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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4부 야망 마음의 길
민채와 현찬은 귀국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광식이 귀국 축하연을 하자며 함께 만나자고 했다. 마침 업무가 마무리 되던 참이라 민채와 현찬은 광식을 만나기로 했다. 현찬은 마무리가 조금 남았다고 민채에게 먼저 가 있으라고 했다.
힐사이드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고막이 찢어지는 노래 소리에 제법 익숙해진 터라 민채는 어깨가 절로 들썩거렸다. 그가 놀래줄 작정으로 광식의 방문을 열자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던 광식이 얼굴이 환해졌다.
한 사내가 광식과 마주앉아 있었다. 그 사내는 대단한 기를 내뿜고 있었는데 민채는 그러한 그가 낯설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식이 민채를 소개하자 그 사내는 민채에게 명함을 한 장 건넸다.
민채는 ‘특공경호대장 김천일’ 이란 명함을 받아들고 프리타임 우사장으로부터 그의 이름을 들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제 여자 친구가 연리지 팬입니다.”
“아. 그러세요. 연리지 덕분에 우리가 좀 떴지요. 명함 있으시면...”
“아직 학생이라 명함이 아직 없습니다.”
광식이 참견했다.
“김대장, 이 친구 이름이 민채야, 나는 민채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이 친구가 박사과정을 하는데 말이지, 박사 알지. 공학박사. 그런데, 이 친구 말이지 나무작대기 하나만 있으면 이삼십 여명은 그냥 끝내버리지. 신촌의 낭만검객이라고 유명인사야. 거기다가 태껸의 고수라 말이지. 어릴 때는 축구를 했어. 그래서 다리가 이래.”
두 손으로 근육 모양을 만들어 침을 튀기며 말하는 광식의 소개를 듣던 천일의 눈가에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천일은 자신을 바라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하고 있는 민채를 보자 정색을 하고 황급히 말했다.
“우리 팀과 잘 어울리시겠습니다.”
그러자 광식이 또다시 목에다 힘을 주고 열을 올리며 말했다.
“특공경호대 출신이라도 서너 명은 혼자서 너끈하지, 거럼, ”
광식은 천일의 눈빛을 의식했는지 웃으면서 말했다.
“아, 내용을 전달하는 데 좀 더 사실적으로다가 설라버리를 할라니까.”
천일은 등산용 백을 어깨에 메고 일어서면서 말했다.
“아무 일 없을 테니 사업 번창하시고.”
“김대장도 앞으로 앞날이 훤하다. 멋지게 살것소”
하대하는 듯한 말에 약간 기분이 상한 듯 눈살을 찌푸리던 천일은 민채를 향해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민채에게 악수를 청한 그는 묵직한 등산용 가방을 양 손에 들고 밖으로 나갔다.
거의 문에 부딪힐 뻔 하면서 들어온 현찬이 말했다.
“뉴스를 보다가 뜻밖의 보도가 나와서 말이야. 박교수님께서 입각되셨어, 건설교통부 산하의 한일제주간해저터널추진위원장으로 말이야. 조만간 한일제주해저터널 건설이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래.”
천일은 현찬의 외침을 듣는 순간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가 이내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천일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민채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처음 봤는데 왜 낯설지 않지?”
“평범하게 생겨서 그럴 거야.”
광식 역시 지나가는 말처럼 대답했다.
그들의 모처럼의 회동은 박교수와 한일제주해저터널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민채의 유럽 일정을 가만히 듣던 현찬이 말을 꺼냈다.
“한일해저터널은 일본 규슈 지방과 이키섬, 쓰시마(대마도), 거제도의 장장 235㎞를 연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야. 안타깝게도 1980년대 이후 추진돼온 한일해저터널은 일본 쪽의 터널 입구만 뚫린 채 20여 년째 답보상태지. 하지만 일본 시가(佐賀)현 가라쓰(唐津)에는 한일해저터널연구회가 계속 터널 작업을 하고 있어. 한일해저터널의 출발점이 되는 이곳에서 지질조사 및 터널 관리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 현장의 후지하 소장을 만났는데 한일해저터널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이야. 2003년 노무현, 고이즈미 회동 때 언급 된 적이 있지. 최근에 극적인 국가 간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20년 전의 기술력에 비해 기술력이 월등하게 신장되어 경제성까지 확보하게 된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해.”
광식이 물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 그런 대단한 생각을 한 거야?”
민채가 웃으면서 말했다.
“현찬아, 그 밖에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거야. 독도 문제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들의 동의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게 국내정서거든. 어쨌든 한일해저터널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 총재가 1981년 처음 제기했지. 일본에서 한국, 중국, 러시아, 영국까지 2만여㎞를 연결하는 ‘국제하이웨이’를 건설하자는 것인데 국가 간의 갈등을 없애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마음대로 교류할 수 있는 ‘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데. 그리고 전 세계에 ‘마음의 길’을 뚫는 작업은 ‘가장 가까우면서 먼 나라’인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에 의미를 부여했지.”
현찬이 말을 이었다.
“한일해저터널의 출발점이 규슈 북쪽으로 후쿠오카에서는 서쪽에 있어. 400여 년 전의 침략기지가 현재 한일 간 평화도로의 시발점이 되는 것을 보면 역사의 수레바퀴가 참으로 오묘한 것 같지 않냐?”
광식이 격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쪽발이 새끼들은 걸핏하면 독도가 지네 땅이래! 그래가지고 무슨 화합을 한다고.”
민채가 말했다.
“한일해저터널이 지연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런 것 때문이야. 일본의 극우 보수파들이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어. 현재 한일해저터널 역시 성사가 극히 불투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박교수님께서 위원장이 되셨다면 사전에 국가 간 동의가 체결된 것으로 봐야지. 극적으로 타결된 이유가 반드시 있을 거야.”
광식이 물었다.
“그런데 바다 밑으로 터널 만들면 위험할 것 같은데.”
현찬이 대답했다.
“안타면 돼지.”
그들의 웃음소리가 담배 연기를 타고 길게 울려 퍼지는 동안 프리타임 대형 유리창 너머로 가로등불이 선명하게 오렌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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