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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늑대 12

한민 2008. 04. 17. 오후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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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웬만해선 남자들을 정면으로 보는 법이 없었는데 가까이에서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아까 저녁 식사 때와는 달리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갖기 시작했다.

  ‘분명 본 적이 있는데...............’

  \"뭘 그리 깊이 생각 하시죠?\"

  혜미는 정적을 깨는 그의 낮은 목소리가 포장마차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도 유독 또렷하게 들리는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영준씨의 낮은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는 것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구요.”  

  “백색소음과 집중 때문이죠..”

  “백색소음이라니요?”

  “여러 소리가 서로의 소리를 잡아먹는 거죠. 무지개 빛을 한군데로 모우면 백색광이 되는 것처럼 여러 소리가 모이면 집중한 곳의 소리만 들리는데 주변의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죠. 커피숍에서 공부할 수 있는 이유죠.”

  혜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잘난 체, 아니 잘난 사내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면서 기억의 파편을 되새김질 하기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혜미의 눈에 하얀 등대의 사물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한영준의 얼굴은 광채마저 느껴지며 그녀의 시야를 파고들고 있었다.

  한영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혜미의 눈을 응시했다.

  혜미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십여 년 전의 기억이 앞에 앉아있는 사내의 모습 위로 오버랩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늦은 시간.

  달빛에 의지하여 창균의 집을 도둑고양이처럼 다녀오던 그날 저녁.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리던 덩치 큰 창옥의 모습이었다.

  “혹시!”

  여전히 한영준은 말없이 웃고 있었다.

  “창옥이니?”

  “옛날 모습이 남아 있긴 남아 있나 보구나. 하긴 초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이니까, 정확히 십오년 전의 일이지.”

  “어떻게 감쪽같이.”

  “평강공주가 바보온달을 기억해 낼 때 까지 기다렸지.”

  “평강공주?”

  “5학년 학예발표회 때 네가 평강공주를 하고 나는 바보 온달을 했잖아.”

  “그래, 창균이 왕을 했지.”

  “주인공은 바보온달인데 평강공주는 왕에게만 관심을 갖더라.”

  “누가 바보에게 눈길을 주니, 왕이라면 몰라도.”

  “그래도 주인공인데.”

  “바보 캐릭터가 너무 강했겠지. 미안.”

  “지난번 창균이 결혼식 때는 왜 오지 않았어?”

  “그냥, 마음이 그랬어. 창균과 나의 관계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리고 미옥은 나랑 가장 친한 친구니까.”

  “창균은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창균이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애, 하지만 그땐..........”

  “그 얘기는 창균에게 들었어. 경쟁심리 때문이었다고 얘기 했다더군.”

  “그 말이 그 말 이었구나?”

  “그리고 두 번째 얘긴데, 창균은 사실상 사귀는 애가 많았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 녀석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애가 다른 친구를 사귀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지. 중학교 때 하숙을 하기 시작하면서 더 절제하기 힘들었지. 지금 이 얘기를 하는 것은 네게 남아있을지 모르는 창균과 미옥의 결합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지워버리라는 뜻이야.”

  “그러면 그 때 그 편지들은 다 뭐야?”

  “누구에게나 그랬어.”

  “그래서 미옥이랑 쉽게 사는 거구나.”

  “다행히 결혼하고 나서는 굉장히 열심히 사는 것 같아. 사업도 잘하고.”

  “그래야지. 정말 다행이네.” 

  “창균이 말하길 자기가 작업해서 유일하게 안 넘어간 애가 너라더군.”

  “처음엔 네가 늑대 같더니 창균이 순 늑대구나, 그나마 순수한 추억이었는데 조금 아쉽기도 하네.”

  “미안, 추억을 으깨어 놓아서. 대신 내가 가진 추억이 더 풍성해 질 테니 나누어줄게.”

  혜미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물었다.

  “그런데 왜 한영준이야? 정창옥이 아니고?”


  지나가던 바람에 조명이 흔들거리자 한영준의 눈이 반짝거렸다.
                                                                           to be continued...........




댓글 2개

김문숙 2008. 04. 18. 오후 12:02

재미 있읍니다. 고맙습니다.

한민 2008. 04. 18. 오후 06:25

감사합니다. 이제 마지막 글만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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