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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6부 진실 늦은 고백

한민 2007. 11. 16. 오후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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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란 표정의 민채가 황급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잠시 머뭇거리던 지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시는 기억하기 싫지만 너도 어른이 되었으니까 이해하리라 믿고 얘기할께.”

  “.......”

  다시 정적이 흘렀다.

  그녀의 입을 통하여 흘러나온 얘기는 민채에게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고1때 미우회라는 미술 동호회 활동을 할 때 고3 회장 오빠를 알게 되었지. 그 오빠는 전국 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한 실력 있는 분인데 가을이면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열었어.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여러 날 밤을 새야해. 그래서 아버님을 졸라 허락을 받았지.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어. 전시회를 이틀 앞두고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중이었지. 그날따라 아이들이 비가 온다고 하나둘씩 일찍 행사장을 떠난 거야. 나도 집에 가려는데 오빠만 혼자 두고 가기가 미안했어.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린 탓에 깜빡 잠이 들었어. 꿈속에서 엄마가 황급히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어. 통증이 심해서 눈을 뜬 건지 판단을 못하겠어. 좌우지간 눈을 뜨자 오빠와 눈이 마주쳤어. 눈을 피하면서 오빠는......, 나는 저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 괜히 눈물만 흐르고 .....”


  지현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빠는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책임질게.’를 연발하며 용서를 구했어. 나는 그런 오빠가 너무 불쌍했어. ‘아, 내가 잘못했구나. 이렇게 착한 오빠를 힘들게 했구나.’라고 생각했어. 오히려 오빠를 달랬지. 하지만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계속 눈물이 흐르고, 어깨가 축 늘어진 오빠의 모습을 보니 그렇게 더 눈물이 났어. 그리고 전시회가 끝난 얼마 뒤 오빠를 만났어. 그 날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의도적으로 자기를 유혹한 거라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더래. 어떻게 자기를 위로 하냐고. 그리고 지금껏 그렇게 밝은 모습으로 다닐 수가 있냐고. 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지. 처음엔  그 오빠가 맞나하고 한 번 더 확인해봤어. 그러면서 나를 안으려고 했어. 다시 눈물이 나고 숨이 막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나왔어. 그리고 그해 겨울 방학 때 임신 사실을 알았어. 아빠 몰래 수술해야 했기 때문에 구석진 곳을 찾다가 무허가 돌팔이 의사에게 맡긴 게 잘못이지.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앓다가 엄마와 함께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갔어. 중절수술의 후유증으로 임신은 기대하지 말래. 엄마는 충격을 받으셨고, 일찍 돌아가신 건 모두 나 때문이야. 그렇게 나를 믿으셨는데. 이 얘기를 네게 하는 이유를 알겠지! 그래, 너를 진심으로 아껴서 너를 피한 거야. ‘그런 일만 없었어도’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 양심이 허락지 않은 거지.”


  파도는 바닷바람을 실어 날랐다.

  그녀는 바람에 흐트러진 눈물을 닦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너랑 가까이 있으면서 나를 다스릴 자신이 없었어. 순수한 너랑 있으면 많이 편안하고 대화가 되니까. 좋은 사람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 많이 했지. 그때마다 눈물이 나는 거야. 많이 좋아했는데 바보같이 용기도 없이 말도 못하고”

  “그걸 왜 이제야 얘기해요.”

  “혼자 간직할 시효가 다된 것 같아. 그만큼 성숙했다는 거지.”

  “오랫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사랑하는 거와 함께 사는 거와는 별개라는 결론에 도달했어. 사랑하는 예수님도 내 마음 속에 계시잖아. 함께 사는 것은 어쩌면 그럴듯한 추억하나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위로하니까 그럴 듯 하더라니까.”

  “문제는 지금은 그 말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피를 말리고 진을 뺀다는데 문제가 있는 거죠.”

  “정말 사랑하니까 이렇게 다시 만나잖아. 다음에 신부랑 같이 중국으로 놀러와. 네가 만들어가는 사랑 얘기를 듣고 싶어.”

  “은하를 만나서 힘들게 안정을 찾았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보게 되어 더 놀랬어요. 은하를 대할 때 마다 자꾸 겹쳐보여서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정말?”

  “그럼, 당연한 거잖아. 처음에는 죄짓는 것 같아서 지우려고 했는데 더 강하게 떠오르는 거야. 식사 중에는 네가 밥 먹는 모습이 떠오르고 같이 길을 가면 네가 옆에 서있는 느낌을 받곤 했어. 지금은 둘이 있으면 세 사람 이라고 생각해. 가끔 혼자일 때 둘이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 물론. 만약에 같이 살았다면 현실은 달라졌을 거야. 살아보니까 그렇더라고. 영원히 추억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대상 역시 그러하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하고. 오늘 모두 뱉어버리니까 참 후련하다.”

 

  지현은 보이지도 않는 어둠 속의 먼 바다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짙은 어둠은 곧 밝음의 징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현중이 큰 소리로 민채를 불렀다.

  왕진향이 현중에게 물었다.

  “저 두 분 무슨 사연이 있어 보이지 않나요?”

  “글쎄요.”


  밤바다는 동이 틀 준비를 하느라 더 짙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to be continnued...............



댓글 1개

포아풀 2007. 11. 18. 오후 11:19

글 속 지현의 모습이 안보여 궁금했었지요. 그랬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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