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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4부 야망 폭풍전야

한민 2007. 10. 09. 오후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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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각, 광식은 친형인 정삼식회장을 만나고 있었다. 
  광식이 물었다.
  “형님 요즘 문승덕이 괴롭히는 통에 죽겠습니다.”
 
  “그런 일로 왜 나를 찾아?” 
   정삼식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광식은 평소 정회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예상했던 터였다.
  그는 눈 꼬리를 왼쪽 위로 올리고 입을 삐죽거리고 목소리를 낮춰서 천천히 다시 물었다.
 
   “미경이는 요즘 어때요?” 
  그러자 정삼식은 갑자기 자세를 고쳐 잡고는 표정이 굳어지면서 말했다. 
  “무슨 말이라도 들은 게야?” 

  정광식의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기를 괴롭히고 있던 문승덕은 미경의 정부로서 정삼식이 몇 년 전에 충남지역에 투자를 하면서 거점 확보를 위해 보스나이트클럽의 운영을 맡겼던 자였다. 

  문승덕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류였다. 별명도 ‘흡혈귀’로 서로 눈치만 보며 피해 다니는 존재였다. 하지만 정삼식은 신흥지역에서는 그런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일을 맡겼다. 미경이 문승덕을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의 그런 판단은 적중했다.
 

  그런데 이상한데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미경이 친구들과 함께 졸업여행을 하며 들린 곳이 바로 문승덕이 운영하는 나이트였다. 정삼식이 잘 모셔달라고 전화를 한 게 화근이었다. 문승덕은 하늘이 내려주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미경을 공주 대하듯 했고 그의 인간성을 모르는 미경은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나이트클럽을 경영하는 사내로서 문승덕은 영리하게 생긴 외모와 언변으로 매력이 넘치는 남자였다.
 

  미경의 친구인 현정이 먼저 문승덕에게 대시했다. 현정은 미경의 친구들 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존재, 한마디로 퀸카였다. 그것이 오히려 미경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문승덕은 이를 교묘하게 활용하였다. 현정에게 관심을 보이는 척하며 묘한 경쟁심을 부추겨 미경을 안달하게 만들면서 정중하고도 깍듯하게 대했다. 

  현정과 미경을 교대로 만나던 문승덕은 본격적으로 미경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문승덕의 입장에서는 이미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미경을 요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도 더 쉬웠다. 그의 호화롭기까지 한 여성편력을 알 바 없는 미경은 문승덕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뒤늦게 이를 알아차린 정삼식은 문승덕을 내치고 말았다. 그는 이를 갈면서 주류도매상을 열고 충남, 대전, 서울 일대에 걸쳐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그의 성품을 잘 알고 있던 사업주들은 그를 만나는 것조차 꺼렸다. 

  문승덕이 그가 납품하는 술을 써달라고 떼를 쓰기위해 정광식을 찾아온 것은 근래의 일이었다. 문승덕은 그의 제의를 거절하면 이현중에게 미경과 자신과의 관계를 알리고 정삼식과 정광식형제의 사업체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이다. 

  광식은 정회장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문승덕이란 자가 말하는 형님의 비리가 뭡니까? 그 새끼가 입만 열면 형님이 이 바닥을 떠야 한다고 하던데요.” 
  “그런 말까지 했단 말이지. 음............”  
  정삼식은 속전속결하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과는 달리 깊은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고 정삼식에게 있어서  문승덕이 매우 고민스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광식은 회심의 미소를 띠며 일어섰다.
 
  문을 열고나서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입니다. 손을 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중은 송영훈을 기다리면서 다리를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잠시 동안 눈을 붙이고 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침묵을 깨는 전화벨이 울렸다. 
  정
삼식 이었다. 
  “날세” 
  “예! 회장님.” 
  “자네가 잘 참아줘서 고맙네.”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자네 마음을 다치게 한 친구가 문승덕이라는 잘세.” 
  “알고 싶지 않습니다.” 
  “알아야 하네. 그 친구가 요즘 동생을 괴롭히고 나를 공갈 협박 중일세.” 
  “무지한 놈이 아니며 간이 필요이상으로 큰 놈이군요.” 
  “적당히 손 좀 보게나.” 

  전화기에서 이미 ‘뚜우뚜우’하는 기계음이 흘러 나왔다. 
  현중의 눈에서 파란 빛이 번득였다. 
  현중은 지워버리려 했던 추잡스러운 정황의 실체를 파악하자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놈은 한 술 더 떠서 정회장까지 공갈협박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현중은 구역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상대를 잘못 골랐어.’ 

  현중은 컴퓨터를 켜고 익숙한 솜씨로 문서를 작성해서 천일에게 발송했다. 
 
 ‘
만일을 대비해서 이 메일은 받는 즉시 삭제하라. 전화는 도청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당분간 전화는 쓰지 마라. 특히 핸드폰으로는 사업 외적인 이야기는 하지마라. 문승덕을 찾아라. 그리고 반드시 찢어 죽여라. 흔적을 남기지 마라. 믿을 만한 친구는 아래 명단을 참조하라. 일이 끝나면 당분간 멀리 보내라.’ 

  서귀포의 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새색시처럼 상큼한 바다 내음 속에 가로등과 더불어 깊어가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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