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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3부 사랑 엇갈린 조우
연순열과 현중은 패러다임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마주 앉아있었다.
연순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사장, 이번에도 정말 수고 많았소. 인사가 늦었소.”
\"회장님 덕분입니다.”
\"4년 전 조카 년 처음 중국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승승장고 하고 있어요. 이번 일본 공연 때는 하네다 공항이 마비되었을 정도였다니 놀라울 따름이오. 최병렬 사장이 신이 나셨더군. 요즘 연리지의 5집을 준비 중 이라며 연락이 왔었는데 발라드 곡들이 기대가 된다고들 하더군.”
\"질녀 분은 타고난 연예인입니다. 배짱도 있고. 그리고 분위기가 독특해서...”
\"이사장이라면 우리 조카사위로도 제격인데. 하하하.”
호방하게 웃으며 내뱉는 연순열의 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었다. 현중은 순식간에 치룬 미경과의 결혼을 주변에 거의 알리지 않았다. 그의 부모님을 모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중의 결혼 소식은 일부만 알고 있었고 그로서는 떠올리기조차 난감한 지난 사건 때문에 당연히 정미경과 인연을 끊어야 했지만 정삼식과의 관계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던 중이었다. 연순열은 현중과 정삼식과의 관계를 깊이 모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을 가지고 은근히 떠보는 것이었다.
현중은 정중하게 말했다.
\"회장님의 깊은 마음만 받겠습니다. 한창 주가가 오를 때니 각별히 사생활에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믿을만한 요원들로 밀착 경호를 시켜 놓고 있습니다.”
연순열은 현중이 연리지를 배려한 거절이라고 좋은 의미로 해석했다.
\"이사장, 역시 속이 깊으시네, 우리끼린데 뭐, 미리 약조나 받아두면 좋지 않겠소.”
연순열과 대화도중 현중은 모두 지워버리려 했던 미경의 일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미경에게서 모든 상황을 전해들은 정삼식은 서둘러 현중에게 만나자고 했다.
정삼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결론만 얘기 함세. 자네와 혈육의 연을 맺고 싶었던 욕심이 과한 듯하네. 자네라면 미경을 보호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네. 골치 아픈 녀석이 미경의 옆에 붙어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전에 언질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미경은 내가 알아서 처리 할 테니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봄세. 모든 결정은 자네가 하게. 자네의 뜻에 따르겠네.”
혈육과 관련된 문제라서 그런지 정삼식은 그 답지 않게 구차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었다. 현중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할 말도 없었다. 묵묵부답의 현중을 바라보던 정삼식은 그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그날 이후 미경은 정삼식에 의해 일본으로 보내졌다. 현중은 미경이 없어져 넓어진 집에서 과수원의 뒷산만큼은 못하지만 나름대로의 해방감으로 만족스러움을 만끽했다.
그는 분탕질을 한 침대를 경비실 수위에게 가져가라고 했다. 수위는 놀란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현중이 취소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져가 버렸다.
‘어차피 혼자 살아왔던 인생, 지금부터 더 징하게 살아보자’
\"아니, 이사장 뭘 그리 고심하오, 괜히 부담준 것 같으이. 그나저나 현민엔터테인먼트와 특공경호대가 상종가라면서요. 조카 년이 단단히 신세를 진 줄 알았는데 특공경호대를 위해서 그리 된 것 같아서 새옹지마라는 말이 생각나는구려.”
갑자기 현중이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연회장님, 이제 지난 시간 만났던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최근 삼년간 우리가 경호한 대상 중 일본의 외무성, 프랑스의 알스톰사의 고위 간부들도 포함되어있고 그들과 접촉한 정부의 각료들과의 대화에서 어느 정도 공통분모를 찾아 낸 상황입니다. 국정원의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컨소시엄 대상 명단을 메일로 보내드렸으니 검토해 주십시오,”
연순열은 현중의 자신감어린 표정을 물끄러미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현중은 연순열에게 양해를 구하고 천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촌에 있는 프리타임으로 와. 우사장 대기 시키고.”
같은 시각 정광식은 민채와 현찬의 해외 출장을 축하하기 위해 프리타임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현찬이 민채에게 물었다.
\"은하는 어떻게 할 건데. 우리 결혼식 때도 금방 헤어졌다며?”
\"묻지 마.”
\"빨리 날 잡지. 금방 잡을 듯 하면서 우리가 먼저 했잖아.”
정광식이 끼어들었다.
\"은하라는 샥시 말이지, 정말 삼삼하던데, 나 같으면 일단 살고 보것다.”
민채의 눈꼬리가 올라가자 정광식은 입을 다물며 민채의 눈초리를 피했다.
문이 열리면서 정장차림의 건장한 사내들이 들어왔다. 입구 양쪽으로 두 명의 사내가 섰다. 호위를 받으며 들어온 세 명의 사내는 정 가운데 테이블에 앉았다. 호위하던 건장한 사내들은 이들이 앉아있는 자리를 둘러싼 테이블마다 한 명씩 미동도 없이 앉아있었다.
정광식이 손바닥을 입에 비스듬히 대고 민채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지랄 같은 새끼들, 개 폼 잡고 있네.”
프리타임의 우사장이 헐레벌떡 뛰어들어 와서 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가서 굽실거리며 비굴한 조아림을 보였다. 광식은 그를 손가락을 까딱이며 불렀다. 그는 민채더러 보라는 듯이 특유의 거드름을 피우며 물었다.
\"뭐하는 치들이야?, 요즘 신수 훤하네, 잘 보이지도 않더니만.”
\"요즘 제가 데리고 있는 CHARM 이 뜨고 있잖아요. 저기 세분이 특공경호대 3인방 이예요. 나이 드신 분은 투 스타 출신이고요, 등이 보이는 저 양반이 실세인데, 부동산이 어마어마한가 봐요, 저들이 설립한 현민엔터테인먼트가 요즘 이 바닥에서 최고예요. 저 끈을 놓치면 CHARM 도 앞으로 더 크기 힘들죠. 최병렬이라고 이 바닥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운영하던 MH 엔터테인먼트사가 전신인데 사람들은 그대로 쓴다지요, 아마. 연리지가 거기 소속이고 최근 새로운 멤버들을 결성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서 기획사들이 모두 초비상사태랍니다. 요즘 엄청나게 많은 재미를 보고 있을 겁니다. 연리지만 따라다니면 우리 애들이 덩달아 뜨니까 저도 덕분에 재미가 쏠쏠하죠.”
호들갑을 떨어대는 게 아니꼽다는 듯이 광식은 물었다.
\"이름이 뭔데?”
\"김천일이라는 특공경호대장 이름만 알아요.”
\"특공경호대라면 형님 경호를 맡는다는 걔들인가?”
\"아- 정삼식 회장님 말씀이죠, 아마 저기 젊은 사장이 정삼식회장님과도 사업을 같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비밀리에 내 동생 미경이를 낚아챈 그 놈 아냐 ! 이리로 좀 오라고 그래! 내가 좀 보잔다고!”
\"정사자님! 오늘은 제가 저분들을 사업차 초빙한 거라서, 다음에...”
민채가 광식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족들 문제는 가족들끼리 따로 모여서 얘기해라. 너네 형님이 일방적으로 통보만 했다면 다 이유가 있겠지.”
“그럴까?”
광식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민채와 현찬과 함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기 위해 자세를 고쳐 잡았다.
우사장은 자리를 옮기려는 중이었다.
현중과 천일 그리고 연순열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그들을 호위하던 사내들도 일사분란하게 차문을 열고 그들을 수행하기 위해 문앞에 도열하고 서있었다.
광식에게 프리타임 우사장은 다가와 양해를 구했다.
\"정사장님, 저 분들은 김천일대장의 소개로 CHARM을 인수하겠다는 제의를 하러 왔거든요. 제대로 성사만 되면 한잔 껄쩍지근 하게 대접하겠습니다.”
그들의 뒤를 쫓아가는 우사장의 뒤통수에 대고 광식이 중얼거렸다.
\"짜식이, 와이프 오빠를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저리도 싸가지가 없냐!!”
그들을 등지고 앉아있던 민채는 광식의 재는 모습 때문에 신경 쓰기 싫었지만, 출구를 나서는 한 사내의 언뜻 스친 뒷모습과 걸음걸이가 낯설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민채와 현중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처음으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함께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채 그렇게 엇갈리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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