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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에누리 』

유민자 2010. 11. 05. 오전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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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에누리 』

 

                                                        - 유 민 자 -

 

                                                                                                                             
    누군가 나에게 물을까봐 고개를 숙였다. 사실은아무도 묻지도 않는데, 주눅이 먼저 들었다. 내 곁자리의 그녀가 샘나게 젊고 내 앞에 보이는 또 다른 그녀의 머리카락이 윤기 나게 젊고 저 너머 흘깃 보이는 그 남자의 상고머리가 청년인 듯 보였다.   괜찮아요, 너무 젊은 감각은 지루할 거예요 하고 말하는 한 남자가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나처럼 보이질 않았다. 늙다란 나이를 속이는 법을 셈하는 중이다. 세월사이로 나이를 에누리하는 중이다. 될까? 

   먹장구름 이 떠있던 지루한 날. 내 나이를 구박하다가 맥캔토시 학원 과정을 기웃거렸다. 그 첫 수업이 있던 날. 내 딸 내 아들인 듯한 어린 눈들이 어떻게 여기에 왔냐고 내게로 묻는 듯 했다. 여기는 인팩트하고 암시적이고 위트로 살아남아야하는 제 3세계라나 뭐라나 누군가 왕왕댄다. 괜시리 칫이다.            
  
    내가 허당은 아닐까? 할 수만 있으면 나이를 에누리 해야하는데 내가 몇이지?  어린소녀인척 댕기머리나 내려 볼까 나. 뒷 모습으로라도 나이를 에누리할 수 있으려나. 순간에 변하는 숫자인 세월나이가, 텅 빈 목소리로 허공을 맴돈다. 긴 세월을 간직한 사랑스런 사람의 나이가 나는 미운 것인가. 아니다.  단지 지금은 젊은이의 곁을 지나가는 길이다. 어제를 지켜 냈듯이 오늘을 걷고 내일을 천천히 오를 것이다. 

 
산마루로 열린 길. 다랭이 논의 아름다움이 펼쳐진 산비탈을 천천히 오르는 둘레길이 있다. 가을에게 눈을 맞추고 다정히 숲으로 향하는 길이 있듯이, 에누리에도 누군가에게 눈을 맞추며 깎아달라고 다정히 속삭여보는 둘레길이 있다. 
 
에누리 주변에는 물건 값의 바가지를 쓰지 않으려는 사람마음이 살고, 삶의 자연스런 체취가 묻어나는 덤이라는 훈훈한 이름이 산다. 어쩐지 깎아달라고 애원하는 에누리보다, 하나 더 얹어주는 싱거운 인심인 덤이라는 언어가 좋다.
 
생각만 해도 배부른 언어, 덤인 듯하다. 나이를 에누리 치고 싶어 안달을 부리는 날, 정겨운 나이 덤이 그리워 울먹거릴 때가 있다.  

   나이 속에 살던 희로애락마저 우리는 에누리 할 수 있을까?
   세상사 인생사 별것인가. 먹고 노는 세상사의 희로애락 탐구생활이 나이에 묻어있다.  젊으나 늙으나  나이를 에누리하고 싶어하지만, 내멋에 겨워서는 인생사에는 나름대로의 멋과 맛을 지녔다.

  준비된 오늘은, 덤이다. 그 덤은 수레바퀴처럼 구르던 어제의 흔적일 것이다. 저 너머 하늘 높이 떠있는 행운을 먼산바라기 하기보다는, 나를 보아 달라고 조르며 내 곁자리를 맴맴 돌던 민들레 홑씨 같은 행복을 좇는다. 내 가정에 덤이 쌓일 가능성을 향해, 길가에 굴러다니는 꿈을 찾아내어 행복을 일군다.

   그 꿈을 좇는 새로운 도전은, 인생사의 멋스런 덤이 아닐까. 쿽 버전 8.0의 탐구생활 속에서, 나이 많은 내가 열정이라는 배터리를 재충전 시키느라고 애면글면 한다. 희끗해져가는 머리에는 전자출판과 표지 디자인이라는 얼띤 도전 속으로 정직한 노력을 퍼붓는다. 저 산 너머 솔바람이 부는 길 따라, 다랭이논이 휜히 보인다. 산간지방 사람들이 쓸모없는 돌을 억척스레 쌓아서, 수십 층으로 일구어 놓은 다랭이논이 깔린 산마루가 보인다. 

   신기루인가. 마루 끝으로 한껏 가슴을 편 채, 늘솔길을 서성대는  한 사람이 보인다.
  
내 마음나이는 십대이고 수십 년은 덤이다 라고  외치는  한 사람이 보인다.



글과 영상/ 유민자드림

댓글 9개

김재원 2010. 11. 05. 오후 05:32

에누리.. 에누리... 참 이상도 하지요 우리말이고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인데도 왜 이렇게 오랜만에, 그것도 아주 오랜만에 이 단어를 만나는 느낌이 들까요 가만 생각해보니 개인마다 생소한 단어가 있는 모양입니다 판사들이 쓰는 판결문 속의 낯선 단어들처럼 말입니다 저는 왜 이 단어를 쓸 기회가 없었을까요 물건을 사면서 에누리 없이 달라는데로 다 줘서일까, 살면서 나이를 에누리 하지 않고 나이대로 살아서일까? 한번 소리쳐 볼까요 \"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어요 좀 깎아줘요 \"

유민자 2010. 11. 06. 오전 07:25

맞아요. 이렇게 외치고 싶은 날이 있어요. \"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어요 좀 깎아줘요 \" .... 나이를 에누리 하지않고 고운 삶을 살으신 김재원님께서는 어제 오늘 내일을 바라보시는 시야가 넓은 듯 느껴집니다. 이제는 이렇게 낯선 만남이 정겨움으로 물들어 가는, 삶이라는 이름의 동행 길 인가요....^^ 답은 없다. 아니다. 이미 알고 있다. 모른 척해도 살곰거리는 정답의 얼굴 어제 오늘 내일이 하나의 원으로 빙그레 굴러간다. 일없이 웃는 사람들이 참 예뻐 보인다. 그 순한 웃음이 세상속에서 새로운 둥지를 튼다. -졸고의 수필, \"아웃사이더\" 중에서

천낙열 2010. 11. 06. 오전 09:31

나이에 맞게 사는 것이 멋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나이에 맞게 먹고, 나이에 맞게 입고, 나이에 맞는 집에서 살고, 나이에 맞게 믿다 보면은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이 보인다. 에누리하지 말고 나이 대로 당당하게 삽시다요. 저의 생각이니 에누리없이 믿어주세요. 나이 대로 씩씩하게 삽시다. 천낙열 생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유민자 2010. 11. 06. 오전 10:07

나이에 어울리는 정답, 그 답안을 사랑해요. 그래요. 맞아요. 이렇게 맞장구를 칠 수 있는 이 공간이 참 좋습니다. 천낙열님의 씩씩한 그 답안은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로움인 듯 합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시기를 소망드립니다.

문태성 2010. 11. 06. 오후 10:33

아름다움이 가득한 글과 영상 감사드려요.

유민자 2010. 11. 07. 오전 02:48

가끔은 이렇게 부족한 영상을 올리며, 무안함으로 슬며시 웃어요. 졸고의 글을 곱게 화장시키려는 느낌으로.... 혹, 눈밝음 인가요? ^^

전수랑 2010. 11. 08. 오후 01:44

아아 유민자님. 졸고라뇨.. 글재주가 없는 저로선 님의 인간미 넘치고 사람 냄새나는 아름다운 글이 너무나 부러울 따름입니다.

유민자 2010. 11. 08. 오후 02:18

\"하늘 밖에서\"라는 졸필의 글을 올리려다가 화들짝 했어요. 정말인걸요. 고마운 전수랑님.늘 무안함으로 물드는 글이기에, 부족한 영상으로 슬쩍 덮으려는 마음이 숨겨진 글이예요. ^^

김문숙 2011. 05. 20. 오전 08:01

긴글이건 짧은 글이건 유민자님의 글은 순수하고 아름답지요 자기나이도 살면서 아이 나이도 늘 그림자처럼 자기글에 매달고 있는 한 사람 그리고 맞이할 저 높은 나이를 함께 사는 지혜 그래서 사람은 만물의 영장 아닐까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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