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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와 문자

김문숙 2008. 07. 26. 오후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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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수와 문자



                     한은총/ 김문숙



어제처럼

비 먹은,

회색 빛 차분한 하늘


저 두터운 회색 층 위에

이 한 낮

한 여름 태양은 얼마나 제 혼자 뜨거울까?


회뿌연 저 수증기의 막을

큰  파라솔을 쓰듯,  연극 마당 휘장처럼 둘러치고

모처럼 시원한 여름

세상이 가만 가만 숨어 있다.


 어머님 생전에 말려 놓으신  시레기를

묵히고 묵혀 아끼다가

비로서 서언한 오늘서야

짭조롬 한 눈물로 삶아 내었다. 


과연 그럴까?

말려진 시레기 처럼,
그렇게 세월이 잠을 잔 적이나 있을까?


15층 난간 아래서 바라보는 수목들은  저마다

오늘도 역시 또 긴 한 뼘  새 잎을 내 밀어

조물주의 칭찬을 바라는데


 어젯 밤 잠간 켜 놓았던 빨간 향초가

반이나 줄어 진 것을 아까워 하면서도  나는

내 삶이 오늘 어떻게

불붙어서 사그러지는 가

제대로 점검조차 못하고 한 낮이 갔다.


아들이 보낸 수표가 무언지 몰라, 뚫어진 창호를 바르고

주려 죽은 노인처럼

140 억 개의 뇌세포를 가진 우리

언제까지 지혜의 가난에  시달려야 하나?


우리 맘대로 육신에 묻혀 둔 달란트는

녹슬어 땅으로 스미게 두고  우리는

우리를 위하여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으시는 분께 

밤을 세워

크게 부르짖는다


나의 잔을 가득 채워 주소서


낮 3시

전철 여기저기 으덕 꾸덕, 치켜든 고개들이 꿀맛처럼 무거운데

아하,  땅 속으로 빨리  달려가 

부지런히 침실 방을 치우고

철 없는 소녀이 듯,  생끗  웃으며

문자 한 번  날리자.


나실 때는 비록 마굿간에 오셨어도

온 우주가 다 주의 집
그러하여도
저에게 큰 방  있어요.

오수 잠깐 즐기러 오세요.


댓글 2개

이임영 2008. 07. 27. 오후 07:08

김문숙님의 아름다운 싯귀속에 머물다 갑니다~ 행복한 한주 맞이하세요^^

김문숙 2008. 07. 27. 오후 07:32

늘 격려를 하시는 군요., 고맙습니다. 축복은 전하면 두 배로 돌아간다고 했지요, 거기에 제가 드리는 축복까지 더하면 세배가 될 것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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