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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와 문자
오수와 문자
한은총/ 김문숙
어제처럼
비 먹은,
회색 빛 차분한 하늘
저 두터운 회색 층 위에
이 한 낮
한 여름 태양은 얼마나 제 혼자 뜨거울까?
회뿌연 저 수증기의 막을
큰 파라솔을 쓰듯, 연극 마당 휘장처럼 둘러치고
모처럼 시원한 여름
세상이 가만 가만 숨어 있다.
어머님 생전에 말려 놓으신 시레기를
묵히고 묵혀 아끼다가
비로서 서언한 오늘서야
짭조롬 한 눈물로 삶아 내었다.
과연 그럴까?
말려진 시레기 처럼,
그렇게 세월이 잠을 잔 적이나 있을까?
15층 난간 아래서 바라보는 수목들은 저마다
오늘도 역시 또 긴 한 뼘 새 잎을 내 밀어
조물주의 칭찬을 바라는데
어젯 밤 잠간 켜 놓았던 빨간 향초가
반이나 줄어 진 것을 아까워 하면서도 나는
내 삶이 오늘 어떻게
불붙어서 사그러지는 가
제대로 점검조차 못하고 한 낮이 갔다.
아들이 보낸 수표가 무언지 몰라, 뚫어진 창호를 바르고
주려 죽은 노인처럼
140 억 개의 뇌세포를 가진 우리
언제까지 지혜의 가난에 시달려야 하나?
우리 맘대로 육신에 묻혀 둔 달란트는
녹슬어 땅으로 스미게 두고 우리는
우리를 위하여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으시는 분께
밤을 세워
크게 부르짖는다
나의 잔을 가득 채워 주소서
낮 3시
전철 여기저기 으덕 꾸덕, 치켜든 고개들이 꿀맛처럼 무거운데
아하, 땅 속으로 빨리 달려가
부지런히 침실 방을 치우고
철 없는 소녀이 듯, 생끗 웃으며
문자 한 번 날리자.
나실 때는 비록 마굿간에 오셨어도
온 우주가 다 주의 집
그러하여도
저에게 큰 방 있어요.
오수 잠깐 즐기러 오세요.
댓글 2개
김문숙님의 아름다운 싯귀속에 머물다 갑니다~ 행복한 한주 맞이하세요^^
늘 격려를 하시는 군요., 고맙습니다. 축복은 전하면 두 배로 돌아간다고 했지요, 거기에 제가 드리는 축복까지 더하면 세배가 될 것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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