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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3부 사랑 폭력 그 잔인한 쾌감

한민 2007. 10. 03. 오전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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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채가 신촌 사거리의 힐사이드 나이트클럽에 도착했을 때 현찬은 미나,은하와 함께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현찬이 놀리듯이 말했다.
 
  “닭살 커플, 드디어 상봉 하셨군.”  
  민채가 현찬에게 눈을 흘기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사돈 남 말 하기는.”

  “간단하게 한잔하고 졸업여행의 대미를 장식하자.”

  “브라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동화되고 있었다.

  여행이 주는 묘미는 ‘동화’임에 틀림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민채는 음악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인 자신이 전자기타의 날카로운 비트는 너무 산만하고 드럼은 단순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현찬과 미나의 유별나게 즐거워하는 몸짓도 오늘 만큼은 그에게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행복한 미소를 띠고 열심히 이 순간에 몰입하고 있는 은하의 모습조차도 그에겐 가식이 아니면 억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민채를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민채는 자신이 없으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고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플로어에는 난데없이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겁에 질린 눈으로 무대 바로 아래 구석 쪽에 머리를 파묻거나 서둘러 테이블로 대피했다. 술에 취해 여자 손님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걸며 소란을 일으키던 일단의 무리들이 이를 저지하려는 웨이터들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플로어에서 서로 뒤엉켜 심하게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웨이터들이 음악소리를 더 크게 올리라는 손짓을 하며 황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민채는 은하를 끌어 당겨 자신의 등 뒤에 세우고 현찬과 미나를 살폈다. 갑자기 뒤엉켜 있던 사내 중에 하나가 황급히 자리로 들어가는 현찬을 바닥에 내동이치고 미나의 목을 뒤에서 조르며 깨진 술병을 높이 치켜들고 고함을 질러댔다. 순간적으로 민채는 몸을 박차고 무대 위로 튀어 올랐다.


  갑자기 나타난 민채로 인하여 노래를 부르던 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민채는 그를 밀치며 마이크를 쥐고 말했다.

  “음악 꺼”


  여전히 시끄러운 음악은 계속되었다.

  민채가 전기선을 끌어당기자 황금색 불꽃이 파편처럼 사방으로 퍼지며 순식간에 사방이 조용해졌다. 플로어에서 엉켜 붙어 소란을 부리던 사내들을 제지하던 웨이터들이 이번에는 무대 위로 튀어 올랐다. 민채는 마이크 받침대를 분리하여 오른손에 쥐고 있었다. 그가 바람을 가르며 받침대를 휘두를 때 마다 웨이터들은 플로어에 등부터 떨어졌다.


  많은 웨이터들이 무표정하게 플로어를 에워싸자 소란을 일으킨 무리들은 술이 깨는지 겁먹은 표정으로 웨이터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살짝 빠져나가려는 태세였다.  


  민채는 무대위에서 뛰어내려 미나의 목을 조르는 자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덩치 큰 웨이터가 그를 가로 막는 순간 그가 들고 있는 받침대가 바람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르자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미나의 목을 조르고 있던 사내가 고함소리와 함께 깨진 병을 내밀며 민채를 위협했다. 민채는 허공에다 대고 두 번의 바람소리를 그어댔다. 그 사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 안고 플로어에 뒹굴고 있었다.


  소란이 수습되는 동안 미나는 얼어붙었던 다리에 힘을 주고 겁먹은 표정으로 은하가 앉아있는 자리로 가서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정적이 감돌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 반 호기심 반으로 민채를 주시했다. 그 때 지배인으로 보이는 우람한 체구의 사나이가 웨이터들을 옆으로 밀치면서 소란을 일으킨 젊은이들의 뺨을 거칠게 때리고 밀치며 나타났다. 떠밀린 젊은이들은  각각 두 명의 웨이터들이 그들 양쪽에서 팔짱끼고 어디론가 끌고 가버렸다.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생각한 민채는 받침대를 무대 위에 걸쳐놓고 은하가 있는 자리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우람한 체구의 사나이가 민채에게 악수를 청했다. 민채가 손을 내밀자 그 사나이는 민채를 끌어당기며 겨드랑이 사이로 오른팔을 끼우고 허리로 민채의 허리를 받치며 내동댕이 치려했다. 민채는 그 사내의 등을 타고 한 바퀴를 돌면서 깍지 손을 그의 뒤로 돌려 비틀며 힘껏 끌어 올렸다.


  외마디 비명이 허공을 가르고 다른 웨이터들이 플로어로 뛰어들려는 순간 민채는 더 힘껏 그 사내의 팔을 비틀었다. 고통스러운 표정의 사내는 왼손으로 웨이터들을 저지하며 겨우 들릴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로하자, 없던 일로 하마”

  민채가 손을 풀어 밀치자 그 사내는 격앙된 목소리로 웨이터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죽여 버려”

 

  그 한마디에 웨이터들은 전부 민채를 향해 뛰어들었다. 미나와 은하가 발을 동동 굴렀다. 현찬이 안심하라며 느긋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재빨리 무대 위에 놓여있던 마이크 받침대를 쥐어든 민채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낼 때 마다 비명소리와 함께 하나 씩 둘씩 쓰러져 나갔다.


  다시 플로어는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민채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가격하는 동안 점점 더 편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더 이상 덤벼드는 자가 없게 되자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다.

 

  민채는 답답한 가슴의 응어리를 풀기위하여 정당함을 위장한 폭력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민채의 귓가에서 현중의 말이 맴돌고 있었다. 
  ‘때리는 것이든 맞는 것이든 그것이 얼마나 후련한 건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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