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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갈아입으며

김봉길 2011. 05. 18. 오후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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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갈아입으며


옷을 벗으며 나는 내 안에
좋은 것 나쁜 것 함께 있는 줄 알았네
구석구석 어디 숨어 있는지
한쪽 두고 잠깐 어디 갔는지
가끔 있는 그대로 두고 보고 싶었네
오호라, 고마운 내 것들

그래서 나는 내 밖에도
좋은 것 나쁜 것 또한 있으리라 믿었네
보이는 것마다
달려드는 것마다
어떻든 그냥 오래 두어 보고 싶었네
오호라, 또한 비슷한 것들
좋
은 것과 아름다운 것
멀어도 가까운 양 지나쳐 보았네
모두 내 것 같이
여기 있었구나 여기 있구나 보았네
빙빙 돌며 보다가 쓰러져 보다가
다시 오리라 그냥 두고 돌아 섰네

웃고 떠드는 것들 사이마다
오늘은 내일이여 흐르고 흘러도
다시 오늘인 양 바라보길 바랬네
떠난 것은 나의 것이 아니라며
남은 것은 나의 것이길 바라며
기쁘지도 않은데 기쁜 척 했네

하늘이냐 땅이냐 가고 또 가리라
가서 내 것이냐 아니냐 또 보리라
한번 손짓에 몰래 사라질 것들을
고맙네 아직 나를 지켜볼 이들이여
아, 그런데 아침마다 나는
어떤 옷을 눈감아 입어야 하느냐


 

댓글 3개

포아풀 2011. 05. 18. 오후 09:37

내 체취가 묻은 것을 벗어두며 또다른 나를 묻힐 옷을 입지요. 그러면서 먼저 벗어둔 것은 내가 아니고, 곧 흘려버릴 냄새, 혹은 소모품 같은 것이라고... 그러나 그것도 좀전까지는 나였고 나의 외피가 되어 준 것들이겠지요.

박종영 2011. 05. 19. 오후 12:21

옷을 갈아 입으며 새로운 날을 시작하는 우리들의 일상입니다. 나신을 감싸주는 옷의 고마운 배려에서 늘 새로운 옷을 고르게 됩니다.

김현배 2011. 05. 19. 오후 02:38

하늘에서든 땅에서든 찾아내야하는 좋은 것들. 그러나 내 옷엔 필시 나쁜 것이 포함되어 있으니. 나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분명 실존적 고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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