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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4부 야망 형제
민철은 갑자기 일정이 비어서 오히려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큰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가까이에 있는 민채에게 변변하게 연락한번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전화기를 돌렸다.
수화기 너머로 민채의 목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형, 오랜만이네.”
“오늘 시간 좀 있어?” 민철의 목소리에 다정한 기운이 감돌았다.
“형이 많이 바쁘니까 형이 시간 있을 때 나는 무조건 시간 내야지 뭐.”
“내가 신촌으로 가마.”
프리타임은 민채에게 편안한 자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모처럼 만난 두 형제의 표정이 대조적이었다. 민채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고 민철은 약간 굳은 표정이었다.
“형, 오랜만에 만났는데 표정이 왜 그래?”
“그, 그냥, 민채야, 형이 연락을 않으면 너라도 해야지. 그리도 바쁘냐?”
“형답지 않게 말을 돌리네, 말도 마. 졸지에 유럽 출장도 가고, 담당교수는 한일 제주해저터널 건설특위원장이 되고 정신없어.”
“담당교수라면 박필영 교수를 말하는 거야?”
“응, 일전에 집에서 잠시 머무르는 동안 얘기 했잖아.”
“그 양반 좀 알지. 가끔 권검사장이랑 통화하는 것 같더라. 청와대에 친구들이 많다나 봐.”
“그 분 덕에 많은 걸 배우고 있어.”
“권검사장께서 오래전에 박교수 얘기를 하실 때 언뜻 네 얘기를 한 것 같아.”
“언젠가 엠티 갔을 때 박교수님도 형을 아시는 듯 한 말씀을 하시더라고.”
“내가 막 법무관 마지막 휴가 때 쯤 인가 권검사장님 뵐 때 잠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지.”
“한일제주해저터널사업을 주관하시게 되었는데 사실 잘된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어.”
“그 일로 유럽에 갔다 온 거야?”
“그런 셈이지 U2 프로젝트라는데 보안사항이래.”
“보안사항이라면 말하면 안 돼지.”
“뭐 어때. 형이랑.”
“물론 그렇기야 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좌우지간 고리타분한 건 여전해”
“원칙을 말하는 거야.”
“아래 사람들이 형보고 뭐라 안 그래?”
“조직은 원칙과 공사 구분이 우선이야. 다들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그래서, 이번에 또 승진한 거야?”
“승진 하는 게 대수가 아니라 얼마나 자신의 자리에 맞는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한 거야.”
“알았어. 제발. 이러다가 나까지 삭막해지겠네.”
“그리고 다음 달에 어머님 육순 잔치란 거 알지?”
“형만 자식은 아니니까 걱정 마. 근데 사귀는 아가씨를 데리고 가야할지 고민 중이야.”
“지현이란 애는?”
“어릴 때 일인데 뭐.”
“어떤 아가씨가 민채의 마음을 돌리게 했을까?”
“형은 아가씨 없어? 나만 데리고 가면 뭐 하잖아!”
“날 잡는 일만 남았어. 검사장님 조카야.”
“야, 그동안 내숭이었네. 그러지 않아도 켕기는 게 있었는데 잘됐다. 형, 축하해.”
“고맙다. 미리 소개 시키려 했는데 너무 바빠서.”
“뭘, 그런 거 가지고, 미안할 테니까 형이 오늘 술 사라.”
“언제는 한번 사본 것 같이 얘기하네.”
한바탕 웃음이 터진 가운데 어색한 연결을 틈타 민철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민채에게 물었다.
“참, 최근에 현중이라는 친구 만난 적 있어?”
“아니, 만나고 싶지만 연락이 안돼.”
“혹시, 연락처는 알아?”
“모르지, 고2 때 연락이 끊겼으니까. 근데 현중은 갑자기 왜?”
“아냐, 그냥 생각이 나서, 네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였잖아.”
“형은 역시 기억력이 대단해. 어떻게 현중을 생각할 수 있지?”
“민채야, 집에 갈 때 네가 만나는 아가씨랑 네 형수 될 사람이랑 함께 내려가면 어떨까?”
“형, 오늘 좀 이상한데, 또 말을 돌리네, 그러지 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은하도 좋아할 거야.”
민철은 현중과 민채의 왕래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못내 아쉬웠다.
민철의 전화기가 깜빡거렸다.
‘두 분 가시고 정리 중이에요. 실례인 줄 알지만 잠시 뵐 수 있는 시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민철은 민채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민채가 말했다.
“급한 일이면 내 걱정 말고 전화 해.”
“아니야, 별일 아니야. 오랜 만에 만났는데, 오늘 급한 일은 다 했어.”
민철은 목이 타는지 얼음물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다시 시작된 둘의 대화는 밤 깊은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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