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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모기에 물리다

박종영 2008. 08. 02. 오후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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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모기에 물리다

                  - 박종영 -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데
의자 밑에 숨어 있던 모기가 내 허벅지의 피를 맛보고 도망간다
휙 손바람을 일으켜 잡으려 하니
바로 앞자리 젊은 여인의 의자 밑으로 날아가 숨는다
차는 달리고 모기에 물린 자국이 가려워
누가 볼세라 어머니의 방식대로 얼른 물린 자국에 침을 발랐다
서너 정거장을 지나니 가려움은 사그라지고,
나는, 잠깐 생각에 잠긴다
의자에 섬처럼 앉아있는 크고 작은 육체의 신비를 고루 만끽하면서
내 허벅지를 공략하고 달아난 그 모기, 생존의 틀이 참 묘하다고,
어떻게 차 안으로 숨어들었을까
수많은 사람의 피를 맛보기위해,
의자 밑에 숨어 얼마나 지루한 탐닉의 시간을 기다리며
체중 3mg 가녀린 몸매로 투쟁의 몸뚱이를 갈고 닦았을까를 생각하니
내일부터 버스 타기가 두렵고 무섭다
허름한 노약자의 다리에서부터 풍만한 중년 여인의 아랫도리,
건장한 젊은이의 장딴지와, 싱싱한 처녀의 겨드랑이에 깊숙이 독침을 박고
경주마처럼 헉헉대며 빨아올린 피,
가냘픈 모기 한 마리의 뱃속으로 섞여지는
사람과 사람들의 붉은 피가 오직
종점을 향해 달리는 자동차의 힘찬 기운이 되었으면,

차창 밖으로 이팝나무 가로수 잎이 빗줄기에 입을 맞춘다
부대끼는 척,
흔들리는 저, 무언의 푸른 장단이 가슴 안으로 뭉클하다.

photo/sumeru 사진가님

댓글 2개

포아풀 2008. 08. 04. 오후 09:42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시는군요. 더위에 건강하게 잘 보내시는지요.

김문숙 2008. 08. 06. 오전 01:29

ㅎㅎ 잘 읽고 갑니다. 더욱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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