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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박성실 2010. 11. 08. 오전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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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 박성실
에누마 엘리쉬라는 신화가 있어.

태초에 아프수(담수해)와 티아맛(염수해)라는 신에게서 젊은 신들이 생겨났어. 젊은 신들이 까불어대고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잠을 잘 수 없게 된 두 늙은 신은 이들을 죽이기로 결심했고 이것이 발각되어 아프수가 죽게되지. 티아맛이 복수하려하자 젊은 신들은 가장 어린 신인 마르둑에게 자기들을 구원해 달라고 했어. 마르둑은 최고의 권력를 준다는 조건으로 티아맛의 목구멍에 악한 바람을 넣고 화살을 쏘아 팽팽해진 복부를 파열시키고 심장을 찢어 버렸어. 그리고 그녀의 시체를 힘껏 잡아늘여 우주를 만들었어.

혹자는 전쟁을 통해서 평화를 세운다고 했고, 혹자는 왜 날아오는지 모르는 폭탄에 두 다리와 어머니를 잃었어. 그러고도 그것이 평화인지 설명하지 못했어.

우주의 본질은 폭력이니 폭력으로 권력을 쥐고서야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마르둑이 알려줬지.그래서 우리는 하수인이 된 건가

폭력: 남을 힘으로 제압함

힘이 곧 정의고
내 말이 곧 진리야
반대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
동정할 필요 없어 가난은 자초한 거야
내것을 왜 나눠야 하지
학력이 곧 실력인걸
결과만 좋으면 되지 뭘
아기 엄마들은 일을 못해 애나 보라고 하지
여직원들은 어디가고 자네가 커피를 타나
둘째는 안 낳나, 여자들 애를 낳아야지
아이는 어린이집에 맡겨요

세상이 다 그래 피곤하게 유난 떨지마

안개 너머 붉은 단풍이 말을 걸었어.
다가가 나무에 손을 가져가다
가지에 앉은 오묘한 빛에 손을 뻗었지.
바람이 일어 잎이 날렸어.

나를 가지려 했었니,
난 이렇게 떨어질 때가 되면 떨어지는 걸
힘으로 나를 얻었다면 나를 얻은 것이 아니야
나는 낙엽(落葉)이니까

오묘한 빛의 잎들이 발 밑에 흩어지고
손 끝에는 살아 있는 나무가 계절에 충실한채
다른 나무들과 어울려 평화롭게 서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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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글을 불러오는 계절인가 봅니다. 뭔가 자꾸만 끄적거리게되는 것도 그렇고 게시판이 붐비는 것도 그러하네요.
저 역시, 시도 수필도 아닌 것 같은 글을 올려 봅니다. 장르가 이게 뭐죠? 
에누마 엘리쉬라는 신화가 있습니다. 기원전 1250년경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인간의 원형이 폭력이라는 결과를 얻게되서 참 씁쓸하네요. 인간들이 이런 원형을 왜 창조신화로 만들어 냈을까 생각하다 폭력이 얼마나 깊숙히 인간 역사와 개인의 삶에 관여해 오고 있었는지까지 생각이 미치니 섬뜩합니다. 그럼에도 비폭력을 외쳤던 예수나 간디의 삶을 각하면서 이 신화는 잘 못 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댓글 14개

김경은 2010. 11. 08. 오전 11:54

'수필시'가 어떨까요..^^ 네, 저도 그렇게 말하고 싶네요. 어떤 경우라도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으니까요.

박성실 2010. 11. 08. 오후 11:12

네... 폭력에 대해서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나 자신이 얼마나 그 문화에 길들여져 있었는지 알아가면서 섬뜩할 뿐입니다. 결국 그런 고민은 단풍을 보는 것에서 잠시 멎었지만 말입니다. 폭력은 어떤 경우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 다시 생각해 봅니다. 수필시, 헤헤 네, 저희 신랑은 잡글이라고 하던데요^^ 뭐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다녀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포아풀 2010. 11. 08. 오후 11:37

제가 지금 마치 사차원에 있는 듯해요, 성실님. 감히 접근 못할 문필을 휘두르고 계시다는 것이지요. 다시 음미를 해야겠는걸요. 오늘은 제 생각이 못미치고 있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천낙열 2010. 11. 09. 오전 11:10

글이 시원합니다. 허지만 정의라는 김치에 폭력이라는 고추가루가 섞여있는 것같아 보이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버들

박성실 2010. 11. 09. 오전 11:40

사차원이라... 저는 모든 사람이 이해하기 편한 글을 쓰고 싶은데, 잘 안되는 모양입니다. 돌아와 다시 보면 참, 부끄럽네요. 퇴고를 여러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오늘도 드네요. 언제든, 다시 와 주세요. 포아풀님 목소리 듣고 싶어요^^ 헤헤

박성실 2010. 11. 09. 오전 11:57

정의라는 김치에 폭력이라는 고추가루라...ㅜㅜ 불행히도 말씀하신 의미가 잘 이해가 안됩니다. 이해력이 부족한가 봐요. 추측컨데, 김치에 고추가루라, 흔히 먹는 김치가 붉은 것이니까 꼭 필요한 것인데, 그렇다면 정의에 폭력이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인가요? 혹은 '섞여 있다'는 표현이 다른 필요불가결한 것 이외의 것을 첨가했다라는 의미라면 제가 정의라는 것을 호소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닌 폭력을 연결시켰다는 것인가요? 어떤 의견이시든 다녀가신 마음 감사합니다. 제가 봐도 이 글은 퇴고를 여러번 더 해야하는 글입니다. 의견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추위에도 건강 유의하세요.

포아풀 2010. 11. 09. 오후 12:25

점심시간입니다, 성실님. 오늘 메뉴는 뭘까요. 추워서 멀리가지는 못하시겠어요. 어느 시인이 쓴 글을 봤어요. 평론가들이 공부는 안하고 지 모자란 생각은 안하고 좀 어려운 시를 대하면 무조건 '난해시'라 평한답니다. 제가 꼭 그렇네요. 어젯밤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 제대로 글을 볼 수 없어서 흔적이라도 남기자는 뜻으로 위처럼 댓글을 남겼네요. 지금보니 제가 부끄러워요. 사차원이라 한 것은 요즘 유행하는 그 사차원의 뜻은 아니니 용서하세요. 헤헤 ^^ 목소리 들리시죠? 제 목소리를 듣고 싶은 분이 계시다니 행복해서 다시 입이 벌어집니다. 옷 따뜻하게 입으셨죠? ^^*

김재원 2010. 11. 09. 오후 02:02

\"시\" 일까 \"수필\" 일까. 글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난 뒤에도 수필이라는 생각이 들면 수필로 봐도 되겠지요? 하긴 작가의 의도가 어디에 있건 글을 읽고 나름의 생각 또는 상상을 하는것은 글을 읽는 이의 최소한의 권리(?) 이기도 할테니까요 조금은 위험한 권리이기도 하지요? 영화를 보면서 잠시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 넓고 푸른 바다를 보면서 내 어릴적 멱감고 놀던 내 고향의 작은 저수지를 떠올렸다고 해서 잘못은 아닐테니까요 어쩌면 이것이 그것들의 존재이유, 이 글의 존재 이유중의 하나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폭력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임에도 그 폭력을 제압하기 위해 또 다른 폭력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바빌로니아 서사시에도 폭력이 존재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삶 깊숙이 존재하고 있으니 정말 힘이 곧 정의인지 의식의 혼란을 느낍니다 \"법\" ... 법이 인간의 삶에 필요한 장치라 해도 또 다른 폭력의 변형일 뿐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 합니다 오늘 서울의 날씨는 참 맑고 화창합니다 창문을 열면 제법 쌀쌀하지만 며칠만에 맞게 되는 햇살인지 모르겠네요 우리네 삶도 이렇게 맑고 따사롭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 글 잘 읽었습니다 수고 하셨어요

박성실 2010. 11. 09. 오후 02:06

포아풀님, 저도 행복합니다. 목소리가 따듯하니 잠이 오는데요, 점심 후라 그런가요? 헤헤 저는 굴 순두부찌개를 돌솥밥에 얹어 솔솔 불어가며 먹었습니다. 무엇을 드셨나요? 한가지 말씀드릴께요. 어떤 말씀을 하셔도 그 의도를 곡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아풀님의 의도가 순수하다는 걸, 그리고 사람이 시시각각 의견도 상태도 다르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떤 말씀을 드리는 것은 그저 반응입니다. 저는 사차원이라는 말도 좋아하는 편이랍니다. 그런데 사차원이라는 말에도 여러면이 있고 그 중 한 면이 공감대 부족이라는 것이라서 생각난 것을 이야기 한 것이랍니다. 말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 저 마르둑 신화가 나옵니다. 그냥 문득 써 보고 싶어서 써 먹은 것인데, 어찌 보면 너무 잘난척(?) 어렵게 쓴 것 같아 고민했었습니다. 사실 요즘 제가 불평등에 대해 한참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이 신화가 제 생각과 잘 맞아 떨어졌지 뭐예요. 앞으로도 계속 긴장하면서 제 삶에서 주시해야할 숙제라는 생각입니다. 날이 춥습니다. 하늘이 하두 파랗고 높아, 볕이 좋아, 무심코 발을 밖으로 두신다면 그것 오늘의 속임수입니다. 날은 무지 춥고 바람도 붑니다. 헤헤 겨울은 장난꾸러기 같아요. 빨리 오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으니말예요.

박성실 2010. 11. 09. 오후 02:34

네~ 시든 수필이든 권리를 가지셨으니 생각하시는 그것이 옳습니다. 폭력에 대하여 원형을 추적해 가면, 제도탄생 이전 세상은 평화로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폭력은 인간의 원형이 아니라 제도에 의하여 학습된 것이라고 하죠. 말씀하신대로 제도라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자발적 합의이자 소통의 도구가 되지 않는 이상 말이죠. 지금 권력이라는 휘두르는 사람들을 가만 보면 그 사람들이 그 권력에 반대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제도 안에서 대동소이하게 답습해 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꼭 정치,경제 뿐 아니라 가부장제도나 학연, 지연을 우선시하는 일상생활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내 안에 있는 잠재된 폭력성도 보게 되죠. 김재원님, 반갑습니다. 수고하셨다고 격려해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네 날이 쌀쌀하네요. 따듯한 세상을 꿈꾸며~ 건강하세요^^*

미오새 2010. 11. 10. 오전 10:49

*성실님.. 글속의 여러 표현들은 정당성을 잃은 언어폭력에 가까운 것 들이지만, 일상에서 보편적관념으로 굳어져 대수롭지 않게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요. 말하는 자나, 듣는 자나 성실님처럼 예민한 지각으로 살피지 않는다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표현들이지요. 성실님이 표현하신 것 외에 또 하나의 예를 들어 보면, 운전이 서툰 여성뿐 아니라 모든 여성운전자를 경시하고 폄하하는 호칭으로 일반화 된 김여사.. 집에서 솥뚜껑 운전이나 하시지 운전도 미숙한 주제에 한가롭게 차를 몰고 나와서 정체를 일으키고 운행 질서를 무시한다고 핀잔을 듣는 \"김여사\"가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지상파 방송의 오락프로가 아닌 뉴스에서도 \"김여사\"라는 호칭을 여과없이 사용한다는 것이죠. 10 여일전 모 방송의 밤 9시 뉴스에서는 미국의 어느 고속도로에서 여성운전자가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사건을 보도하면서, \"미국판 김여사\"가 큰 사고를 일으켰다고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광고에서는 여성을, 다이아몬드에 현혹되어 외모나 가꾸는 영혼결핍의 존재쯤으로 묘사하여도, 여성단체나 그 누구도 나서서 항변하지 않고 침묵하는 걸 보면, 일상생활에서 고착되어 보편화된 여성비하나 언어폭력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성실님처럼 날카로운 지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지금은 작은 외침이지만, 언제인가는 큰 반향을 일으키리라 믿습니다. 성실님의 부군께서 잡글이라고 하는 것은 글의 수준을 말하는게 아니라, 수필과 시가 섞여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게 더 정확 할 듯 싶고, 성실님 스스로는 무슨 장르일지 자문하였지만, 글의 형태보다는 의사전달이 온전하게 이루어 졌는가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느라 피곤하고 지칠 법도 한데 글을 쓰는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것인지... 성실님...오른손 검지손가락이 개과천선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박성실 2010. 11. 10. 오후 03:31

하하 김여사, 저도 남성운전자인 남편에게 항상 항의하는 부분인데요^^ 여성들이 공간지각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운전이 미숙한 차를 보면 모두 여성운전자라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이들에게 항의를 하면 많은 남성운전자가 얼굴을 확인한 후 여성이지 않은가하는 승리감에 가득찬 표정으로 저를 쳐다 보는 것을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에휴.... 네, 신랑의 잡글이라는 의미는 정확히 말씀하신 그대로 입니다. 의사전달이 중요하다는 말은 저도 맘에 새겨야 하겠는 걸요^^ 글을 쓰는 열정이라, 글은 제 마음을 조금 덜어내는 그릇이라고 할까요, 오히려 열정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쉼터 같습니다. 특히 이곳이 그러네요. 덤으로 미오새님이나 포아풀님 같은 분들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기도 하니 말이예요. 부지런히 써서 다듬어 가면 발전해 간다면 그때는 열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여기 와서 다른 분들의 수려한 문장들을 보면 난 참 갈 길이 멀구나 하고 느끼니까요. 이건 열등감의 다른 표현일까요? 사람들이 모인 곳마다 담이 높아 보이는 것을요... 미오새님, 겨울이 오기를 서두르네요. 지난 주말에 창덕궁 비원에 다녀왔어요. 자연은 언제나 저에게 쉬어가라고 미소를 짓네요. 평안하세요~!

최인구 2010. 11. 12. 오전 10:49

개미처럼 성실하신 성실 님! 안녕하셔요? 제가 사색의 향기에 처음 글을 올린 것이 아마 오 년 정도 흐른 것 같은데요 그 글을 읽어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부끄러운 이유는 맞춤법, 띄어쓰기 완전히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그래서 남몰래 다시 들어가 수정해 놓기도 했지요.. 하지만 내용은 별로 수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시는 그때 그 순간 그 느낌이 매우 중요하다고 나름 생각하니깐요.. (본능에 충실해. 라는 유행어도 있잖아요^^) 성실 님께서 지금 올려주신 글도 충분히 좋습니다. 글에 담긴 뜻은 제가 감히 해석하기는 뭐하지만 언뜻 보아도 솔직한 마음으로 썼다는 느낌이 들어서지요..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으면 그것이 일기든, 편지든, 수필이든 좋은 글에 속하지 않나 여겨집니다. 지금도 아름다우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성실님~!

박성실 2010. 11. 15. 오전 09:44

ㅎㅎ 네 감사합니다. 해 주신 격려 잊지 않을게요. 김훈님의 현의 노래라는 소설이 있지요. 읽을 때는 그저 그렇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우륵이 연주했을 그 연주가 제 안에서 울려나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날이 많이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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