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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포아풀 2009. 11. 10. 오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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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뉴스는 어느 달동네 벌집 철거소식을 전했다 집안 생계를 짐 진 많은 순이가 옹색하게 무릎을 접었던 곳, 공장 옮겨가면서 순이들도 철새로 떠나고 뒤이은 분 짙은 아가씨들도 세월 따라 분 내음 거둬갔단다 지금은 가진 것이라곤 서로의 시린 가슴 보듬는 정뿐인 사람들 하루하루 헤픈 웃음으로 연명하던 곳이라던가 봇짐 싸듯 살림 꾸려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던 먼 유년의 그때, 방 한칸 마련키도 쉽지 않아 꾸러미 가득 들어앉은 달걀처럼 자식 줄줄이 꿴 이 땅의 아버지들, 입주하던 날이면 죄인처럼 주인 몰래 숨어들어야만 했단다 그래도 촘촘히 붙은 옥수수 알처럼 상머리 빙 둘러앉으면 방안 온통 채우던 웃음소리, 그릇 달그락거리던 소리 잇몸 그득 내보이며 환한 웃음 쏟던 그 시절 그 집, 지상의 방 한칸

댓글 8개

김문숙 2009. 11. 10. 오후 08:31

이 시리게 웃어도 순수 가정의 사랑은 풍성했지요. 어제는 십대의 아들이 보험금을 노려 누나와 엄마를 --- 무너지는 가정의 소리가 요란합니다. 잘 된 시 한편 도 한편 쌓아가며 무너져 가는 건강 가정의 지복을 책임지는 마숫군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시 감사드리며 더욱 행복하시기를

오정헤 2009. 11. 10. 오후 11:04

시린 겨울속에 따뜻한 온돌방 같은 가족애가 가득한 글이군요!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인데.... 먼 방글라데시의 어느 빈민굴이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였죠!! 졸속으로 부요한 나라가된 이 나라의 비극, 상대적 빈곤이란 절대적 가치관.... 어제의 가난을 잊고 오늘의 감사를 모르고 사는 나를 돌아보는 글입니다. 포아폴님 감사해요^^

백야 2009. 11. 11. 오전 08:47

포아풀님 글을 보니 너무 반갑습니다. 이곳저곳 두루 살피면 만나뵐 수 있는 것을....\" 마냥 저는 생활의 발견만 바라보았군요. 가난한 시절 우리 동생들에 잠자든 모습이 보입니다. 차거운 겨울이면 사형제가 좁은 이불속에 서로 부둥켜 안고 잠들든...\" 쌀 한봉지.. 콩나물죽.. 새끼줄에 매달린 대성연탄.. 꽁꽁 얼어붙은 수도꼭지... 그런데도 그런 옛날일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기서 부터 여기 까지 왔는데 말입니다. 우리들 의식속에 그날들의 추억을 떠올린다면 행복수치가 좀 오르지 않을런지요. 생활의 발견에도 자주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포아풀님!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요. 늘 행복하세요.

박은정 2009. 11. 11. 오후 04:21

제목이 너무 잘 어울리네요. 단풍이 이리도 멋지게 든 남산자락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네 어린시절의 모습에는 그 흔한 단풍도 멋지게 본 기억이 없는지요. 그래도 그 때가 좋았다고 하시는 어르신들의 추억을 들으면 풍성한데 왜? 감사를 모르고 사는지가 부끄럽기만 하네요. 건강하게 잘 계시지요. 얼마전에 뵈어서 참 행복했지요^^*

포아풀 2009. 11. 12. 오후 05:03

김문숙 시인님, 오정혜 시인님, 백야님, 박은정 간사님, 반갑습니다. 부족한 글에 대한 정성스런 답글 고맙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네요. 만추를 만끽하시길 바라며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날 되세요.^^

최인구 2009. 11. 13. 오전 08:43

처음에는 남에게 보여 주기 싫었던 시절도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시골 이모집에서 지내던 유년시절이 저에게 그렇습니다. 쇠꼴 베고, 쇠죽 끊이고 어려서는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소중한 한 폭의 풍경화로 남아있고 가끔씩 그것들을 꺼내보며 미소 한 번 띄워보곤 합니다. 거꾸로 생각해서 현재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들은 나중에 어떤 기억으로 떠오를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유년시절의 그 기억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덜 우울하니깐^^ 포아풀 님~! 아주 작은 바람의 기척에도 덩실덩실 춤을 추며 대지로 내려앉는 나무잎을 보세요^^ 요리저리 왔다갔다 손을 흔들어 보이져^^ 그거 제가 누님에게 인사하는 손짓입니다. 살포시 입술의 근육을 좌우로 늘려 보세요^^ 그거 제 눈인사에 기분이 좋아지는 징조입니다. 그리고 나뭇잎을 밟아 보세요^^ 그거 어느 누군가의 미소에 답하는 저의 메아리입니다. 은행잎이 금빛입니다. 금빛처럼 빛나는 하루 되세요.^^

미오새 2009. 11. 13. 오전 10:22

*포아풀님... 그 이름에서 강한 신맛이 연상되어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는, 특별히 의욕을 잃어가는 갱년기 여성에 좋다는 석류(石榴)가 아니라, 기억의 곳간 깊은 곳으로 이끄는 석류(昔榴)같아요. 단칸 방, 그 비좁은 공간에 식구 많은 집처럼, 한 틈의 여유 공간도 없이 빽빽하게 박혀있는 석류 알갱이 중, 어느 하나 쯤은 \"영자의 전성시대\"를 살았던 \"영자\"였을지도 모르고, 혹은, 지분냄새 풍기며 뒷굽 높은 구두에 달동네 고갯길을 위태위태 내려 오던 \"경아\"도 있었지 않았을까요? 고단하고 불편한 삶이였지만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서 견디어 낼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삶을 상기시켜주는 귀한 글.... 포아풀님 덕분에, 가방끈의 길이, 살고 있는 동네, 아파트의 평수와 자동차의 크기등으로 사람을 평가하는데 익숙해져가는 이 시대를 반성케하는 귀한 글로 금요일 아침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박 은정님과 포아풀님이 무척 부럽네요,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으니까... 보고 싶은 사람, 보면서 사니까.... 지금 가을비오는 창 밖의 풍경을 보고 계십니까, 포아풀님? 위에 다녀가신 인구님의 긴 편지에 포아풀님의 아침이 풍요로울것 같아요.

포아풀 2009. 11. 15. 오전 11:50

저 위 김문숙 시인님, 오정혜 시인님, 백야님, 박은정 간사님. 바쁜 마음에 총총 댓글을 달고 갔다가 다시 오니 참으로 부끄럽네요. 지난 시절의 회상은 우리가 이만큼 변하고 좀 더 나아졌다는 인식때문에 그리운 추억이 되고 상기해도 넉넉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인구님, 바람이 유독 세차지고 나뭇잎이 한꺼번에 소리를 질러대며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인구님의 강도 높은 인사인 줄 이제야 알았네요. 감사해요. 인구님의 유년시절을 잠시 회상해보며 가슴 한켠이 싸아, 저려오지만 그 경험들로 인해 더 탄탄해지는 삶이겠지요. 낙엽을 밟으며 휴일 만끽하세요. 추우니 옷은 든든히 챙겨 입으시고... 미오새님, 시 한 편에 대한 보충설명이 필요 없는 훌륭한 댓글입니다. 세끼 먹고 사는 세상이 다 그렇다고 말은 하면서도 여전히 부를 좇고, 편안해지려 하고 어려웠던 기억은 지우고 싶어 하지요. 어느 문인이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사를 자주 수필소재로 삼기에 보다 못한 부인이 그런 얘기 그만 쓰라고 짜증을 냈다고 하소연 하더군요. 잘나가는 의사신분에 맞는 우아한 글을 아마도 부인은 원했던 것 같아요. 그분의 딜레마에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얘기가 빗나갔어요. 휴일 마무리 잘 하세요, 미오새님. 좀 춥다는데, 감기조심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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