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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3부 사랑 출국

한민 2007. 10. 05. 오후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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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대합실. 
  은하는 어색한 표정으로 민채를 배웅하고 있었다. 
  은하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잘 지냈니?” 
  “네가 외국 나간다는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줄래.” 
  “당분간 서로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잖아.” 

  실제로 그들은 졸업여행이후 현찬과 미나의 결혼식 날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 은하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민채는 뭔가 몰입할 대상이 필요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긴 시간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뭐든지 네가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동의했다고 그러는 구나. 덕분에 일은 열심히 배우게 되었지만.”
 
  “그럼 됐지, 뭐.” 
  은하는 민채에게 책을 한권 내밀었다. 

  탑승을 완료한 민채가 전화기를 끄기 위해 꺼내 든 순간 전화기 가볍게 울렸다. 
  은하의 문자였다. 
  ‘더 넓은 세계를 보고 담고 느끼기를. 사랑해.’ 
  민채는 처음으로 은하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문자로 받았다. 
  ‘다녀올게, 걱정 말고...’ 민채는 답장을 하고 전화기를 껐다. 

   기내에는 각종 신문이 비치되어 있었고 옆자리에는 중년의 부부가 다정한 포즈로 얘기하고 있었다. 민채는 주간신문을 통하여 그 동안 시간이 없어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국내정치부문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와는 전혀 무관한 일인 듯 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행기는 깊은 밤을 날고 있었다. 
  비행기가 파리의 드골 공항에 도착하자 민채는 손목시계를 현지시간으로 조정하고 짐을 챙겼다. 웅대한 규모의 드골 공항은 프랑스 특유의 예술적 조형미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릴’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박교수가 직접 작성하여 건네 준 여정도에는 시간대별 상황과 그에 맞는 영어회화 문장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프랑스 동북부 노르파드칼레 주에 위치한 릴은 프랑스, 영국, 벨기에, 네델란드, 독일 서부지역까지 아우르는 철도 교통의 요지이다. 한 시간 가량이 지나자 민채는 릴에 도착했다. 그는 유로스타의 환승역인 릴의 장대한 규모와 어마어마한 인파에 주눅이 들었다. 

  그는 박교수의 친절한 메모를 통해 많은 내용을 알게 되었다. 
  ‘1994년 도버 해협에 터널이 뚫리고 테제베 기종의 국제선 유로스타가 개통 된 이래 릴은 유럽의 교통 허브로 새로운 융성기를 맞고 있다. 환승이 편리하고 운행시간이 짧아서 사업여행이 목적인 유럽인들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예약을 하지 않고는 원하는 시간대의 좌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숙지할 사항은 편도보다도 왕복요금이 더 싸다. 왕복을 유도해서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19세기말에 시작된 유럽 최초의 대륙횡단 열차인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는 호화롭고 안락한 시설을 갖춰 낭만과 동경을 일으키며 유럽여행의 한 축을 이뤘다. 그 뒤를 이어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하여 시베리아설원, 모스크바, 중동, 독일의 함부르크등에 이르는 것으로 익스프레스와 함께 유럽의 양대 열차 구실을 했었다. 그러나 승객 감소 등의 이유로 서서히 빛이 바래기 시작했고 결국 운행이 중단되었다.’
 
  메모는 민채에게 박교수의 준비성과 섬세함을 더욱 각인시켰고 아무리 국가 간 협의를 통한 대규모 시설이라 할지라도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한다는 역사적인 자료는 민채로 하여금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또한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프랑스 알스톰사는 위기를 기회로 삼으면서 철도 산업의 구심점이 되었고 경쟁사인 독일의 ICE 와는 국제표준화를 적용함으로써 차별화에 성공했다. 선견지명을 발휘한 전기, 통신, 신호시스템 및 안전체계가 국가 간 진입 시 자동으로 변환되어 인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라는 대목에서 앞으로 박교수가 지향하는 시스템에 대하여 어렴풋이 짐작할 수가 있었다. 

  박교수는 릴에서 하루 여정을 잡고 머무르라고 했다. 호텔이라고 들어선 방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정갈했다. 메뉴에는 김치와 라면 그리고 소주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한 민채는 간단히 햄버거를 입에 물고와 콜라를 마시며 노트북을 켜들었다. 박교수가 요구하는 보고서는 시간대별로 움직인 경로와 느낌 그리고 국내적용을 전제로 하는 계획을 기록하도록 되어있었다. 

  사전 정보 취합의 성격을 띠는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가 대규모 공식 사절단을 파견할 예정이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박교수는 이미 모든 것에 대비한 양식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민채는 보고서를 작성하는동안 박교수의 빈틈없는 준비에 놀라면서 주어진 양식을 채우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민채는 박교수가 메모해 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하여 매일 같이 새벽이 되서야 겨우 일을 마무리하고 박교수의 메일계정으로 보고서를 전송했다. 전화기는 로밍된 상태라 송수신이 가능했다. 낯선 곳에 혼자 있기 때문인지 문자가 왔음을 알리는 이모티콘이 반가웠다. 

  ‘당신이 곁에 있을 때, 당신은 곁에 있는 줄 몰랐습니다. 당신이 곁에 없으니 비로소 당신이 내 안에 있음을 간절히 느껴집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민채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은하에게 무정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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