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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포아풀 2010. 08. 22. 오전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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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차양 모자 푹 눌러쓴 여자가 양팔을 공중에 띄우며 씩씩하게 걸어갈 때 얼굴 궁금한 햇살이 요리조리 틈을 엿보는데 여자의 거친 숨소리를 꼬리로 말아 쥔 털북숭이 강아지는 무궁화꽃잎 같은 혀를 팔랑거리고 있었다 성미 급한 매미, 덥다고 있는 대로 짜증을 부리고 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다 내려놓으면 신경 쓸 거 하나 없다고 명상가 백로는 멀리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삶은 그것만은 아니라고 물새 한 쌍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다 덥다덥다 하면서도 젊은 남녀는 서로의 몸을 더욱 바짝 붙이고 앉아 소곤거리고 일찌감치 봄을 피워 올린 찔레는 그래도 자존심만은 살아서 늙은 가시를 내놓은 채 풀 죽어 있었다 갓 노년으로 접어든 부부는 젊음은 한때라고 제발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들의 말을 우연히 엿들은 배롱나무는 아직 세상을 잘 모르지만 자신은 지금이 가장 좋다고 물에 얼굴을 비춰보며 붉은 여드름을 짜내고 있었다

댓글 20개

미오새 2010. 08. 23. 오전 10:59

*포아풀님.. 여드름의 \"드\"字를 지우며 여름을 즐기는 배롱나무, 비록 전성기는 지나갔지만 마지막 남은 자존심처럼 가시를 날카롭게 세워 여름과 맞서는 찔레, 그리고,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하는 군인들의 씩씩한 모습처럼, 여름의 한가운데를 차양 넓은 모자를 쓰고 보무당당하게 걷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서는 일상의 삶속에서도 꼼수부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정면승부를 즐기는 작가의 성품까지도 엿보는듯 싶어요. 그렇다면, 같은 날개과인 미오새는 백로와 물새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요? 포아풀님.. 오늘은 차양모자대신 우산을 쓰고 산책을 하셔야 할듯... 그리고, 지금이 가장 좋다고 여기는 배롱나무의 독백처럼, 우리들의 일생에서 항상, 언제나 \"오늘\"이 가장 젊은 모습이라는 것.

백성동 2010. 08. 23. 오후 10:06

풀님은 이 여름을 그렇게 관조 하면서 보내셨군요.. 본인은 하루에도 몇번씩 온 몸에 닭살을 돋게하여 온도를 낮추면서 이 여름을 보냈습니다. 가을이 저기 오나요?

포아풀 2010. 08. 25. 오전 09:32

여름의 끝인가요, 아님 아직 늦더위가 남았을까요. 가을의 기미를 느끼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좀 남았겠지요? 오늘은 제법 비가 많이 오네요, 미오새님. 찬바람이 불면 조금은 마음이 빈 것 같아 저는 여름이 좋네요. 미오새님의 여름은 어떠셨는지요. 지나고 나면 그때가 가장 좋은 것 같지만 배롱나무의 고백처럼 지금이 가장 좋다는 것... 그걸 가끔 잊네요. 늘 뭔가를 일깨워 주시는 글에 손을 내미는 아침입니다.

포아풀 2010. 08. 25. 오전 09:36

백성동 시인님, 늘 바쁘게 지내시지요? 여름을 관조했다는 말씀... 그런가요, 네 그런 것 같네요. 여름에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걸었네요. 그래서 체력이 많이 좋아졌어요. 더불어 맘도 편합니다. 더위에 힘들지는 않으셧는지요. 바우고, 덜어내고, 그것을 즐겨 관조하는 삶은 백선생님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박성실 2010. 08. 25. 오후 04:16

글을 읽다 보면 작가가 자꾸만 궁금해 지고, 그래서 그 작가의 글을 자꾸 읽다 보면 그 사람과 친해진 것 같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시의 첫 구절을 읽는데, 넓은 차양 깊게 눌러쓴 여자, 강아지와 물가를 산책하는 여자가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마치 아는 사람 우연히 만난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그런데 그 여자 분, 아는척 하기에는 무척 바빠 보이십니다. 혼자만의 세계에서 호숫가의 백로도 유심히 보고 한쌍의 물새도 열심히 봅니다. 그뿐인가요, 매미가 큰 소리를 내고 있을 때 찔레도 한 커플의 젊은이들도 보고 노년으로 들어 선 이들의 이야기도 듣느라 바쁘십니다. 조용히 넋을 잃듯 한 가지도 놓치지 않으려 빠져계신 포아풀님을 결국 아는척 못하고 배롱나무 뒤에서 지켜 보는데 배롱나무를 돌아 보시는데 깜짝 놀라 뒤로 숨습니다. 배롱나무는 아는지 모르는지 더위에 붉게 올라온 여드름 보여주고 있네요. 그래서 햇살도 틈을 찾고 있었던 것이겠죠.. 이번에도 풍경화입니다. 그래서 읽다 보니 저도 그 그림에 폭 빠져들었습니다. 포아풀님, 그런데 이번 풍경화에는 꽉차오르는 그 무엇은 없네요. 이 시는 꽉 찬 그 무엇을 전달하기보다 담담하게 더위 속에 물가의 다양한 모습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그대로 전달해 주는 그런 그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길게 음미하게 됐습니다. 그 물가에 있었떤 듯이 그림을 그려주시는 포아풀님 시각화 능력 대단하십니다.

포아풀 2010. 08. 26. 오전 09:03

\"박성실의 시해설\" 경어를 빼서 죄송... 이런 제목으로 게시판하나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성실님? 시보다 더 명쾌한 해설, 감상평입니다. 바쁜 시간에도 짬짬이 좋은 글, 재미난 글, 개성있는 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성실님의 팬입니다!

박성실 2010. 08. 26. 오후 01:35

어멋! 영광입니다. 칭찬에 춤추는 고래입니다! 저희 신랑하고 저는 포아풀님의 팬입니다. 어제도 시를 보고 신랑이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어요. 저희 부부에게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주시는 포아풀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더불어 시를 자주 올려 주셨으면 하는 ㅎㅎ 독자된 마음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포아풀이라는 이름을 쓰시게 되셨나요? 벼과의 식물 맞죠? 이름이 참 예쁜데^^ 궁금합니다.

박종영 2010. 08. 26. 오후 02:12

여름 끝물의 소리들을 아름답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소슬한 가을바람이 불때까지 선묘옆에 심어놓은 배롱나무는 붉은 입술로 가을을 마중할 것입니다. 귀한글에 머물다 갑니다 문운하십시오 포아풀 시인님!

포아풀 2010. 08. 27. 오후 01:57

포아풀... 볏과의 식물 맞답니다, 성실님. 저를 처음 지도한 선생님의 시 중 \"나는 포아풀\"로 끝나는 시가 있더군요. 끄때만 해도 뭘 몰라서 \"포아풀이 뭐예요?\" 여쭈었더니 씩 웃기만 하셔요. 참 이상한 분이야, 속으로 생각하고 넘겼는데 한참 지난 어느 날 어느 장소를 지나다가 허리를 굽혀 가리키며 \"000, 이게 포아풀이야!\" 하시겠지요. \"아하, 그렇네요. 이름만 이쁘네요\" 했더니 \"너 가져!\"하셔서 제가 가져왔어요. 실제로 포아풀은 꽃이 피는 것도 아니고 모양은 볼품이 없어요. 그러나 뿌리가 깊다고 하네요. 저또한 영광입니다, 팬이시라니... 금요일 마무리 잘 하세요. 지금 막 비가 오고 있네요.

포아풀 2010. 08. 27. 오후 02:01

배롱나무의 붉은 입술... 침 멋지고 근사한 표현이네요. 여름의 끝물이네요. 막바지 더위가 더 남을 것 같지만, 그래도 가을이 보여요. 박종영 시인님, 더욱 좋은 글로 뵙고, 또 선생님의 좋은 글 게속 기대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박성실 2010. 08. 28. 오후 11:08

뿌리가 깊다... '너 가져!' 해서 가져왔다. 왜 저는 이 말이 이렇게 마음에서 맴 돌까요?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신랑이 덧붙입니다. 저도 팬입니다. 라고요. 처음 포아풀님의 시를 읽고, 저보다 감탄한 사람이 신랑이었거든요. 신랑은 작은 신문사의 기자인데, 날카로운 글보다는 따듯한 문체를 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가끔 본인은 기자 체질이 아닌 것 같다고 하지요. 이번 포아풀님의 시를 읽고, 대학시절 시를 가르쳐 주었던 교수님의 말을 저에게 하더라고요, '시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 주는 것이다.' 포아풀님의 시와 이런 신랑이 있어 저는 행복합니다. 아, 그리고 배롱나무는 모를 겁니다. 사람들이 저를 두고 무슨 말들을 하는지 말이예요. 다만 거기 서서 계절에 충실할 뿐이지요. 수다가 길어졌습니다. 퇴근해야겠습니다. 헤헤헤 주말 잘 보내세요.

최인구 2010. 08. 29. 오전 09:02

조선시대 어우동이 당나귀 타고 마실 나갈 때 썼던 차양모자~! 그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어떤 풍경이었을까요?? 안녕하세요? 포아풀 님~! 며칠 째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차양모자 대신 우산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네요.ㅋㅋ 우산 위로 우두둑 떨어지는 비소리를 들으며 친구 만나러 가는 걸음이 참 즐거덥군요.ㅋㅋ(동동주 마시러 가는 길.) 포아풀 님~! 무궁화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치고 그 생명을 마무리할 때 꽃잎을 돌돌 말아서 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절개의 상징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포아풀 님도 무궁화를 닮은 것 아닌지요.. 자신의 내면을 잘 관리하고 표현할 줄 아는 지혜를 품은 여자라고나 할까요.ㅋㅋ 포아풀 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무궁화처럼 아름답게 살기를 바라면서 잠시나마 흔적을 남기고 갑니다. (라면 물이 끊고 있어요..후다닥ㅋㅋ)

포아풀 2010. 08. 31. 오전 09:08

시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네... 그렇군요. 성실님과 성실님의 훌륭한 옆지기님에게 또 하나를 배웁니다. 감사해요. 이제보니 저 위 제 댓글에 오타가 난립을... 부끄러워라...

포아풀 2010. 08. 31. 오전 09:18

인구님, 동동주와 라면... 휴일에 잘 어울리 것 같고, 비오는 날 더욱 잘 맞을 것 같네요. 더위에 잘 지내셨지요? 가끔씩 오셔도 늘 좋네요. 정감이 있어요. 폭우도 이미 멎고 어제도, 오늘도 쨍... 마음도 화창하게 보내시기를... 무궁화에 대한 말씀 깊이 와 닿네요. 말씀처럼 그리 되도록 애써볼게요, 인구님!

미오새 2010. 09. 01. 오후 09:01

*포아풀님.. 유달리 가을이 오면 그리움을 심하게 타는 미오새를 위해 가을은 더디 오고, 유난히 여름을 즐기는 포아풀님을 위해 여름은 오래 계속되고... 그렇지만, 은빛 비늘 반짝이며 군무를 즐기고 있는 어느 횟집 수족관의 전어를 보면, 가을의 징조같기도 하고... 포아풀님.. 겉모습은 연약해보이는 풀일지라도 뿌리는 깊어서, 어떤 태풍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의연한 모습으로 초심을 지켜 가실것 같아요. 그래서 7호 태풍 곤파스가 내일 아침쯤 우리나라를 통과한다 하여도 태풍에 피해없도록 조심하시라는 말이 부질없을듯 싶어 생략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인사가 없으면 무심하다는 소릴 들을까봐, 수요일 밤에 미오새 다녀갑니다.

포아풀 2010. 09. 04. 오전 09:37

언제 태풍이 왔었냐는듯 햇살은 쨍합니다. 가을이 더디오네요. 아직도 더위가 물러가질 않습니다. 내일은 비가 오리라는 예보지만 맑은 주말, 즐겁고 밝게 보내세요. 가을이 온다해도 조금만 그리워하소서. 힘드니까요, 미오새님... 주말 아침에 다녀갑니다. 감사해요.

윤고방 2010. 09. 04. 오후 01:42

포아풀님 오랫만입니다. 하도 오래 돼서 그런지 이름 쓰고 비밀번호 치고 들어오는 것도 잊어 버려서 헤맸습니다. 여전히 모두 좋은 글들 쓰고 계신데 저는 지조 없는 바람처럼 드문드문 출몰...... 이게 바로 저의 진면목입니다. 미오새님도 여전하셔서 반갑습니다.

포아풀 2010. 09. 05. 오후 10:53

윤고방 선생님, 가을이라네요. 여름 잘 보내셨지요? 손수 삶을 가꾸고 다독이시는 모습은 지난번의 댓글에서 충분히 짐작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셨겠어요. 선생님의 사진(봄행사 때)을 제가 두장 가지고 있습니다. 보내드릴까 하다가 그냥 제가 두고 뵙기로 했습니다. 사진이 또렷하진 않지만 그날의 선생님과 은사님, 그리고 거제도 시인님과의 뜻밖의 해후를 추억하기로 했어요. 괜찮겠지요? 건강한 9월 맞으세요.

미오새 2010. 09. 11. 오후 12:06

*포아풀님.. 오타에 부끄러워 하는 모습, 귀여워라 ~ (천진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에 그만...죄송, 죄송합니다) 오래 전 지나간 글 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오타가 하나 있어요. 짧은 순간 이였지만 \"오리\"를 즐겁게 했던 오타, \"오리버니\"라고... 추석안에 다시 뵙기는 어려울것 같아서 미리 인사드리고 갑니다. 유례없는 폭염과 잦은 비로 명절이 다가 온다는 느낌도 없지만, 그래도,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 명절보내시기를 바람니다. 포아풀님의 마당에 다녀가신, 백 성동님, 박 성실님, 최 인구님, 윤 고방선생님도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포아풀님의 마당에 발자국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요즘에 어떻게 지내시는지 근황이 궁금한 산들바람님도 풍성한 한가위 명절보내세요. 백번 쯤 부르면 한번 쯤은 그 모습을 보여주실건가요, 산들바람님?

포아풀 2010. 09. 12. 오후 10:23

오타... 요즘 왜그러는지 가는 곳마다 오타를 냅니다. 눈 나쁘다는 핑계를 대기도 궁색해졌습니다. 그래서 웃고 넘어가긴 하지만 중요한 글에서 실수를 할 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잘 모르시더군요. 저는 그것만 보이는데... 명절이 가까워졌군요. 추석안에는 안 오실 것처럼 말씀하시니 참으로 허전합니다. 댓글은 없어도 자주 오시겠노라고 하시지요, 미오새님. 마당에 발자국을 남기진 않으셔도 많은 분들이 오고가심을 저는 위안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안부를 대신합니다, 산들바람님께도... 요즘 제가 너무 뜸해서 죄송했다는 말씀도... 평안히 휴일 마무리 하세요, 미오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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