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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쓰다

포아풀 2007. 10. 11. 오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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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채는 그리움 주워 달려갑니다 어린 바람이 순한 입술 내밀어 살갑게 맞아주는, 눈 맑은 햇살이 양팔 벌려 안아주는 그곳으로 여름내 무궁화 꽃잎 같은 혀 팔랑거리던 누렁이 이제는 견딜만하다고 양지와 그늘의 경계에서 어슬렁거리고 달디단 시간을 베고 누운 게으른 고양이 흐릿한 조리개에 하얀 낮달이 들어있습니다 눅눅해진 그물을 말리는 거미가 부지런히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헐거워진 세월 촘촘히 깁고 있습니다 가을 몇 짐 지고 온 잠자리 풀잎 끝에서 주억거리는데 이제는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눈매 깊어진 맥문동, 보랏빛 얼굴이 싸아 슬퍼집니다 바람과 햇살과 공기 한 줌 소리 없이 바스러져 내립니다

댓글 8개

꿈꾸는어린왕자 2007. 10. 12. 오후 03:38

대단한 아쉬움을 그린 글 같습니다. '끝에서 얻어지는 또 다른 새로움...' 그것이 사람들이 바라는 '꿈' 이라는 것이겠지요? ^^

손일갑 2007. 10. 12. 오후 05:08

부드러움이 강한것을 이긴다는 옛 말이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시를 읽고 나서 부드러움 속에는 인내가 있다고 봅니다 또 인내 없이는 부드러움도 없다고 봅니다 그냥 저의 두서없는 생각입니다 종은 글 잘읽고 갑니다

포아풀 2007. 10. 13. 오전 08:37

좋은 글도 아닌 것을... 멋진 댓글로 격려해주신 꿈꾸는 어린왕자님과 손일갑님,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가을날 되시길 바랍니다.

미오새 2007. 10. 15. 오후 12:05

*포아풀님...가을의 색을 옷감에 물들이면 어떤 색이 될까요? 가을밤에 쓴 편지에 기념우표 붙여서 빨간 우체통에 넣어보세요. 수신인은 미오새로 하고.... 그럼 가을은 아름답게 보이겠지요.

이옥경 2007. 10. 16. 오전 12:28

깊어진 가을에 긴그림자 늘어뜨리며 따사로운 햇살을 그리움으로 맞습니다. 그리고 여유로, 풍성함으로 나를 내어 주기도 합니다. 360도 끊임없이 회전하며 여전히 제 속도로 돌아가는 시침처럼 그곳을 돌아 다음으로 향하는 세월을 하냥 바라봅니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호남평야를 지나고 해남 땅끝까지 다녀왔습니다. 푸르름이 언제 그렇게 황금으로 변했는지.. 지켜보지 않아도 돌보지 않아도 때가 되니 꽉찬 결실로 선물을 한아름 주더군요. 눈으로 보고 마음에 가득 담아왔습니다. 함께 하지 못해서 서운한맘 가득했지만 다음의 만남을 기약해 봅니다^^ 포아풀님도 아름다운 가을 만끽하시길...

포아풀 2007. 10. 16. 오전 09:48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빨간 우체통'이 언제부터인지 그리움의 단어로 남게 되었네요. 미오새님의 말씀에 유치환님의 행복이 문득 떠올라... 억새의 숨결에 띄운 가을 편지 받아보소서,미오새님! 이옥경님, 무척 풍요로운 가을을 누리고 오셨군요. 함께 했으면 더욱 좋았으련만... 마음은 남녘의 들과 산을 헤매고 있었나이다. 꽉찬 결실로 건강하게 가을을 나시길 바래요. 미오새님, 이옥경님, 고맙습니다.

레몬 2007. 11. 15. 오전 12:22

시인님의 '달디단 시간을 베고 누운 게으른 고양이'처럼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포아풀 2007. 11. 30. 오전 09:21

에궁... 레몬님의 흔적을 이제야 찾았어요. 마치 숨바꼭질하듯... 겨울의 문턱이네요. 따듯한 겨울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레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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