 미경이 외출 중이라 생각한 그는 엄지손가락을 인식패드에 갖다 대었다. 그의 집은 지문인식으로만 출입이 가능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미경이 열어주어서 들어본 적이 없는 ‘스르릉’하고 자물쇠 풀리는 소리가 상큼하다고 생각했다. 현관에 들어선 그는 거실과 서재를 사이에 두고 있는 미니바의 의자가 항상 있던 자리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그는 테이블 위의 남아있는 물기가 미경의 평소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집에 없는 줄 알았던 미경이 침실에서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슬립을 걸치고 나오면서 말했다.
“자기야, 혼자 한잔 했어. 초인종 소리도 못 듣고, 미안, 무슨 일 있어?”
현중은 아무 대꾸 없이 서재의 컴퓨터를 켰다. 그는 작업했던 파일을 다시 재전송하고 만일을 대비해서 USB에 저장을 했다.
작업을 마치고 집을 나서려고 일어서자 미경이 거실에서 꼼짝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미경의 눈동자는 현중을 피하고 있었다. 의견 차이를 보이긴 했지만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녀였다.
닫혀있는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간 현중은 이불이 반듯하게 놓인 것을 보았다. 그녀가 취중에 잠이 들어 인기척을 듣고 일어났다면 이불이 어느 정도 들려 올려 지거나 움직인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처음 호텔에 들어가면 정돈된 자리처럼 놓여있었던 것이다.
욕실 문이 열려 있었다. 그런데 좌변기의 중간 덮개가 올라가 있었다.
현중은 어제 저녁 작업을 마치고 침실로 들어오기 전 거실에서 볼 일을 봤기 때문에 욕실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좌변기에 고정된 현중의 시선을 따라가던 미경의 시선이 좌변기의 중간 덮개에 똑같이 고정되자 이내 표정이 굳어버렸다. 미경은 체념한 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침대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여자들은 중간 덮개를 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현중은 어머니가 정성우와 밤새 내짓는 신음소리에 귀를 막고 심한 모멸감 속에 억지로 잠을 청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정이 들었으면 피가 거꾸로 솟아올랐을 것이라 생각한 현중은 차라리 잘된 일 이라고 생각했지만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불쾌한 감정은 쉽사리 사라질 줄을 몰랐다.
현중은 말없이 미경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한참을 그렇게 쓰다듬다가 그녀의 볼을 가볍게 두 번 톡톡 치고는 침실을 나오다 멈춰 서서 뒤돌아보며 허공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누군지 모르고, 알고 싶지 않지만, 살아있는 동안 알게 되겠지. 다음에 눈에 뛰면 갈가리 찢어 버릴 테니까 조심해라.”
미경은 현중의 악마 같은 눈빛을 느끼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서 방바닥으로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현중은 엘리베이터가 끝없이 깊은 터널로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to be continued..........
댓글 2개
간담이 서늘해져 오네요. 민채에게 정신이 팔려 있다가 다시 등장한 현중의 한토막은 아주 인상깊게 남습니다. 다음 편이 궁금해지도록...
3부 사랑에서는 민채를 중심으로 4부에서는 현중의 야망과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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