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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앓이 』

유민자 2010. 11. 14. 오전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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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앓이 』

  
                     

                                                       유 민 자




 어느새 아침이다. 
 모닝컬 소리에 눈을 게슴츠레 뜬다. 뜬눈으로 밤잠을 자고 불면으로 선잠을 자고 깼더니,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거리고 눈꺼풀이 무겁다. 살아가는 가슴앓이로 흥분 된 어제였다. 하지만 신선한 아침내음, 그 희망이 다가서는 예감 때문에 한껏 기지개를 켠다. 
  아침 언저리에는 희망이 산다. 말간, 좋은, 푸르른, 찬란한, 눈부신, 순결한, 생생한, 깨끗한, 즐거운, 사랑스런 등등의 형용사 부사가, 아침이라는 시간 곁을 스치며 희망의 부피와 너비를 사색하게 만든다. 인간의 심리적인 불안요소를 치유하는, 아침 색을 지닌 투명한 언어다.

   
  순색의 배경색에 풀빛 연지 빛으로 사랑을 채우는 아침. 
  
오늘이 어제인양 또 어제가 내일인양 쏟아져 내리는 지리한 세상사를 하릴없이 내안으로 끌어 들인다. 출근길의 딸아이는 아침밥을 급히 떠먹다가 노는 토요일이 너무 멀어 슬프다며 내 곁에서 웃는다. 더불어, 휴우 내쉰다. 아침을 앓는 소리다. 
  현실은 아침 언어처럼 늘 투명한 것이 아니다. 인생사는 사람이 주는 달콤함이 그리워 눈물짓고, 사람이 주는 음흉스런 뒷맛이 허탈해 눈물로 들끓는다. 가끔은 눈물방울 목록을 가슴으로 층층이 쌓아 올리며, 하찮을 수 있는 나의 존재에 대한 사랑을 앓는다. 세상맛이 응애진 풍경들이 가랑비를 맞고 시원하다고 웃고, 온 몸에 진흙으로 머드팩을 즐기며 미용목욕을 했다고 깔깔댄다. 아침을 달래는 소리다. 

  
침묵이 살고 있는 새벽녁. 
 
 감성사전을 문학마당에 잔뜩 늘어놓고서 , 가슴으로 밀려드는 속내와 씨름 한다. 마음가득 종종거리다가, 블루 마운틴 커피 향을 즐긴다. 창밖을 기웃거렸더니, 햇살이 잔바람을 따라 졸망거리며 내안으로 들어선다. 
기분 좋은 햇살은 어쩐지 내 몫이 아닌 듯 송구하다. 왜일까? 
  아침이라는 지붕아래 외로움을 한 가득 안고, 나만이 세상살이로 아픈 양 투정한다. 흰 머리카락이 늘어가는 것이 서럽고, 냉동고에 있어야할 아이스크림이 냉장고에 착한 척 앉아 녹아내린 것도 서럽고, 중요한 약속 하나를 잊고도 모르는 척 딴청을 부리는, 내가 나에게 서럽다.
 
  행여, 치매가 내 감성으로 다가서는 것은 아닐까?  감성과 이성을 지닌, 현명하고 싶은 인간. 우리네 몸과 영혼은 여러 가지 욕구들로 현란할 만큼 바쁜 척을 해대며 끙끙거린다. 어제의 후회가 첩첩이 쌓여가는 윙윙거림으로 앓는다. 인생사의 욕구로 울컥 인다.
  
  내 동공으로 들어서는 햇발이 어딘가 숨어들고 싶은 내 뇌를 자극한다. 
  달빛을 지나 어둠을 지샌 아침이슬이 나를 보며 메만지라 한다. 새벽에 흘러들어 고요 속에 쉬던 이슬방울이 허공을 떠다니던 세상먼지를 껴안고 풀잎에 앉아 맴돌다가, 풀뿌리를 향해 뱅그르르 톡 땅 밑으로 스민다. 저 너머 길섶에 보이는 긴 잎 달맞이 꽃. 그 꽃은 말없는 사랑으로 잎새마다 송글거리는 이슬방울을 다독인다. 달빛을 따라 꽃을 피우던 달맞이꽃이, 열매로 익어가며 가쁜 숨을 내쉰다. 그 꽃이 노랑 빛으로 사랑빛을 유혹하여, 내 눈길 속으로 촉촉함이 스민다.

  빗발이 거실 창을 내려치는, 어제와 다른 아침. 
  어쩐지 이제는 빗방울이 좋다고 말하기가 망설여진다. 비가 너무 자주 와서 그저 심드렁하다. 아니다. 내 시선 속으로 지붕의 기왓장이 45도 각도로 날아가고 창가의 방충망 문짝이 떨어져 바람을 타고 춤을 추다가 자동차의 앞 유리를 깨뜨리기도 하고 그리고 아름드리나무가 뿌리째 뽑혀 땅위로 드러누운 비바람의 거대한 에너지를 느끼고 보았다. 억수였다. 비의 정겨움이 두려움으로 휙 돌아선 기억속의 어제 모습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부슬거리는 비에는 진한 우수가 지독한 무섬증을 이긴 채 마음속으로 불쑥 들어선다.
 
 아침 속으로 비가 들어와, 내 눈치를 보며 피식거린다. 가랑비가 내리면 그리움으로 물들고, 장대비가 내리면 장구채 가락으로 나를 부른다. 비 내리는 모습은 옛내음들이 가슴으로 쓸려왔다 우르르 쏠려 나가곤 한다. 그럴 때는 가슴이 힁하다. 아스라한 옛내음 속에는 시간의 거리가 보이고 어제의 사람풍경이 빗줄기 속에서 울먹거린다. 
 빗방울은 왠지 내가 주인이다. 왜일까? 비가 내려주는 선물, 그 씻김 탓이다. 어쩐지 씻김이라는 빗줄기의 구성요소가 마음에 들어 빗속으로 내가 먼저 들어가 앉는다. 왠지, 그 언어가 당차고 예쁘다.

  벌써 시침이 오전 11시를 훌쩍 넘어 선 시간, 또 다른 날의 아침. 
  그저 밥 굶으면 죽는다는 옛말이 떠올라, 나 홀로 주섬주섬 얄궂은 밥만을 챙겨 먹는다. 일 없는 오전.
이렇게 게으른 하루를 시작하며, 말맛만으로 힘들다고 외친다. 
 아침이라는 고요 속에는 지극한 사랑이 살고 황량한 바람도 더불어 살아, 떠도는 감성을 이리저리 뒤흔들곤 한다. 끊임없는 열정도 도전도, 버려야할 것들에 향한 예쁘게 포장된 가슴앓이다. 허당이다. 욕심이다. 반복되는 아침앓이다. 
  하루 종일은 아침에 의지하는 듯하다. 아침입김은 하루치 얼굴이 되어 내일의 밑그림으로 그려진다. 내일이라는 문 앞에, 아침이 차렷 자세로서 있다. 너와 내가 우리가 희망을 나누기 위해 쪽빛 하늘의 파랑새를 불러들여, 두 입술을 쫑긋거리며 휘파람을 분다. 사랑 노래다. 텅 빈 영혼 속으로 아침이라는 수레바퀴를 돌리며, 허공을 떠도는 사랑을 부화 시켜 이렇게 옮겨 심는다.

   나날이 다른 아침에는 나도 모르는 질서가 산다.  아침의 질서 속에는 사랑이라는 속내가 산다.
  내 창 가까이 분홍 구절초가 피어, 어머니 사랑이라는 꽃말을 들고 메마른 내 가슴을 감싼다. 오래된 아침향기가 나를 감싼다. 
  
  왠지 아침앓이로 아우성치는 날에는, 거실 창으로 흘러드는 빗줄기가 두 손 가득 반갑다. 황사바람따라 틱틱 탁탁 내려치던 물방울들이, 내 가슴을 채워 주는 감성도우미가 되어 빗노래로 바뀐다. 예쁘게 포장된 욕심들이 흥건한 빗발에 놀라서 씻겨 내리며, 내 가슴에 피어있던 잡풀들이 천둥소리에 놀라서 뿌리째 뽑혀 나간다. 어쩐지, 내 몸이 가벼워져서 생동감으로 하늘거린다.

  아침앓이의 영약은 내 등을 비추는 눈부신 햇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줌의 살랑바람 그리고 달빛과 별빛을 스치고 지나온 길섶의 온기들이다. 스스로 하잖다고 생각되는 것들과 자유로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길이다.

  아침이 콸콸콸 청아한 소리를 내며, 하루속을 흐른다. 
  아침앓이의 잔상들을 친근하게 다가서는 자연색으로, 내가 지운다. 희망하는 아침색을 띤 그림자는 무슨 색일까? 불타오르는 양초와 노을빛사이에 연필을 세우면, 그 연필그림자가 보색인 파란빛의 아우라를 만들어 낸다. 새벽녁.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희망하는 색으로 아침을 덧그린다.  

  나와 햇빛 사이로 아침앓이를 세워, 그 아침앓이 그림자를 하루는 풀빛으로 또 하루는 바다빛으로 그려낸다. 혼합색 표정을 짓던 내 영혼을 순색으로 갈아입히며, 애끓던 가슴앓이를 칼러테라피 (Color Theraphy) 로 치유한다.  컬러 테라피로 자연 치유된 내가, 희망하는 아침의 얼굴이다. 
  예쁘게 포장된 아침이, 마음의 풍요를 가득 안고 웃는다.

                                                                                     - 끝 -
* 칼러테라피 (Color Theraphy)
  색채와 심리적인 관계를 통해서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불안 증세 등을 치유하는 치료 방법



* 『 아침문학 』의 글 그리고  영상/ 유민자드림


 

댓글 8개

포아풀 2010. 11. 16. 오전 09:48

투명하다는 것... 글도 사진도, 그리고 글의 주인공도... 오랜만에 뵈옵고 그동안의 보고픔을 다 풀어냈습니다. 여전히 멋지신 분...따뜻한 분...

김재원 2010. 11. 16. 오후 12:04

세상의 아침이 보여주는 모습은 늘 그렇게 상큼함을 느끼게 합니다 사진속의 풍경처럼 말이지요 우리네 삶의 모습도 늘 그렇게 아침의 단상처럼 상큼한 맛이라면 좋겠는데 인생사의 욕구때문인지.... 벌써 시침이 오전 11시를 훌쩍 넘고 12시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챙겨드신 얄궂은 밥은 아침인가요? 오늘 두번째의 밥을 주섬주섬 챙겨야 할 시간이 된 모양입니다 오늘 종일 마음의 풍요를 가득안고 웃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구요

유민자 2010. 11. 16. 오후 11:40

'투명이라는 거울'을 들여다 보며 인사해요. 내 인사에 답하며 그저 씩 한 번 웃어주는 그 거울. 그 거울의 얼굴이 건강한 세상이기를 소망해요. 그 얼굴속으로 때 묻은 제 마음을, 젖시고 씻어 말갛게 행구워 냅니다. 사실은 그 \"투명한 거울\"은 『사색의 향기』라는 이름을 지녔지요. 졸필의 저는요. 투명과 불투명, 그 사잇 길에서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어요...... ^^

유민자 2010. 11. 16. 오후 11:50

맞아요. 얄궂은 그 밥은 아점(?)이지요.말맛만으로 힘들다고 외칠때. 한 순간 제 등을 살며시 두드주는 듯한, 김재원님의 정겨움으로 이렇게 영차 일어서요. 괜시리 '삶의 글줄기'에게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언뜻 누군가의 노랫말이 떠올려지네요. \"일어나 !~\"

천낙열 2010. 11. 18. 오후 08:39

둥근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두진님의 해가 생각이 나네요. 아점 행복하게 드세요........ 훌륭하신 수필 잘 읽고 갑니다.

유민자 2010. 11. 19. 오전 09:22

그 둥근해를 보러,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오늘이예요. 희망이 다가서는 진실된 아침을 보기위해서... 정겨운 천낙열님의 멘트속에 '행복이라는 얼굴'이 웃고 있어요.^^

윤고방 2010. 12. 03. 오후 01:55

시간에 마구 쫓기면서도 유민자님의 '아침앓이'에 저도 잠깐이나마-꽤 오래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앓이'라고 말씀하지지만 엷은 외로움의 투명막을 들여다 보니 그 속에는 아침 빗방울 뒤의 맑은 햇살, 살랑 바람, 이슬들방울들이 가득한 행복과 풍요의 세상이로군요. 저는 '깊은밤중앓이'를 하는 편이라서 아침나절은 그저 혼몽한 게으름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마련인데, 오늘은 유선생님 덕분에 저도 아침을 조금만 앓겠습니다. 호수 위에 반짝이는 햇살이 게으름뱅이에게는 훨씬 더 눈부십니다.

유민자 2010. 12. 04. 오전 09:40

어쩌지요? 선잠을 자고 깨어난 그 아침앓이라는 투명막속으로 들어오셔서, \"깊은밤중앓이\"까지 앓으셨다는 그 말씀이 참인가요? 괜시리, 송구한걸요. ^^ 윤고방시인님께서 늘 오늘처럼 눈부신 하루가 되시기를, 지나가는 살랑바람, 햇살, 이슬방울에게 그리고 겨울 고드름에게까지 부탁하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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