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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4부 야망 해저터널의 환승역을 찾아라
실무진들의 보고가 끝나자 한일제주해저터널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갑론을박 펼쳐졌다. 정병구는 오랫동안 호출이 없자 궁금한 나머지 슬그머니 현중의 방으로 들어갔다.
국가 간 터널을 연결하는 거대한 규모의 개발 사업은 사업비부문에서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공동경비를 지출한다 할지라도 제주도와 내륙사이에는 순수 국내 자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경비로 인하여 정재우 사장과 같은 기술을 겸비한 재력가들과의 컨소시엄이 불가피한 것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일본과 제주를 동시에 연결할 환승역을 어디에 설치하느냐하는 것이었다.
이때 침묵으로 일관하던 현중의 눈이 번뜩였다.
천일은 직감적으로 현중의 생각이 정리된 것을 눈치 챘다.
현중이 입을 열었다.
“일본은 사업자 선정이 된 후 20년이라는 시간과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어. 그런 점에서 우리는 굉장히 운이 좋은 편이지. 그리고 이미 예정된 데로 한일 간의 국내 기점은 거제가 될 수밖에 없어. 물론 제주와 내륙 간 기점은 목포가 되겠지. 하지만 거제와 목포는 내륙의 중심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그래서 내륙의 중심 환승역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거지. 국토의 균형적 계발을 논하거나 한 번의 사업비로 일거양득 할 수 있는 자리라야 해. 이미 전라도와 부산은 개발비를 논하기엔 너무 덩치가 크고 효율이 떨어져. 서부경남은 저개발비용이라는 매력도 있지만 남해안 시대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큰 지역이지. 대전은 너무 멀고, 부산과 전라도와 대전의 중간 지점, 거길 찾아야 해. 땅값이 떨어진 서부경남이나 전북과 경북의 경계점, 아니면 지리산과 설악산의 중간지점. 이들의 공통분모는 어딜까?”
실마리가 풀리는 듯 했다.
현중이 말을 이었다.
“지난번에 프랑스에서 비밀리에 입국한 알스톰사의 대외사업국장 경호를 맡은 박현진의 자료를 다시 검토해봐. 뭔가 짚이는 게 있어.”
박현진은 불어를 전공한 자로 특공경호대의 프랑스팀장으로 알스톰사 임원의 밀착 경호를 맡은 요원이었다. 최근 건강이 악화되어 제주도에서 요양 중인 그는 정부고위 관료와 알스톰사 임원 간의 대화 내용을 정리하고 현중에게 보고한 바가 있었다.
연순열이 현중의 말을 받아서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야당이라도 현 김지사가 아무래도 실권자니까, 그 쪽을 알아보는 게 더 현명할 것 같은데, 현지사가 나랑 근무한 적이 있으니 자리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소.”
“검토해 보지요.”
현중의 눈빛이 반짝거리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천일이 물었다.
“박현진의 자료는 지난번에 검토하지 않았습니까? 내용이라는 게 그게 전부입니다.”
현중이 대답했다.
“철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건설하는 지역의 구조와 토질 그리고 주변 환경 등 전반에 걸쳐 역학조사를 해야 해. 즉 다시 말해서 역학조사를 의뢰한 항목을 검토해 보면 역으로 어딘지를 추측할 수 있지. 각 지역의 특징을 미리 파악해두고 박현진이 보고한 내용을 대조해서 다시 정밀하게 검토해봐. 그러면 어떤 지역에 대한 공통적인 특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연회장과 천일의 눈이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병구가 볼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기까지 와서 모르는 소리만 늘어놓을 낀교. 회의도 좋지만 이제 제주도 바닷바람 좀 쐬러 가시자카이. 오늘 물 좋은 데로다 확실하게 모실랍니다.”
현중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회의는 이정도로 끝내고 송전무와 할 얘기가 있네. 그동안 여기서 병구가 상당히 고생했는데 송전무를 신라호텔에서 거액을 주고 헤드헌팅한 이유는 호텔경영이 나이트클럽과는 달라서 전문 경영인이 필요한 거지. 좌우지간 그동안 정실장이 여기 공사한다고 눈코 뜰 새 없이 고생했는데 오늘도 수고 좀 해주게.”
현중은 다정한 눈빛으로 천일을 바라보며 지시했다.
“김대장, 송전무님을 불러줘. 연회장님, 송전무를 만난 뒤 합류하겠습니다.”
정병구가 정색을 하고 입을 삐쭉거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놈의 김대장, 김대장.’
연회장이 자랑스러운 표정을 하고 현중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사장, 내일 국제건설 김사장과 부킹하기로 한 것은 기억하고 있으신가?”
“물론입니다. 김사장은 결정할 때까지가 오래 걸리지, 결정하고 나면 불도저같이 밀어붙입니다. 내일 김사장은 결국 결정하고 말 것입니다. 병구는 내일 라운딩에 차질 없도록 확인 좀 해줘.”
\"예써!\"
정병구가 모처럼의 임무부여에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연순열은 현중이 그 바쁜 와중에도 컨소시엄대상자들의 개별적인 특성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현중에게 점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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