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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들꽃향기 2010. 05. 11. 오후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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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날씨가 제 모양새를 보여 주는 4월의 금요일 오후,
남편이 가까운 산행을 위해 주섬주섬 등산복을 챙겨 입는다.
어제 함께 가서 사진 찍던 봄꽃들의 모습이 아른거려
남편 등 뒤에다 묻는다.
『나두 갈까?』
『당신?』
『오늘 코스는 좀 어려워서 당신에겐 무리일걸.』
순순히 포기하기엔 아쉬운 마음에 다시 묻는다.
『쉬엄쉬엄 가면 될 텐데…….』
잠시 생각하던 남편이 아무래도 오늘 코스는 무리랜다.
그리고 산바람 내음을 안고 돌아 온 남편이 베란다로 직행,
한참 만에 막 피어난 듯 한 노란 복수초꽃 한 송이와
그 곁에서 아직 터지지 않은 봉우리 두 개가 맺혀있는 화분 하나를 건네준다.
『와~ 정말 예쁘다.』
『그 봐, 나도 데려가랬잖아.』 화분을 받아 들며 원망부터 나온다.
『그래 말이야, 그렇게 많이 다닌 그 곳에 이렇게 많은 꽃들이 있을 줄은 몰랐네.
오늘은 계곡 쪽으로 갔더니 복수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더군.
사진 찍다가 당신에게 보여주려고 한포기 가져왔어.』
사실 남편은 등산 매니어다.
그런데 요즘 뒤늦게 시작한 사진 덕분에 등산로가 아닌
계곡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등산만 할 때와는 시계가 전혀 달라졌다고 신기해 한다.
못내 아쉽다.
사진찍어놔야지~
그렇게 화분을 받아 놓고 이삼일이 금방 지나갔다.
문득 생각이 나서보니 어느새 복수초 화분이 베란다로 나가있고,
고왔던 복수초꽃이 시들어 볼 품이 없다.
큰 카메라 꺼내기도 괜스레 마음이 바빠져 서둘러 작은 카메라로 몇 컷 찍는다.
등 뒤에다 장미꽃 한 송이를 감추고 대문 앞에 서 있던 숙직을 하고 온 날 아침의 모습,
이른 봄 등산길에 개울가에 핀 버들강아지 몇 가지를 잘라 오던 모습,
가을날 가까운 산행 길에서 몇 줄기의 들국화를 꺾어 다 주던 모습, 등 등.
문득, 젊은 날의 남편 모습이 오버랩 된다.

본디 작은 애정 표현에도 영 서투르고 힘겨워하는 남편이다.
더구나 속내를 드러내며 감정표현을 하는 일은 어쩌면 평생 풀기 어려운 숙제일 수도 있다.
남편에게는.
그런 귀한 마음을 받으며 고마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는 나 또한 마찬가지여서
제대로 애정표현 한번 주고 받지 못하고 참 덤덤하게 사는 우리부부다.
그러니 서로의 마음을 읽어 내는 데도 늘 한 박자씩 앞서고 뒤서며 엇박자로 평생을 함께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사랑 전선에는 평생 한 자락의 아쉬운 섭섭함이 깔려 있다.

오늘 이 복수초 화분 앞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
왜 나는 곱고 예쁜 그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 내지 못하는 걸까?
두 손으로 정성껏 건네는 마음은 받아 내지 못하고
한 발 뒤늦게 땅에 내려 논 마음만 겨우 주워드는 나는,
어쩌면 제대로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선천성 기형인지도 모를 일이라고 혼자 투덜대며 서글퍼진다.


댓글 3개

포아풀 2010. 05. 11. 오후 11:10

엇박자를 내는 것 같고, 늘 뒷북인 듯해도 어설퍼서 정겨운, 그래서 질리지 않는, 서서히 오래도록 지속되는 사랑이 아닐까요, 들꽃향기님...

기윤덕 2010. 05. 12. 오전 12:36

올해는 복수초 못보고 지나가나 했는데 사진으로 볼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참 감사합니다 사랑의 향기가 가득한 가정 많이 부럽습니다

윤고방 2010. 05. 14. 오전 09:06

남녀의 톱니바퀴는 분명히 엇박자라는 사실, 톱니의 숫자도 간격도 원의 지름도 모두 각각이라는 것. 정녕 환상 너울 콩깍지 쓰지 않으면 사랑의 톱니바퀴는 돌아갈 수 없는 건가요? 세월이 갈수록 뚜렷해 보입니다. 하느님께서 지구상에 만들어 놓으신 제도 중에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것이 결혼이고 가정이란 얘기 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내리신 숙제가 너무 어려워서 오늘 하루 아니 이승이 끝나는 동안에 숙제 끝내기가 어려울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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