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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5부 우정 단죄
어느덧 비는 그치고 석양이 물들기 시작할 무렵.
패러다임 호텔 입구에 트럭 한대가 도착했다.
비장한 표정의 현중과 최춘호가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대철은 황급히 어디론가 향했다. 현중과 최춘호는 비상계단을 통하여 정삼식의 방으로 향했다.
8층 방문이 소리 없이 열리자 현중이 무표정한 얼굴로 최춘호를 앞장세우고 들어갔다. 현중은 가슴에 품어두었던 글을 최춘호에게 건넸다.
조일규가 경직된 표정으로 현중과 최춘호를 번갈아 쳐다보며 현중의 옆으로 다가섰다.
현중이 조일규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준비는 이상 없겠지.”
조일규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춘호는 겁에 질려있었지만 체념한 표정이었다.
조일규가 정삼식의 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자 현중이 무거운 걸음을 떼기 시작했고 인기척을 느낀 정삼식이 현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현중임을 확인 한 그는 환한 얼굴로 현중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정삼식이 내미는 손을 외면하고 회의용 소파로 걸어가는 현중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정삼식은 현중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사장, 삼합회가 국내에 들어왔네. 이번에도 자네가 수고 좀 해 줘야겠어.”
현중은 대답대신 싸늘한 표정으로 정삼식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들여보내.”
다시 문이 열리고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최춘호가 걸어 들어왔다. 애처로울 만치 놀라는 표정이 역력한 정삼식이 눈을 부라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이 자리에 오는가? 조 비서관은 도대체 뭐하는 거야! 이런 자 하나 통제하지 못하고.”
최춘호가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종섭 사장님께서 부르셨습니다.”
“뭐라? 자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정신이 있어, 없어!”
현중이 눈을 감고 등을 소파에 깊이 파묻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준비하신 유언이나 봅시다.”
최춘호는 입을 굳게 다물고 두 눈을 내리깐 채 품속에서 편지를 꺼내 들었다. 그는 두 번 접힌 하얀 복사용지를 천천히 펴서 테이블 위로 정삼식에게 밀어 넣었다.
양쪽 입술이 두툼하게 아래로 향하도록 굳게 다물고 왼손을 소파의 손잡이에 얹힌 채로 오른 손으로 최춘호가 건넨 복사용지를 쥐고 턱을 내밀어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정삼식의 눈언저리가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정동건설의 총무부장이었던 본인은 패러다임 호텔 정삼식 회장의 농간으로, 모시고 있던 이종섭사장님을 배신하였고 업무상 공금횡령 및 배임의 죄를 짓고 많은 시간을 속죄의 눈물 속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귀국하지 못하고 이국땅을 떠돌고 계시는 이종섭사장님께 회한의 말씀도 못 드리고 세상을 버리고자 합니다. 못난 자식 때문에 너무나 커다란 과오를 저질렀지만 그 자식마저도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본인은 마지막 가는 길에 한 기업을 도산시키고 한 가정을 풍지박살 낸 장본인과 함께 가려합니다. 부디 명복을 빌어 주시고 용서해 주시면 저 하늘에서나마 눈을 감겠습니다.’
회색이 되어버린 정삼식은 상상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을 애써 진정시킬 요령으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정삼식은 현중을 향해 부드러운 표정을 띠고 물었다.
“이사장, 이게 다 무슨 말인가. 횡설수설도 유분수지. 저자가 늘어놓은 글들이 뭘 말하려는 건지 도통 모를 일일세.”
현중은 감았던 눈을 뜨고 정삼식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현중에게 끝없는 신뢰를 보여주는 듯한 정삼식의 표정은 그 순간에도 현중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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