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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와 양념 / 함석헌

꿈꾸는어린왕자 2009. 01. 16. 오전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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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와 양념  / 함석헌

그릇에 넘는 음식도 양념이 들어야 맛이 나고,
세상에 그득한 사람들 중에도 참 사람이 섞여야 삶이 있다.

음식은 아니라는 양념은 아니건만 제가 음식은 아니오
세상을 무시하는 진리는 아니건만 제가 세상은 아니다.

그것 없이 맛이 아니나니 양념은 음식을 부정하는 듯하고,
그것 없이는 서갈 수 없으니 진리는 세상을 부정하는 듯하다.

고기를 없이 보는 양념으로 도리어 고기 맛이 나고,
세상을 없이 보는 진인(眞人)으로 도리어 세상이 살아간다.

무미유미(無味有味)
이세즉세(離世卽世)

양념은 저만으로 시고 짜고 쓰고 매워서 못 견디는 것,
진인은 홀로 살면 슬프고 괴롭고 고담(枯談)해 안 되는 것,

맛 중의 진알 맛인 양념을 뽑아냄은
풍성한 요리 속에 녹아들어 전체를 맛내잠이오,
사람 중의 진(眞) 알짜사람인 진인을 따로 세움은
허다창생(許多蒼生) 속에 희생이 되어 전체를 살리잠이다.


(+ 위 글은 씨알의 소리 통권 201호에 게제 되었던 함석헌 선생님의 미발표 유고 시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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