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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의 고모님, 할머니

김문숙 2008. 05. 31. 오전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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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의 고모님, 할머니
             한은총/감문숙
오랜 만에 구순 노인을 뵈러 갔어요.
힘겨운 세상을 이겨 내신
마른 등을 
고운 명주로 얇은 유리 창 먼지를 닦아 드리 듯
조심스럽게 
오히려 경건하게 쓸어 내어 드립니다.
찾아 뵌 지 햇 수로 3년
왜 지금 왔어? 돌아 앉으셨지만
등을 어루는  제 손에
참아 내신  외로움의 흔적이 배어 납니다.
한 때는 백 여명의 백화점 점원에게
쩌렁쩌렁 칭찬으로 손 잡던 세월
이제는 삭지 않는 기개 속에 고이 숨겨 두시고
자고 갈 거지?
어느 호소보다 가슴 찡한 죄송함이
잠재운 제 양심을 깨어 냅니다.
있어 보여야  
탱탱해 보여야
불빛에 나방처럼 모여드는 세상.
눈 앞에 있는 이 만이 친절한  친구가 되고
슬쩍 비켜나면 웬 원수로 짓찧어대는 세상
내가 지칠 때 더 빨리 돌아가는 세상
온 날을 외로움으로
기다림으로  순해진 노인의    일상으로
가슴 지친 내가 잠시 쉬러 들어 갑니다. 
모든 체면의 옷을 개켜 놓고 .
믿음의 요란한 장식들을 풀러 놓고
신자이기 전에 사람부터 되고 싶어
오직
예수 한  이름만으로 소중히 모신 밤.
한 밤을 도란도란 지세우며
잠 못자 핏발서고
휘돌다가 부르튼 발,
혓바늘 솟은 깔깔함도 다 잊어 버리고
이런저런 아쉬운 셈, 셈  
저 멀리 버려 두고
한 세상을 지나 다시 
한, 참 세상을 기다리는
구순의 인내를 배워 봅니다.

댓글 2개

이임영 2008. 05. 31. 오전 08:22

마음도 글도 모두 아름답습니다...조용할 때 와서 다시 감상하겠습니다...좋은 주말 보내세요 김문숙님^^

2003002 2008. 05. 31. 오후 02:25

고맙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다섯개의 새끼 줄을 줄줄 풀어 버리고 서울 향기멜 여행으로 줄여 봤지요. 거기서 뵙기를 바랍니다만 신청이 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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